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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by 하트입술 2010. 9. 26.

작년, 한참 광고를 많이 하던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 땐, 그저 광고 많이 하는 소설책이려니 하고 관심 밖인 책이었다.

그런데 9월 초. 승연언니가 논문 좀 빌려달라고 해서 국회도서관에 들렀다가 간만에 2층 최신자료실에 들렀다 찾은 책.
누군가가 읽고 서가정리를 위해 놓아둔 책을 보고 바로 빌려버렸다.
"이거 광고 많이 하던 책이자나, 무슨 내용이지?" 이런 생각으로~

사실, 책 표지만 보고 중세 왕정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줄 알았으나....
집에 가는 길 지하철에서 펼쳐보니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별 기대 없이 본 책인데... 그 여운이 매우 길었던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절절한 사랑을 해 본사람이라면 느꼈음직한 감정들을 죄다 모아 놓은 듯한~
그래서 읽으면서 가슴 저리기도 했고,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한...
심지어 보다가 울게 만든 책... 책 읽다가 울어본 거 참 오래간만인듯.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15page

진정으로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에게 내가 전부란 오해" 헤어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서로 모르는 사람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걸... 헤어지고 나서도 큰 무리 없이 평소와 같이 살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잘 지내셨나요?

 막상 펜을 들긴 했지만 무어라, 또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떨리고, 또 많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정말 미안 해요. 정말이지... 그 외의 어떤 말로도 지금의 저 자신을 대변하지 못하겠어요. 그렇습니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저는 그곳을.. 그리고 당신을 떠나왔습니다.
(중략)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이 제게 준 빛이 있는 한... 이제 어떤 삶을 살아도 저는 행복할 수 있을거에요. 매일 아침 당신을 보고 싶어하는 여자에게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 실은 이 길을 택함으로써 끝끝내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러니까 저...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얘기를 꼭 전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저는 당신을 보고 싶어할 것이고, 또 그런 할머니가 되어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런 얼굴로 태어난 여자지만 저의 마지막 얼굴은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얼굴일 거에요. 그리고 끝으로... 꼭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한번도 못한 말이고 다시는 못할 말이지만... 부디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곡차곡 이 말을 눌러씀녀서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있는거라고... 저 역시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안녕히 계시기 바랍니다."                                                                                               -263, 288~289p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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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이 넘는 편지... 그녀가 떠난 후 그에게 보내온 편지. 구절구절 가슴에 와서 마구 박혀버린...
평소 글 쓰는걸 좋아하는 지라, 연애할 때에도 편지를 자주 쓰곤 했었다.
이메일 혹은 손편지. 연애할 때 쓴 편지, 헤어질 때 쓴 편지.
어릴 때와 달리, 어른이 되고 나니 좋아해도 사랑해도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지더라...
그 사람 아니면 안될줄 알았는데,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서로 헤어지기로 결정한 후 쓴 편지. 12월 31일에 써내려간 그 편지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 편지를 쓸 때의 그 마음 까지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가장 힘들었던 이별.

"여름이었을 것이다. 샤워를 하다 문득, 이별이 인간을 힘들게 하는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고통보다도, 잠시나마 느껴본 삶의 느낌... 생활이 아닌 그 느낌... 비로소 살아 있다는 그 느낌과 헤어진 사실이 실은 괴로운게 아닐까... 생각이 든 것이다."                                                                                                                                -300page

이 부분은 출근길에 읽었었다. 그리고 그 즈음 헤어지고 휘청거리고 있던 친구에게 MMS로 이 부분 전문을 보내주었다. 하루 차이로 소개팅을 하고 비슷한 시기 연애를 한 후 비슷한 시기 헤어진 친구. 아니다 우리가 한 일이주 가량 빨랐구나 연애와 헤어짐이. 비슷한 기간 연애를 했는데, 헤어진 후 너무나 멀쩡했던 나와 달리, 너무나 휘청거리던 친구녀석.

큰 덩치와 달리 그녀로 인해 너무나 휘청이는 그 녀석을 위해 이 책을 선물로 줬다. 천천히 읽을거라고 했는데, 다 읽었으려나?
이젠 일상으로 되돌아온 것 같은 그와, 이미 그 이전에 일상으로 되돌아온 나...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나 또한 누군가와 이별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임에도... 불과 얼마 전에 헤어진 그 보다 다른 사람 생각이 더 많이 났었다. "그"는 그런 사실을 알까? 나쁜..X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건 몇번을 반복해도 어렵고 힘든 일인듯...
이젠 그만 하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네. ^^

연애를 해본 그와 그녀들에게 강추하는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나도 소장하고 싶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