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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서른에 꽃피다(남인숙)

by 하트입술 2013. 3. 2.

서른에꽃피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에세이
지은이 남인숙 (도서출판이랑,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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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 중 하다. '더 이상 젊지 않다?", '좋은 날 다 갔다?'

스물아홉에서 서른 넘어갈 땐 국회 도서관에서 스물아홉, 29를 검색한 후 검색된 책을 읽어내려갔고, 서른이 넘은 이후에는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서른'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여 검색된 책을 읽고 있다. 읽어도 읽어도 '서른'으로 검색되는 책은 참 많다.

<서른에 꽃피다> 이 책 또한 지난해 말 국회도서관에서 '서른'으로 검색해서 빌린 책이었다.

서른하나에서 서른둘로 넘어가는 시점.
난 내가 서른이 넘으면 당연히 누군가와 결혼을 해서 아이도 하나 키우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거나 혹은 임신중인 지금도 난 결혼은 커녕 연애도 안하고 있다. 그리고 3월부터 박사 공부를 시작한다.

점점 평균에서 벗어나는 듯한 나의 행보.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어찌어찌 하다보니 서른둘의 난 미혼의 파트타임 박사과정생이 되어버렸다.
일과 박사과정의 병행. 하면 할 순 있겠지만, 일상의 유희는 모두 버려야지만 가능한 삶.
나의 선택이지만, 이것이 제대로 된 선택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좋은 결정이란 그 순간에 운명처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한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람은 끝내 좋은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선택을 남에게 떠넘기는 사람은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남 핑계 대고 빠져나올 수 있어 당장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평생 철들지 않는다. 그저 운이 없다고만 생각할 뿐, 자신의 삶이 왜 끝까지 행복하고 가치 있는 것이 되지 못하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 140~1 page

지난 가을 박사원서를 내기 전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지금 박사를 가는게 맞을까?", "지금도 바쁜데, 박사과정 시작하면 시간이 더 없을텐데... 연애는 언제 하고 결혼은 언제 하지?", "내가 박사를 먼저 하는게 맞을까? 아님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을 하는게 맞을까?" 등등...

박사를 시작했을 때 가장 문제는 결혼이었다. 석사 1차 때도 일과 공부를 병행했었다. 그 땐 연애까지 병행을 했으니, 3가지를 한번에 했는데... 그게 참 어려웠었다. 

매일 6시 20분에 퇴근해서 집에 오면 7시 40분. 20분만에 밥 먹고 8시부터 공부 시작. 겨우겨우 2과목 과제를 하고 수업을 듣고... 주말에 잠깐 동네에서 남자친구 얼굴 보기. 그 때 당시 만났던 남자친구는 내가 공부하는 것을 적극 지지하며, 배려해줘서 계속 만날 수 있었지만 그건 연애를 시작한 후 공부를 했던거고... 공부시작 후엔 누군가를 만날 짬이 생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 안주할 수는 없으니 박사과정에 지원을 했고 붙었다. 결정을 한 이후 만들어진다는 것. 박사과정에 붙은 이후에도 결정을 해야 할 것들은 참 많다. 일과 박사의 병행 혹은 박사과정만? 우선 이것 부터 결정을 해야 한다.

당연히 일과 박사과정을 병행을 하려 했는데... 인생은 생각한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렵다. 선택과 선택의 연속들... 휴~

  자꾸만 지금에 안주하고 싶을 때,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일수록 독하게 몸을 일으켜야 한다. 이십대 시절처럼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라는 말이 아니다. 꾸물꾸물 남들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동작으로라도 하루도 빠짐없이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지금부터 평생 견지해야 할 삶의 태도이다.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려는 자세는 위기의 탈출구가 되기도 하고 삶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158 page

매일 매일 지금에 안주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안주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싫다.
작은 동작으로라도 하루도 빠짐없이 움직여 앞으로 나가기. 어려운 일이지만 평생 습관을 들여야 할 일.
매일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삶.
조금은 고달프겠지만, 안주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데 지금 이 사무실에서는 내가 나도 모르게 안주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슬프다.
나 또한 그냥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

그게 싫어서 박사과정을 병행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
감정과 이성이 마구 따로 논다. 감성과 이성의 괴리. 결국 이성을 따라가게 되겠지.

  혼자서 먹는 밥도 꿀맛이고, 보고 싶은 영화가 개봉을 하면 지체 없이 한 개의 좌석을 예약하고, 쇼핑은 혼자 하는 게 제맛이라는 걸 알며, 끌리지 않는 사람과의 약속보다는 카페에서 혼자 책읽기를 택하는 서른 살 여자는 행복에 더 가깝다. - 185 page

이건 딱 난데, 그럼 난 행복에 더 가까운걸까? 근데 왜 요즘 난 행복하지 않지?

  출판계의 최대의 고객층에 속하며 이미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입시용 고전문학 요약본을 읽은 게 전부인 독서 초보 단계는 벗어나 있을 것이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거나 고른 책이 값을 못할까봐 고민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지 말자.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어딘가에서 툭, 나타난다. 의외로 터닝 포인트에서 천금 같은 나만의 꺠달음을 주는 책은 남들이 좋다는 책이나 저작으로서 높은 가치를 가지는 책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남들의 책 추천에 너무 의존하지 말자. 어쩌면 당신이 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책이 당신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 과정은 무언가를 너무 쉽게 얻으려고 하지 않고 질기게 지속할 수 있는 사람들, 즉 온화한 독종들만이 감내할 수 있다. - 191 page

책.책.책.
내가 좋아하는 책.
결국 책에 답이 있다.
다시 책을 읽어야 할 때.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공통된 직업관이 나온다. 자기 일에 대단한 신념이 있고,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 이를 악물고 달려온 게 아니라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오래 전 함께 일을 시작한 동기들 중 꼭 성공할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우던 이들 중 오히려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아이러니라는 것도 빠지지 않는 그들의 전언이다. - 203 page

하루하루 버티기. 내가 잘 못하는 것...
그동안 난 내 능력을 믿고, 너무 쉽게 포기해 왔던 것 같다.
난 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자만심을 가지고...
기분나쁜 일을 겪으면 바로 때려치는 일의 반복.

다행이 지금까진 그렇게 때려쳐도 바로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주 옮기는 것이 좋아보이지는 않는게 사실이다.
아무리 승진승진으로 옮겼다고 해도 년차에 비해 많은 의원실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젠 잘 버텨야겠다. 버티고 버티고 버티고.
버티는 것도 능력이라는 것을 새삼 새삼 느끼는 중.
이번엔 절대 먼저 놓아버리지 말자. 

  정말로 독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서, 꿈에서, 혹은 원하는 삶에서. 내가 어렸을 때 동경했던 독한 모습에 최대한 가까웠던 여자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는 단 한사람도 없다.
  나는 삶의 과제가 쓰나미처럼 밀어닥치는 서른의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너무 독하게 몰아붙이지 말기를 바란다. 내가 알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종은 욕구와 현실 사이에 든든한 자아를 올려놓은 사람들이었다. 가끔 욕구나 현실에 무게가 더해져 잠시 균형을 잃기는 하지만, '나 자신'이 단단히 중심을 잡고 있기에 추가 떨어지지 않는다. 진짜 독종의 정체는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처럼 자신을 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서른의 당시은 실속 없이 욕만 얻어먹는 독종의 허세에서 벗어나 한없이 유연해져야 한다. 이를테면 대나무처럼 말이다. 유연하게 바람을 받아 휘면서도 같은 두께의 그 어떤 나무보다 강하고, 마디가 분명하다. 경험과 젋음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이리저리 흔들리는 서른 무렵에 필요한 미덕이다. - 222 page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 "정말로 독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자신의 일에서, 꿈에서, 원하는 삶에서.

절대로 타인 때문에 포기 하지 말자. 절대 절대로!!
하지만 너무 독하게 몰아 붙이지는 말자.

나 자신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