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희경으로 검색을 해서 빌려 읽었던 책 <태연한 인생>
제목은 태연한 인생이나,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그닥 태연한 인생은 없는 듯!
이 책은 류의 부모가 어떻게 만났는지 부터 설명을 한다.
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으로 온 류. 그리고 독설을 일삼은 문학 평론가 요셉.
그러나 요셉의 시선은 막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는 밤을 함께 보낸 커플만이 가질 수 있는 야릇한 분위기가 풍겨나왔다. 조금은 피곤하고 뿌듯하고 그만큼 어색하고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뭔가 미진하고 앞으로 관계가 어떻게 될 지 신경이 쓰이고 상대가 만족했을지 궁금하기도 한, 바로 요셉이 좋아하는 달큰하고 애매한 분위기였다. 사랑의 진위나 쾌락의 값에 상관없이 그런 시기는 극히 짧게밖에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자신들이 지금 생애의 얼마나 눈부신 순간에 도달해 있는지 깨달을 만큼 인생을 잘 알지는 못하는 젊은 그들은 요셉이 보내는 축복의 시선을 불편하다 못해 적대감을 갖고 피하는 눈치였다. 사실 요셉이 입가에 웃음까지 띤 것은 젊은 부부와 아기 때문이기도 했다. 요셉은 그들이 과시하려고 하는 것을 한사코 보지 않음으로써 그들과 같은 패턴의 세계에 속하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그처럼 친사회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함께 밤을 보낸 젊은이들의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더욱 폭넓게 조망한 것은 그날 아침 요셉이 결행한 의미있는 성취라 할 만 했다. - 85 page
약간은 삐툴어진 요셉의 심정이 제대로 나와 있는 구절이었던 듯.
예술이 하는 일은 한마디로 패턴을 깨는 것이야. 배신하는 것. 과격할수록 혁명적이라고 칭찬을 받아. 근데 현실에서는 보통 그것을 나쁜 짓이라고 부른단 말야. 혁명을 행동으로 옮기면 나쁜 남자가 되고, 결과적으로 모든 나쁜 남자들은 세상의 패턴과 성스러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거지.
- 나쁜 남자의 매력은 패턴을 깨기 때문이에요? 반적이 있다 그런거?
- 나쁜 짓엔 창의성이 있어야지.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해야 그것이 크리에이티브한 거니까. 다 있는 걸 또 상상하면 그건 있는 것을 몰랐다는 것, 즉 무식밖에 더 되겠냐?
- 설마 모든 패턴을 다 깨라는 건 아니죠? 그건 카오스잖아요. 도덕적 타락이에요.
영준이 목소리를 높여 K선생의 말을 반박한다.
- 그래? 영준이 같은 순수한 젊은이들이 패턴을 지키느라 애써주면, 나쁜 남자들이야 고맙지. - 108 page
요셉이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
대학원신문사 활동을 할 떄 편집위원 중 문예창작과 대학원생들이 있었다.
그들이 종종 하던 말...
"평범한 사람은 소설가를 못해!", "소설가는 경험치가 많아야 하고, 나쁜 사람이어야 해!"
약간의 기행을 너무나 댱연하게 받이들이던 문예창작학과.
아니 오히려 꽤나 기행을 저질러도 그려려니 하던 학과.
"예술이 하는 일은 한마디로 패턴을 깨는 것이야. 배신하는 것. 과격할수록 혁명적이라고 칭찬을 받아. 근데 현실에서는 보통 그것을 나쁜 짓이라고 부른단 말야. 혁명을 행동으로 옮기면 나쁜 남자가 되고, 결과적으로 모든 나쁜 남자들은 세상의 패턴과 성스러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거지."
패턴을 깨면 혁명적인데, 그게 나쁜짓이기도 한...
패턴을 깨고 싶은 삶을 살고 싶은 요즘. 저 구절이 콱 와 박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난 패턴 따위는 깨지 못하고 있으니~
조금의 기행을 저지르며 만족하고 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태연한 인생>
소설이지만.. 난 류에게도 요셉에게도 끝까지 공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니었다.
은희경 소설은 대학 때 몰아서 읽었었는데, 지금 다시 한번 쭈~욱 읽어봐도 좋을 듯.
그땐 참 좋아했었는데...
<태연한 인생> 같은 소설이라면 앞으론 그닥 좋아하지 못할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