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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지지향. 그리고 그 옆 건물에 있는 아름다운가게 보물선.
지난 1월 혼자 지지향에 쉬러 갔다가 보물선에서 산 책 5권 중 하나 <철도원>.
대학 때 읽었던 책인데, 소장을 하고 싶었다.
다시 읽어도 좋은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 모음 <철도원>
좋다. 좋다. 좋다.
책을 읽은 후 발췌 해놨던 부분들...
(2월에 읽고 발췌만 해 놓고 서평은 안 써놓고 있었다. 이놈의 게으름)
<철도원>
"유키코.... 어제 저녁부터 차례차례 자라가는 모습을 이 아비에게 보여준 게로구나. 저녁 참에는 책가방을 메고 아비 눈앞에서 차렷 해 보였지. 그리고 한밤중에는 좀더 자란 모습을, 그리고 이번에는 비요로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십칠 년간 성큼성큼 자라는 모습을 아비에게 보여준 게로구나......"
소녀의 목소리는 내려 쌓이는 눈발처럼 조용했다.
"왜냐면요, 아버지는 변변히 기쁜 일 한번 없으셨잖아요. 저까지 자식 노릇 한번 제대로 못 하고 죽었구요. 그래서......" - 44 page
<러브레터>
바닷소리 들립니다. 비 옵니다. 아주 캄탐합니다. 누운 채, 손 한쪽으로만, 서투른 글씨 미안합니다.
고로 씨가 정말 좋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누구보다 고로 씨가 좋습니다. 아픈 거 괴로운 거가 아니라 고로 씨를 생각해서 울고 있습니다. 매일 밤 잠들 때 꼭 그랬던 것처럼 고로 씨 사진 보면서 울고 있습니다. 항상 그랬지만, 친절한 고로 씨 사진 보면 눈물이 나옵니다. 슬픈 거 괴로운 거가 아니고 고맙다고 눈물 나옵니다.
고로 씨에게 드리는 거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합니다. 그래서 말만, 서투른 글씨로. 미않바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세상 누구보다.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고로 씨
짜이쩬. 안녕. - 85 page
<악마>
<츠노하즈에서>
"자네들, 회사 안에서 두 번 다시 내 이름 입에 올리지 마."
등을 두드리던 오타의 손이 멎었다.
"샐러리맨이라는 건 말야, 남 하는 대로 그럭저럭 박자를 맞춰가면 되는 거야. 잘난 척 하고 북 치고 장구 치다 헛손질해서 남들 눈 밖에 나는 일만 없으면 그걸로 반 점수 따는 거라구. 리우 지점장 따위로 떠난 위인은 싹 잊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입에 올리지 말라구. 알겠어? 자네들이 그 약속을 안 해주면 내가 발 뻗고 잠을 못 자."
부하들을 뒤에 남겨두고, 누쿠이는 보도를 걷기 시작했다. 130~1 page
<캬라>
<백중맞이>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
<오리온 좌에서 온 초대장>
자신은 니시진을 버렸다. 좁은 골목골목마다 고집스런 직인들이 살고, 입 사나운 소문만 끊이지 않는 이 마을이 싫어서 견딜 수 없었다. 도쿄로 나가자마자 고향을 잊었다. 향수 한번 느끼는 일 없이 그냥 깨끗이 잊어버렸다. 그리고, 이십 년이나 같이 지낸 니시지느이 아내마저 끝까지 돌봐주지 않았다.
그런 세월 동안에도 오리온 좌는 줄곧 영화관 불을 끄지 않고 니시진을 지켜왔던 것이다. - 289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