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짜피 일도 잘 안되는거... 오늘 사무실에 있는 책 서평 다 쓰고, 퇴근길에 반납해야지! ^^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을 보고 바로 빌려서 본 책 <테이킹 우드스탁>.
원작보다 나은 영화 없듯. <테이킹 우드스탁> 또한 영화를 보고 책을 보니 책이 훨씬 더 좋은!!
영화에서는 시간 상의 문제로 담을 수 없는 부분들 까지 담겨있으니 말이다.
우선 이 책은, 우드스탁 페스티벌 개최의 주동자인 "엘리엇 타이버"가 쓴 책으로, 초반엔 자기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많이 풀어 놓음으로써, 왜, 어떻게 이 축제가 기획될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화이트 레이크라는 이름의 수렁
2 타이크버그가의 저주
3 나의 ‘반대쪽’ 삶
4 미친 듯 웃으며 더 깊은 수렁 속으로
5 스톤월, 해방의 시작
6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엘 모나코에 착륙하다
7 세상이 다시 만들어지다
8 첫번째 파도
9 화이트 레이크 저항군들
10 모두가 자기 몫을 원한다
11 어려운 고비는 지나고
12 우드스탁 접수하기
에필로그
(이후론 스포일러 있음!)
엘리엇 타이버. 베델상공회의소 회장이자,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자신의 지역으로 끌여들인 주동자!
영화에서는 그가 게이로 묘사가 되지 않았었다. 한 남자와 키스를 하긴 했으나... 자신이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아버지가 보고 피하는 것을 본 후 살짝은 후회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던 엘리엇 타이버. 책을 보니 그는 게이였다. 자의로 그렇게 되었다기 보단 살아오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테이킹 우드스탁> 초반부에는 그의 성장에 대하여 조금은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집안 분위기와 부모님과의 관계, 성장기의 친구들과 영화관에서의 성경험 등...
"누구나 그렇듯이 나 또한 사랑이 무엇인지 집에서 제일 먼저 배웠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소위 '사랑'이란 기실 조작과 폭력이었고, 이 둘은 모두 가족과 배려라는 달콤한 당의를 입고 있었다. 사실상 우리 집에서는 가족 간에 사랑이란 표현을 써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그저 초콜릿을 '사랑'하고, TV를 '사랑'했을 뿐.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법도 없었고, 가족에게서 진짜 현실적인 사랑을 받아본 구성원 역시 단언컨데 없었다. 내가 섹스를 처음 접하기 시작할 무렵의 경험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발기, 애무, 오르가슴이라는 성적 쾌감들은 생생한 현실이었지만, 그 모든 것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준 경험이었고, 게다가 다양한 추행의 형태로만 가능했다. 하지만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데 섹스인들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내가 알게 뭐란 말인가. 우리 부모님은 사랑도 섹스도 나한테 단 한마디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알고 보면 내가 경험한 섹스는 우리 집에서 사랑이 지금까지 죽 그래왔던 것만큼이나 가학적이었다.
그런 사연으로 나 엘리엇 타이버는 남자들과 섹스를 하게 되었으나, 처음에는 그 사실이 석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만 생각했을 뿐. 내 진정한 본성을 제대로 자각하게 된 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게 된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었다." -62~63page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성애자가 된 엘리엇 타이버. 이후에도 그의 성경험(?)에 대한 부분은 몇 곳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힘들지도..).
"우리는 같은 성별에 끌린다는 이유로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의 인생은 가치 없거나, 더 심하게는 위협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우리 중 너무 많은 이들이 - 나까지 포함해서- 자신이 인간 이하의 존재이며, 따라서 이 지구상의 시민권 따위 가당치도 않다는 유죄 판결문을 반박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1969년 6월의 그 금요일 밤까지의 이야기였다." -120~121page
이후 내용은 영화에서 나오는 내용과 동일!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
이 책을 보며,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뒷 이야기보단, "엘리엇 타이버" 개인의 성장에 더 관심이 갔다.
동성애자가 흔치 않았던. 아니 흔했더 하더라도 그들이 지금처럼 동성애자임을 드러내놓고 살수 없었던 시기.
(지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그 시기를 거치면서 자아정체성이 형성이 되었고,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된 모습...
그 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을 겪은 그 누구라도 그렇게 되었을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인정하기. 사회가 원하는대로 맞추려 하지 않고, 각색하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이 사람들을 계속 상대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명백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이들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라는 이분법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은 내가 결코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면에서 진정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이성애자나 동성애자, 양성애자가 아니었다는 소리가 아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든, 그들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그들이 뿜어내는 메시지는 우리가 우리자신 이외의 다른 무엇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그대로를 즐겨라. 그 자체의 인생을 살아라. 남자는 위드 클리버 같은 역할모델에서 탈피했고, 여자는 준 클리버의 드레스를 벗어던졌다. 남자라도 여자처럼 걷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였다. 여자라도 성적 호기심이 왕성하다면 그걸 숨길 필요가 없었다. 남자든 여자든, 동성애자일 경우 완연히 겉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내 눈에는 동성애자들 천지였다."
-173~174 page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열릴 당시의 분위기를 묘사한 글...
"진정한 관용과 나눔과 공동체 정신이 야스거의 농장에 모인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들의 함박웃움과, 그들이 끊임없이 보내는 평화의 V사인과, 모르는 사람에게 뻣는 도움의 손길로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힘든 순간들도 사람들이 서로에게 보여주는 사랑과 관심과 축제 분위기를 꺼트리지는 못했다." -287page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여러가지 락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지산 락 페스티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등... 꼭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아직까지 가보지는 못했으나, 시간이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최저생계비 체험 중 혹은 국감 때문에 바쁠 때... 흑). 우리나라의 락 페스티벌도 "우드스탁 페스티벌" 같은 분위기가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