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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인생

by 하트입술 2013. 9. 13.
살면서 남들이 겪지 않는 일들을 많이 겪는 편이다. 주변에서 신기해 할 정도로 특이하거나 재미난(?)일을 왕왕 겪곤하는데, 어젠 그닥 유쾌하지는 않은 일을 겪었다.

박사수업을 들으러 가는 목요일 저녁. 7시에 은평구에 위치한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강의가 있어(강사분이 보사연 박사님임) 5시 52분에 퇴근을 하고 부랴부랴 보사연으로 향했다. 지난주에 6시 10분 쯤에 출발했다가 7시 5분에 보사연에 도착한 경험이 있어서, 조금 일찍 나간 것!

그리고 지난주에 내부순환을 타라고 했는데, 못 타서 빙빙 돌아갔던 기억이 나서 "이번엔 기필코 내부순환을 타겠다!"라는 다짐으로 운전을 하고 갔다. 항상 그렇듯 파천교를 건너 올림픽대로를 타고(난 어딜 가든 이 코스로 가게 되는 듯;;), 유턴을 안하고(강동 쪽으로 가려면 유턴해서 빠져야 함) 직진을 해서 양화대교를 건넜다. 양화대교로 빠지는 1차선 도로 양 옆에 나무가 어찌나 무성하던지, 짧은 거리였는데 기분이 급 좋아진 상태로 양화대교를 넘어서 강변북로를 탔다.

그리고 네비는 강변북로를 쭈~욱 타고 가라고 했으나, 나는 "내부순환을 타야 한다"는 일념으로 내부순환에 진입. 근데 왠걸... 내부순환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 동안 고속화도로를 수시로 타 봤으나, 이렇게 막히는건 처음 본! 그냥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더라. 아주 조금씩 움직여서 운전하며 양손으로 카톡이 가능한 상황.
그제서야 네비따라갈걸 괜히 내부순환을 탔다고 한탄하며, 은평구에 사는 친구가 포함되어 있는 단체카톡에 "내부순환에 갇혀버렸다"고 카톡을 하니 왠걸... "내부순환은 원래 엄청 막힌다"며 "서울 토박이이면서 그런 것도 몰랐냐?"는 타박만 이어졌다.

우리집은 남동쪽인데, 북서쪽은 우리집에서 정 반대인데...
그래서 간혹 놀러가느라 들르는 홍대나 신촌 외에는 북서쪽엔 갈 일이 전혀 없는데...
그래서 모르는건데!!! 괜히 한마디 했다가 구박만 받고, 어찌어찌 7시 1분에 보사연 도착.

후다닥 주차하고 강의가 열리는 소회의실에 도착하니 7시 3분.
그런데 왠걸? 아무도 없는 깜깜한 소회의실.
그제서야 수업을 같이 듣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언니! 강의실이 학교로 변경되었는데 몰랐어요?".

헐... 멘붕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해 준 한마디.
"강의실이 학교로 변경되었는데..."

난 여의도에서 은평구 불광동으로 왔는데, 강의실은 동작구 흑석동이라는!!
고로 다시 여의도를 지나 동작구 흑석동을 가야 한다는!!
5시 52분에 학교로 출발을 했으면, 6시 20분 전에 학교에 도착해서 저녁도 먹고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그.리.고. 7시는 러시아워 시간이라 여의도를 지나 동작구를 가는데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릴 거란 것!!!

수업은 들어야 하니, 바로 정신줄 챙겨서 다시 내부순환을 타고 성산대교를 건너 동작구를 향했다.

네비를 찍으니 서울역을 거쳐 가는 길과 강변북로를 거쳐 가는길 2가지 길을 알려주는데...
서울역 거쳐가면 신호를 엄청 받을 것 같고, 평소 경험에 의하면 강변북로는 성산에서 동작까지 막히고 동작부터 뚫리는 것을 수시로 목격한 지라 네비가 안 알려준 길로 고고싱.

우선 내부순환을 타고(다행이 남쪽방향 내부순환은 안 막혔다), 성산대교를 건넜다. 그리고 신호대기가 걸린 틈에 친한 선배에게 전화해서 지금 올림픽대도랑 노들길 중 어디가 안 막히는지 검색해서 알려달라고 한 후, 노들길이 안 막히니 노들길을 타라는 전화를 받고 노들길을 타고 학교로!

퇴근길에 비까지 오니 차는 막히고, 수업은 이미 한~참 늦은 상태니 마음은 갑갑하고...
힙합노래 크게 들으며 학교에 도착하니 8시 1분. 주차하고 강의실에 가니 8시 5분.

마음이 급하니 평소보다 끼어들기도 잦아지고, 그럼에도 큰 물의 일으키지 않고 운전을 해내는(?) 내 모습을 보며, "운전이 좀 늘었구나!"란 위험한 생각도 조금 해본. 하하하!

그리고 어제 일로 다시 한번 느낀 건.
"가본 길이 편하다!"라는 거다.

지난주 보사연에서 여의도 오는 길에, 내부순환을 타고 여의도를 와서 그 길을 한번 지나가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차가 막히는 상황에서도 갔던 길 기억하며 차선변경 미리미리 해서 차 내부순환 나오자 마자 씽씽 갈 수 있었고, 성산대교를 거쳐 학교를 가는길 또한 다녀본 길이라 금방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또 내가 길눈이 과하게 밝다는 사실 또한 다시 한번 느꼈다.
시골 길은 잘 구분을 못하나, 도시 길을 기억을 매우 잘해서 한 번 지나간 길은 기억을 더듬어 갈 수 있는!!
그러니 확실히 길 찾기는 편하더라~
성별은 여자이나, 공간지각력은 남자 수준인. 푸흣!

여하간 힘들게 등교한 후, 하교까지 힘들게(비가 와서 그런지 차가 엄청 막히더라)해서 집에 도착하니 11시.
그렇게 고된 하루가 갔다.

어제 차가 하도 막혀서 차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13년 지하인생, 지하철 스토리"와 "소개팅 스토리"를 써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허나,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