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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향락 노동자에겐 향락이 노동이요 노동이 향락이다. 일을 할 때 우리는 봄날의 새싹처럼 돋아난다. 새로운 도전은 항상 우리를 성장시키고, 꽃망울이 피어나려고 태양을 향해 온몸을 뻗듯 우리는 넘치는 에너지로 자신의 능력을 임정하기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향락노동자인 우리는 일을 사랑한다. 일을 통해 인정받기를 원한다. 사실상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란 거의 불가능하고 가능하더라도 일시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끊임없이 희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욕에 불타 일하고, 때로 미친 듯이 일한다.
과도한 노동은 향락의 절제를 가져온다. 무절제는 조심스러운 절제로, 탐욕은 금욕으로 귀결된다. 우리의 성적 에너지 대부분 혹은 전부가 노동으로 승화한다. 우리는 모든 열정을 프로젝트에 쏟아 붓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대단하고 새로운 사랑이라도 되는 듯이 일을 향해 돌진한다.
승화는 충동의 변화와 순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은 그 자체로 충동적일 때가 많다. 이때 이 충동은 무아지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함으로 돌진한다. 일중독자는 강박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일로 소진한다. 그는 일을 해야만 하며 도저히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지속적인 흥분 상태가 갑자기 중단되면, 어찌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불안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향락 노동자에게 일체의 여가는 오히려 고통이다.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시간 감각이 완전히 상실되어 야근도 야근이라 느끼지 않지만, 할일이 없어지면 시계 소리조차도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게 느껴진다. 그는 계획되지 않은 시간이나 따분함을 견딜 수 없으며, 한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하늘에서 당장 날벼락이 떨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박적인 분주함에 빠져든다. (메일 체크, 조깅, 정리 정돈이 가장 흔한 대리행동이다). 오늘날의 성과사회에서 우리는 이런 노동 충동을 열정이나 활력과 쉽게 혼동하는데 사실 이는 우울증에 저항하는 절망적 투쟁에 다름 아니다. 향락 노동자는 밤이 되어도 쉬지 못하고, 어느 순간 힘이 다 떨여져서 완벽한 무감각에 빠질 때까지 쉼 없이 머리를 굴려야 한다. - 8~9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