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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있어서 빌렸던 책 <양파의 습관>.
3월엔가 읽었던 책인데, 책 내용만 발췌해 놓고는 서평은 이제서야 쓴다;;
주인공 장호. 그리고 이름이 같은 친구 마장호와 마장호가 외국으로 떠나며 맡기고 간 원숭이 마짱. 그리고 옆집에 사는 말 없는 여자 김보리.
절친인 마장호가 어학연수를 갔다가 외국에서 죽고, 엄마 또한 갑자기 돌아가신.
그 것을 극복해 내는 장호.
담배를 태우며 자못 불량스러운 태도로 마장호를 지운 이유는, 그래야 내 맘이 덜 아플 것 같아서였다. 나는 마장호가 내 애인을 가로채 간 녀석이었다는 듯, 혹은 내 돈을 떼먹고 도망간 녀석이었다는 듯, 그래서 절연의 의미로 너 같이 나쁜 놈은 내 휴대폰에서 사라져야 해, 하는 맘으로 삭제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 나쁜 새끼야, 첫눈에 반한 그 테크닉 좋다는 클레아랑 이태리에서 아들 딸 낧고 잘 살아라, 하는 말과 함께 침을 한 번 뱉여줬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나는, 걸려오지도 않을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해두는 건 공간 낭비일지도 모른다며, 애써 독한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려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곧 후회하고 말았다.
"공간 낭비라니...... 미안하다, 마장호."
녀석을 지우기 위한 변명치고는 내가 듣기에도 좀 미안한 변명 처럼 들렸다. 그래도 마장호는 날 이해해주리라 믿었다. 나는 눈가에 맺히려는 눈물을 얼른 닦아내고는 두어 번 헛기침을 한다. 마음이 돌아설까 두려워 휴대폰 전원을 아예 꺼버린다. 그리고 세 번째 담배를 꺼내 물며 짐짓 태연하게 혼잣말을 한다. - 255~6 page
목조계단을 밟아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삐그덕삐그덕 마장호의 죽음을 달래주기 위해 이 계단을 밟아 올라오던 엄마가 생각난다. 그게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좀 더 오래오래 앉아 엄마에게 유리 천장의 별을 보여줄 걸 후회가 된다. 그녀의 말처럼 그게 언제가 됐든 엄마란 늘 후회를 남기는 존재라더니, 정말로 모든 게 후회투성이다.
요즘엔 아래층에 내려가는 게 죽기보다 싫다. 휑한 거실이, 꺼져있는 텔레비젼이 싫기 때문이다. 아직은 텔레비전 너머에 걸린, 발레복 차림의 엄마 사진을 추억으로 바라볼 수 없기 떄문이기도 하다. 낡은 엄마의 소파도, 비어버린 엄마의 쿠키 바구니도 내게는 슬픔일뿐이다. - 298 page
가까운 누군가를 멀리 보내버릴 때의 슬픔.
그 사람들 다시는 볼 수 없을 때의 슬픔.
위의 구절들에서 그 절절함이 묻어났다.
덤덤하지만 슬픔 그 느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느낌.
누군가를 보낸다는 것은, 책을 읽기만 하는 것으로도 참 힘든 일이다.
괜찮은 소설이었다 <양파의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