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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도서관에서 '가네시로 가즈키'로 검색을 하여, 제목이 맘에 들어서 빌린 책. <연애소설>
무언가 살랑살랑한 가슴 떨림을 기대했으나... 그런 살랑살랑~한 소설은 아니었다.
<연애소설>은 '연애소설', '영원의 환', '꽃' 이라는 3개의 단편소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그 중 '연애소설'과 '환'은 한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등장인물의 연계점이 살짝 있었고, 꽃은 전혀 없는.. 그런 구조였다.
'연애소설'은 법대 학생인 내가 본 자신의 대학동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학동기가 나에게 털어놓은 이야기.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죽는 남자. 사신이라 불리웠으며...
자신과 친했던,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본 후 그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지 않던 남자.
그러나 그 남자에게도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고, 그 여자는 남자의 이야기를 모두 들고 난 후에도 그의 곁에 머물다가 불치병으로 죽은... 그런 이야기.
나는 나의 매일을 생각했다. 별 이렇다 할 것도 없이 싱겁게 지나가는 방대한 시간의 축적. 뭔가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그 무게에 짓눌려버릴 것이다. 하지만, 겨우겨우 얻은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는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는 그 대답을 알고 있을 텐데, 나는 물을 수 없었다. 무서웠다. - 68 page
'연애소설' 속 내가, 그를 보며 했던 생각.
"겨우겨우 얻은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는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겨우겨우 얻은 소중한 것.
나에겐 그것이 무엇이지?
현재 나의 직장? 친구들?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소중한 것을 잃는 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지금, 분명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고. 그리고 그 사람을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그 손을 절대 놓지 않으리라고. 그렇다, 설사 사자가 덮친다 해도.
결국은 소중한 사람의 손을 찾아 그 손을 꼭 잡고 있기 위해서, 오직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요? - 73 page
"결국은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아 그 손을 꼭 잡고 있기 위해서, 오직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런데 난... 지금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저럭 바쁘게 살아가느라~
소중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과 조금 거리를 둬야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과 사랑. 일과 가정. 일과 행복.
무엇이 우선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영원의 환'은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선배가 대학교수와 불륜관계에 있다가 자살을 하고 난 후, 그 교수를 죽이고 싶어하는 불치병의 남자이야기이다. 본인은 불치병 때문에 병원에 있어야 해서, 대학 친구들 중 대학교수 살해를 부탁할만한 친구들을 물색을 하고... 별로 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문병을 왔던 K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K는 법대 교수를 죽였다. K는 대학생이자, 신분을 숨긴 킬러였기 때문이다...
"뭐, 평범하게 살려면 통찰력이나 상상력 같은 거 없어도 괜찮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식과 가치관에 기대서 살면 그만이니까. 아니 그게 오히려 더 행복하지."
"빈정거리는 거야?"
"참 이해를 못하는군. 난 진리를 얘기하고 있는 거야. 가령, 매일 아침 콩나물 시루 같은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회사원에게 통찰력과 상상력이 있다고 해봐, 어떻게 되겠어? 자기하고 키스라도 할 거서럼 마주 선 남자가 연쇄 살인범이란 걸 눈치챘거나, 또는 그런 상상을 한다면 머리가 이상해지지 않고 배기겠어?" - 129~30 page
'영원의 환'에 나왔던 대화 한구절.
평범하기 살려면 통찰력이나 상상력이 없어도 된단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상식과 가치관에 기대서 살면 되니까 그렇단다.
문득 날 돌아봤다.
통찰력과 상상력 보다는 상식과 가치관에 매달려 살고 있는 듯한 요즘.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밝히고 고치기 위해서는 통찰력과 상상력이 필요한데...
나도 모르게 기존 정책을 상식과 가치관에서 바라보며 딱히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요즘.
실제 그 정책들이 너무 잘 설계가 되고 진행이 되는 것이 아닌데...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걸 집어내지 못하고 있다니.
통찰력과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
'꽃'은 암선고를 받은 남자가 초로의 변호사와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혼한 부인이 요양원에서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자동차로 그 곳을 향하는 여정.
그 과정에서 추억을 하나씩 떠올려 가는 초로의 변호사 도리고에씨.
도리고에 씨는 강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절대 그 사람의 손을 놓아서는 안 되네. 놓는 순간, 그 사람은 다른 누구보다 멀어지니까. 그것이 내 인생 28년분의 후회일세." -224 page
<연애소설>은 3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결국 사람은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기 위해 살아가고,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그 손을 놓으면 안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
손잡기.
앞으로 만날 사람이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 사람과 잡은 손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