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타일>,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의 작가 백영옥.
국회 도서관에서 그녀의 이름으로 검색을 했더니 <다이어트의 여왕>이라는 책이 나왔다.
빌려놓고 보니 꽤나 두툼했던 책(재생지라 두깨에 비해 무겁진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이 책 또한 휘리릭 읽어버렸다.
이별 후 친구가 작가인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주인공 연우.
만약 '실연수당' 같은 게 있다면 어떨까.
많은 금액은 아니어도 상관없다.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고, 조용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점심을 먹을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하루쯤 휴가를 주는 거다. 무엇보다 내 이별을 회사도 공식적으로 슬퍼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좀 덜 외롭단 생각이 들 거다. 그렇다면 실연을 이유로 회사에 사표를 던지는 나약한 사원들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 31page
연인과 헤어졌어도 티낼 수 없는 직장. 마음은 찢어지는데 똑같이 업무는 처리해야 하는...
연애가 일에 영향을 미치면 안되니깐..
여하간 연우는 실연 후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된다!
무료한 하루하루. 뭐 재미난거 없을까?
당신은 당신 삶의 규칙의 희생자다.
미국의 사진가 제니 홀처가 한 말이다.
왜 이 말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규칙이 내 삶을 규정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될 대로 돼라. 그거면 충분 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면, 나도 그를 좋아했다. 사랑하면 섹스했고, 음악이 나오면 노래를 따라 불렀다. 흥에 겨우면 춤을 췄고, 술을 마셨다. 사랑에 빠졌는데 키스하지 않고, 연애하는데 손을 잡지 않고 가는 연인들이 내 눈엔 이상해 보였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먹지 않는 식욕부진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언제나 그가 사라질 떄까지 앞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감정을 숨기고 계산하기엔 나는 늘 숨이 가쁠 만큼 바빴다. 또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자신의 약함을 타인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일하고, 사랑하고, 배우는 모든 일들이 내겐 정해진 수순처럼 느껴졌다.
말하자면 나는 운명론자였다. - 64~5 page
나는 나의 삶의 규칙의 희생자다.
나는 32년간 정해진 규범을 철저히 따르기 보단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왔지만...
그래도 경계선에서 일정 수준 이상은 넘어가지 않았고, 결국은 다시 경계선 안으로 되돌아 왔다..
그 결과 지금 난...
매우 안정적인 곳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며 일탈을 꿈꾸고 있다.
대신...
사랑에 빠지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면, 나도 그를 좋아했다. 사랑하면 섹스했고, 음악이 나오면 노래를 따라 불렀다. 흥에 겨우면 춤을 췄고, 술을 마셨다. 사랑에 빠졌는데 키스하지 않고, 연애하는데 손을 잡지 않고 가는 연인들이 내 눈엔 이상해 보였다.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하는게 왜 이리 어색한건지...
다른 부분엔 모~두 직설적인데. 유독... 연애에선 왜 이런걸까? 왜왜왜!
나이가 들어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건, 이미 살아온 삶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어제와 내일이 비슷하고, 올해와 내년의 사랑이, 십 년 후 친구와 가족들이 변치 않으리란 빤한 예측들. 성공의 기쁨과 실패의 절망을 알아가는 나이가 되면, 앞으로의 시간들은 새롭게 '축척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들로 '포개져'버린다. 그러니 시간은 점점 더 빨라질밖에. 늘 가는 식당, 늘 가는 회사, 늘 만나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언제나 포개지며 반복되니까. - 148~9 page
비슷한 경험들로 포개져 버리기 떄문에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는 이야기. 딩동댕!
책의 대부분은 연두가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내용이었는데, 난 그 내용보다 중간 중간 담겨있던 다른 글에 더 집중한. 하하하!
백영옥 책 중 가장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른 소설들에 비하면 재미있는 칙릿소설. <다이어트의 여왕>.
나야 말로 '다이어트의 여왕'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