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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쿨하게 한걸음(서유미)

by 하트입술 2012. 12. 24.

쿨하게한걸음
카테고리 소설 > 테마소설
지은이 서유미 (창비,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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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작가를 검색해서 봤던 책 <쿨하게 한걸음>

제목만 보면 너무 가볍다는 느낌이 마구마구 나기도 하지만, 실제 내용은 너무너무 좋았다!

내가 딱 좋아하는 분위기의 소설.

정이현 작가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현 시대를 나와 동일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한 여자(연수)의 이야기...

<쿨하게 한걸음>을 읽으며, 소설의 주인공인 연수와 내가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책에 온통 다 밑줄 치고 싶어졌었다(물론 국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기 떄문에 그런 짓 따윈 하지 않았음).

  서른살이 넘으면서부터 생일이나 밸런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 흥미나 기대를 갖지 않게 되었다. 계속되는 실망감이 기대를 없앤 건지, 나이가 들면서 어차피 그날이 다 그날임을 깨닫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바라는 건 특별한 날 싸우지나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8 page

딩동댕!!
일년에 한번씩 오는 생일은 깨알같이 챙기고, 기념일 또한 그랬었는데~
서른이 넘어서니 온갖 기념일들에 조금은 무덤덤해지는... 나이 탓인가?
정말이지 기념일엔 싸우지만 않으면 된다. 그만이다.

  며칠 뒤면 서른세살이 된다. 연애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에 헤어진 건 처음이다. 이십대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취해 사랑을 시작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크리스마스의 마법 같은 건 통하지 않는 나이가 돼버렸다. 차라리 크리스마스의 저주다. 물론 크리스마스이브에 얼어 죽은 성냥팔이 소녀를 생각하면 견딜 만하지만 말이다. - 17 page

소설 속 주인공 연수는 서른두살 크리스마스에 헤어졌는데, 난 스물 여섯살 크리스마스 이브날 남자친구와 언쟁을 하고 일주일 간 고민을 하다가 12월 31일에 헤어졌었다. 생일이 되기 1시간 전에 헤어진...

그간의 연애 중 가장 가슴아픈 이별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은 남아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결혼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이 나자 합의 후 헤어진. 
독했던 그와 나. 펑펑 울면서 도대체 왜 헤어진건지...
그 땐 그 선택이 최선이라 믿었으나, 지금은 그 선택이 최악이었다. 
너무 어렸고, 내가 더 우선되던 때라 내렸던 결정이었던 듯...  

  정말 상상과는 너무 다르다. 십대 후반, 혹은 이십대 초반쯤에는 서른살 정도면 인생의 모든 것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을 거라고 믿었다. 표면적으로는 나 혼자 사는 원룸과 재산 목록 일호로 꼽는 잘 빠진 자동차, 열정을 다해 일하고 싶은 직업과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약간 버거운 연봉, 뭐 이런 것을 소유하고 있을 줄 알앗다. 그뿐 아니라 거창한 삶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며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인생의 동반자와 사랑에 빠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21세기에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닐 거라는 상상보다 훨씬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서른살 이후의 인생이란 날개를 활짝 펴고 그 궤도를 따라서 멋지게 비행만 하면 될 거라고 기대했다. 정해진 궤도를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살짝 지루해질 수도 있지만, 갈팡질팡하고 불투명한 스무살 무렵에는 오히려 그런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젊음의 절정으로 빛날 삼십대를 생각하면 황홀해졌다. 그래서 그때는 서른살이 넘으면 인생을 견뎌내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서른셋씩이나 되고 보니 달라진 것도 별로 없다. 삼십대는 빛나지도 않고 젊음의 절정도 아니며 여전히 바람과 파도가 아슬아슬하게 키를 넘기는 태풍 속일 뿐이다. 안정적인 궤도라는 것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루어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가슴을 짓누른다. 인생은 점점 더 살아가기가 팍팍하고 피 속에는 세상의 찌꺼기까지 잔뜩 끼어 혼탁해진 것 같다. 배신이라도 당한 기분이다. 물론 나 자신에게 말이다. 이런 지경이니 사십대는 기대와 상상이 되기는커녕 낭떠러지 같은 기분마저 든다. 사십대를 기대하기에는 인생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독하게 마음걱고 인생이라는 밭을 다 갈아엎기 전에는 말이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 66~7 page


공감 공감 또 공감.
내 마음을 그대로 글로 써 놓은 듯 했다.

서른살 정도면 인생의 모든 것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을 거라고 믿었다. 표면적으로는 나 혼자 사는 원룸과 재산 목록 일호로 꼽는 잘 빠진 자동차, 열정을 다해 일하고 싶은 직업과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약간 버거운 연봉, 뭐 이런 것을 소유하고 있을 줄 알앗다. 그뿐 아니라 거창한 삶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며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인생의 동반자와 사랑에 빠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생의 모든 것이 안정적인 궤도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삼십대...
하지만 아직도 난 불안불안 하다.
결혼은 커녕 연애도 하지 않고 있고, 직업 또한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별정직 공무원.

서른이 훌쩍 넘었건만. 아직도 내 삶은 안정과는 참 거리가 멀다.
그리고 아직도 이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결혼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며 결혼을 한 친구들을 보면, 그들의 안정이 참 부러우면서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 좋으니... 아이러니.

국회의원이 의원식을 상실하거나, "너 그만 나와!"라고 하면 바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보좌진이라는 직업.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정책과 법을 만들수 있고, 그로 인해 나라와 국민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
내가 하는 일들이 바로 눈으로 보여져서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
그만큼 책임감이 뒤따르고 야근과 주말출근이 당연한 직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좋아하는 내 직업.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강도와 개인생활의 결여로 인해, 남자를 만나기도 쉽지 앟은 직업이지만...
(이해들을 잘 못하더라... 보좌진의 삶을)
아직은 지금 하는 일이 너무나 좋고...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싶지는 않다. 현재는...

당장 직업을 바꿀 생각이 없으면서도 안정적인 걸 꿈꾸다니.... 왜 이런걸까?

불안정 해서 그래서 더 매력적인 내 삶.

"가끔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냥 회사나 다닐 걸 그랬나. 그래서 올 가을이나 내년봄쯤에 결혼하고..... 그냥 그렇게, 좀 쉽게 살 걸 그랬나 싶을 떄도 있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서른셋은 공부할 나이가 아닌 것 같다 싶어 불안하기도 하고...... 너무 애매한 나이 같아. 누구나 다 이런 고민 하겠지만. 그래도 어떻해. 이미 시작해버린걸. 열심히 해야지."
나도 요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공부에, 또 어느 시기에는 사랑과 일에 몰두해야 한다. 또 어느 시기에는 고민을 해야 하고 어느 때에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런데 스물다섯살 일 때도 서른살일 떄도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늘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시작하기에 적당한 때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과연 어느 시기일까. 무언가를 시작해도 될까. 굳이 보편적인 삶의 행보를 따라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삶을 완전히 엎어버리는 혁명을 일으키고 싶지도 않다. 사실 그럴 만큼 배포가 큰 인물도 못 된다. 어쩌면 명희가 걱정하는 것처럼 괜한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우리의 괜한 짓은 앞으로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정말 궁금하다. - 98 page


"아무리 생각해봐도 서른셋은 공부할 나이가 아닌 것 같아 싶어 불안하기도 하고" 이 구절에 콕콕콕!
친구들은 서른셋인데, 빠른 생일인 덕에 나는 서른둘.

서른둘에 다시 공부를 한다. 3월부터 박사스타트.
일을 그만두고 공부에만 집중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3월 부터 시작 될 주경야독.
결국 난 또 보편적인 삶의 행보를 따라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식으로 나타날지는 모르겠다.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