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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Movie

초콜렛 도넛(2012)

by 하트입술 2014. 10. 4.

초콜렛 도넛
감독 트래비스 파인 (2012 / 미국)
출연 알란 커밍,이삭 레이바,가렛 딜라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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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길에 지*랑 여의도 CGV에서 본 <초콜렛 도넛>

남남커플이 다운증후군 소년을 기르는 이야기라고 하길래 바로 선택.

(스포일러 포함)
길거리를 헤매는 다운증후군 소년.
아이를 방임하다 약물에 취해 감방에 간 소년의 엄마.
그 옆집에 사는 가난한 게이 댄서 루디.
루디에 한눈에 반한 검사 폴.

남자와 여자의 교감 보다 더 한 교감을 나누는 루디와 폴.
서로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마르코'를 엄마보다 더한 애정으로 키우는 그들을 보며 기분이 묘해졌다.

남자와 남자.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랑.
우리나라 보다 더 개방적이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그들이 게이커플인게 알려진 후 아동 위탁 계약이 파기되어 마르코는 다른 시설로 가고...
마르코를 데려오기 위해 법정 싸움을 벌이는 둘.

1980년대 배경 영화이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영화 초반에 마르코의 엄마가 약물로 인해 체포된 후 아동복지국 사회복지사가 마르코를 데리러 와서 마르코의 물건을 챙기는 장면이 나온다. 가방이 없다고 하니 까만 비닐봉지에 마르코의 물건을 마구 넣는 장면.
마르코의 감정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기계적인 모습...

지난주 의원님을 모시고 관악구에 있는 청소년 그룹홈을 방문했었다.
그 때 그룹홈에 있는 한 아이가 자신이 그룹홈에 된 경로를 이야기 했다.

당뇨가 심한 엄마와 시흥동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에 살았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혼자 그 집에 살면서 친구들과 어울렸다고...
그렇게 1년 정도 살면서 공과금 연체되고 월세 연체되고...
친구들(일명 불량학생)이 매일 와서 시끄럽게 떠들고 술마시고 담배피고...
결국 윗집에서 민원을 넣어서 자기가 사회복지사와 면담 후 수서에 있는 일시양육시설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처음에는 일주일만 가 있는거라고 생각해서 일시양육시설에 갔는데, 그 곳에 가니 핸드폰도 다 뺏고 수용소 같은 곳에서 감시당하는 생활을 했고... 그 사이 자신이 살던 집이 정리가 되었다고... 그래서 집에 있던 자기 물건들이 다 사라져버렸다고...

"내가 있을 때 정리 했어도 되는거잖아요. 왜 내가 없는 사이 엄마와 내 물건을 다 버려요?" 라고 반문하던 아이.

나도 의원님도 이해하지 못한 행정처리.
그리고 그 아이가 말한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들...

"내가 만난 사회복지사가 아닌 다른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아이.
이제 그룹홈에 적응을 해서 열심히 자기 길을 개척하고 있는 아이.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 명함을 주며, 궁금한게 있으면 연락하라고 나도 사회복지사라고 명함을 주었더니. "내일 부천대 사회복지학과 면접인데, 면접에서 뭘 물어봐요?!"라고 물어봐서 나를 당황시킨 아이.

대학 졸업한게 10년 전이고 입학한건 10년도 훌쩍 전이라... 게다가 나는 특차로 들어가서 면접 경험이 없어서... "난 면접 안보고 들어가서 그건 잘 모르겠네..."라고 하니, "그럼 복지가 뭐에요?"라고 묻던 아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며 '그 아이'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마르코'를 보며 내내 떠오른 막내외삼촌.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나서 평생 외할머니의 아픈 손가락이었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막내외삼촌.

막내외삼촌을 가족들이 돌보고 싶어했으나...
시골에서 자유롭게 살던 외삼촌이 서울에 와서는 온갖 기행을 해서 도시에서 함께 살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어른들이 고심 끝에 요양병원으로 보낸... 형제들이 감당하기엔 어려웠던 막내외삼촌.

개천절 밤.
<초콜렛 도넛>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게이커플, 다운증후군의 삶, 위탁가정, 특수교육, 아동복지...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들.
하지만 다른 주제들에 밀려 크게 관심 갖지 않았던 주제들.

어떤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는건지?
어떤 부분을 먼저 고쳐야 하는건지?
고민을 던져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