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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언니가 추천했던 책 <아주 보통의 연애>
"어떤 연애가 보통의 연애일까?" 하는 궁금증에 읽었는데~
<아주 보통의 연애> 속의 모든 연애들은 보통의 연애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일부로 반어법으로 쓴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징. ^^
<아주 보통의 연애>라는 책 제목과 같았던 단편소설 '아주 보통의 연애'
이정우의 영수증은 내 인생의 도돌이표 같은 것이었다.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유턴지점이었다.
나는 영수증이 알려주는 대로 그가 갔던 식당으로 돌아가 오도독 소릴 내며 오돌뼈를 먹고, 그가 마셨던 하이네켄 맥주를 사서 마셨다. 꼭 함께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나는 악보의 도돌이표처럼 익숙한 시간을 다시 건너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읽은 책을 읽고 그가 피우는 담배를 피운다는 건, 내가 읽은 책을 그가 읽고 내가 피우는 담배를 그가 피운다는 것과 같았다.
세상의 모든 연애가 지금, 동시에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연애는 '둘이 함께'가 아닌 '따로 혼자서'이다. 삶에도 영화의 편집기술이 존재한다면 각기 다른 그 장면들도 결국엔 하나의 신으로 완벽히 붙여지는 종류의 것이다. 나는 그걸 알고 잇었다.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32 page '아주 보통의 연애' 중
회사에서 짝사랑 하는 사람의 영수증을 모으고. 그가 갔던 장소를 가는 연애.
정상적이진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게한 연애.
둘이 함께가 아닌 따로 혼자서의 연애.
안타까웠던 <아주 보통의 연애>
사천에 왜 가냐고? 머리 자르러 가. 머리가 무겁거든. 난 늘 머리가 무거웠어. 머리를 잘라 배낭에 넣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자동 조립식 인형처럼 머리만 뗴어 개수대에 넣고 헹구면 얼마나 시원할까. 난 늘 그런 생각을 했었어. 머리가 무거우니까. 그러니 자를 수밖에 없다고. 머리통을 자를 순 없으니까 머리카락이라도 잘라야 하는 거잖아. - 166 page 강묘희미용실 중
동명이인이 하는 미용실을 가던 여자.
그 여자가 말하던 이야기. 무거운 머리! 나도 한번쯤은 생각해 봤던 생각.
머리를 잘라서 들고 다닌다면?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구도 좋아할 수가 없었어. 나는 나도 좋아하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건 세상에 너 하나야. 하지만 이젠 널 좋아하는 나라면 조금은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워."
침대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인적 없는 공원 바닥에선 흙냄새 때문에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가 된 것 같았고, 햇볕이 빳빳하게 들어오는 오전의 거실 바닥에선 그의 전신이 갤러리의 오브제처럼 빛나는 게 좋았다. 우리는 어디서든 섹스했다. 십 년쯤 못 한 부부처럼 사랑했고, 십 년 만에 만난 애인처럼 사랑했다. 그리고 그 옆엔 늘 샨티가 있었다. - 255 page 고양이 산티 중
나는 나도 좋아하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건 세상에 너 하나야. 하지만 이젠 널 좋아하는 나라면 조금은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누군가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도 고양이가 있었다. '아미'
책을 읽다가, 함께 갔던 곳에서 문득 떠오르는 그.
이젠 5년도 넘게 지났는데... 그 후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왜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사람 생각이 나서 조금은 괴로웠다. 그럼 안되는데...
<아주 보통의 연애>를 꿈꾸나 어떤 연애를 하든 '보통의 연애'를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내가 했던 연애들을 떠올려봐도. 그 어떤 연애도 '보통의 연애'라 할 수 없는...
처음 만나서 연애를 하기로 하고, 손을 잡고, 뽀뽀를 하고, 키스를 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고, 전시를 가고~
반복되는 연락, 데이트, 정서적인 교류.
그 모든 과정이 '보통의 연애' 같으면서도, '보통의 연애'가 아닌.. 하하!
이제는 나도 '보통의 연애'를 하고 시집가고프다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