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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꽤 유명한 작가로 알고 있는데, 난 이번에 처음 그의 작품을 읽었다.
국회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면 매번 예약을 해야 하는 책이라 보는걸 포기 하고 있었는데, 혜진언니가 빌렸다길래 언니가 빌린 책을 본 <템테이션>
뭔가 실감나는 소설이라 해야 할까? 왜 인기가 있는지 이해가 가는 책.
무명작가 11년만에 유명해진 데이비드 아미티지. 그가 보낸 시나리오가 유명 시트콤이 되며 인생이 180도 달라진다. 그 후 조강지처(?)를 버리고 만난 폭스의 이사 샐리. 그의 자금을 관리해주는 바비 바라.
언제나 함께 해온 에이전트의 앨리슨. 그리고 아미티지의 재능을 훔핀 필립 플렉과 그의 와이프 마사.
갑자기 유명해지고 백만장자가 된 데이비드 아미티지의 이야기.
성공, 작은실패, 잠시 도약, 실패, 완전 도약을 꿈꾸는 모습.
성공을 했을 때 몰려든 사람들과 실패 했을 때 모르는 척 하는 사람들. 냉혹한 사회.
죽은 듯이 자고 깨어났다. 아홉 시간을 푹 잤더니 기운이 넘쳤다. 베개에서 고개를 뗐다. 작가로서 성공을 거둔 이후 내가 얼마나 긴장감 속에서 피곤하게 살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면 삶이 편해질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성공하면 삶은 어쩔 수 없이 더 복잡해진다. 아니, 더욱 복잡해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갈증에 자극을 받으며 더욱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걸 성취하면 또 다른 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린 또 다시 결핍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완벽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달려든다. 그때껏 이룬 것들을 모두 뒤엎더라도 새로운 성취와 변화를 찾아 매진한다.
새로운 성취를 이루면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 모든걸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슬며시 빠져 나가는 건 아닐까? 아니, 더 나쁜 경우는 그 모든 것에 질려 버려 사실은 이전에 이루었던 게 진정 원하던 게 아니었을지 자못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 121~2 page
'부자들은 우리와 달라.'
그 말에 헤밍웨이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그래 부자들은 우리보다 돈이 많지.'
그러나 이제 나는 돈이 주는 특권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잔일들에서 벅어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돈 많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물론 권력도 누릴 수 있다. 권력 또한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 133 page
갑작스런 성공을 한 데이비드 아미티지.
좋은 옷도, 책도, 고급 만년필도, 음악 CD도, 영화 비디오도, 헬스 트레이너도, 75달러짜리 미용실도, 1년에 2천 달러가 드는 치아 미백도, 바다가 내바도이는 작고 예쁜 고급호털에서 보내는 8천 달러짜리 휴가도 다 필요 없었다. 별장에서 쓰는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은 일주일에 30달러를 넘지 않았다. 전화는 거의 쓰지 않았다. 음식, 적당한 수준의 와인 두 병, 맥주 몇 캔, 가끔 들르는 가까운 영화관, 이렇게 쓰면 일주일에 2백 달러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다. 즉, 앞으로 26주는 너끈히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모든 걸 줄이자 기분이 묘했다. '버릴수록 자유롭다' 같은 뻔한 헛소리가 아니라 확실히 삶이 단순하고 편해졌다. - 347 page
표절의혹에 시달리며 나락으로 떨어진... 모든 것을 잃어버린 데이비드 아미티지
"지금 요점은 그게 아니잖아요? 당신이 모든 일을 꾸며서 나를......"
"아니죠. 댁이 스스로 초래한 일이죠. 댁이 샐리 버밍엄을 택해 가정을 버렸어요. 댁이 내 초대를 받아들였어요. 댁이 내 제안을 받아들여 이백오십만 달러에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했어요. 댁이 맥콜을 향해 날카로운 칼을 뽑아 들었어요. 댁이 내 아내한테 빠지기까지 했죠. 그 모두가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모두 댁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에요. 나는 아무런 장난도 치지 않았어요. 댁이 스스로 선택한 일에 희생된 거에요. 인생은 그런 겁니다. 누구나 선택을 하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요. 그게 바로 '인과율'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내린 결정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기면 늘 남 탓을 하는 버릇이 있어요. 상황이 안 좋았거나 사악한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보면 진정 탓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란 걸 알게 되죠." - 426 page
필립플렉과 데이비드 아미티지의 언쟁. 필립플렉은 모든 것이 아미티지가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함정을 꾸며놓고 선택하게 만든 것은 필립플렉 본인이었다.
필립플렉이 꾸며놓은 함정에 빠진 데이비드 아미티지.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 446 page
FRT와 2백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모두들 다시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워너브라더스에서는 당장 앨리슨에게 전화해 <무단 침입>의 제작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초고 원고료 반납 건은 부디 잊어 달라고 말했다. 옛 지인들도 부랴부랴 나에게 전화했다. 방송계 부부는 점심을 같이 하자며 나를 초대했다.
나는 될 수 있으면 '내가 이 사람들을 필요로 할 때 과연 이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할리우드는 어차피 그런 동네다. 엄청난 환영을 받다가도 언제 무시당하며 쫒겨날지 모른다. 추어올려졌다가도 금세 내동댕이쳐진다. 할리우드는 진화론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가혹하다는 점에서는 다 같지만 예의와 교양으로 겉치레하는 다른 도시와 달리 로스앤잴레스는 단순한 한 가지 전제 즉 자기에게 도움이 될 때만 그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다는 전제 아래 돌아간다. 살마들은 로스앤젤레스의 그런 문화를 천박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나는 로스앤젤레스의 무자비한 현실성이 나쁘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에 있으면 현실을 똑바로 보게 된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게임의 규칙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 431 page
결국 다시 재기 한 데이비드 아미티지.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을 반추하게 된.
잘 나간다고 자만해서도 안되고, 못 나간다고 낙담해서도 안된다.
잘 나갈때 옆에 있는 사람은 나의 후광을 얻고 싶어서 오는 기회주의적인 사람일수도 있다.
정말 힘들 때 곁에 있는 사람이 진정한 내 사람이다 등...
나 또한 간혹 명함 속의 내가 진짜 나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 같다.
국회의원 비서관. 한국 사회에선 을보단 갑의 위치인...
이 명함이 사라지고 자연인이 된다면?
내가 지금 누리는 것들, 함께하는 것들을 그대로 할 수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