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사위 소속 의원실에서 열근 중인 이모비서관이 강추했던 책. <불멸의 신성가족>. 이 책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범죄와의 전쟁>과 <부러진 화살>을 보고 난 후, 갑자기 법조계 쪽의 일들에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알라딘 사회과학서적 코너에서 법 관련 책 리스트를 뽑은 후, 몇권을 빌렸는데, 가장 먼저 빌린 책이 바로 이 책 <불멸의 신성가족> 이었다.
책은 김두식 교수의 회고로 시작된다.
사법고시 2차 시험 합격자 발표를 받던 그 날. 그리고 검찰이 된 그의 생활을 조금 회상한 후~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었다.
법조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기 위해 23명을 인터뷰 한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이 된 책.
책을 읽으며, 이게 사실이야? 이런게 말이나 되는건가? 라는 부분이 참 많았는데... 그것들이 모두 사실이란게 안타까울 뿐.
이 책을 통해 법조계가 매우 썩어있다는 것,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것..
검찰 및 법원 개혁이 매우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보며 부분부분 발췌하고 싶은 부분이 참 많았는데 그 중 몇 부분만 추려본다.
법원에 앉아서 결정을 기다릴 때는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판결을 내려주길 바라는 것처럼 있게 돼요. 아무 잘못이 없어도 일단 굉장히 떨리잖아요. 가슴이 쿵쾅쿵쾅거리면서 조마조마해야 하는 거에요. 거기 가서 진실을 이야기하면 되지 하고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일단 그 상황이 되면 떨리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에요.(하경미, 25~6면) - 70 page
변호사를 사지 않고 스스로 서류를 작성하여 재판을 진행했던 하경미 씨가 했던 말.
아무런 잘못이 없어도 사람들을 떨리게 만드는 공간. 법원.
의사소통의 단절, 시간과 비용 때문에 미리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하게 된 현실, 법원과 검찰이 부패했다는 일부의 믿음, 그리고 근본적으로 약자의 편에 불리하게 작동하는 시스템 등 지금까지 지적된 여러 문제들은 모두 사업불신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한마디로 일반시민의 삶에서 사법이 너무 멀리 떨어진 채 마치 '다른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 83 page
드라마에서 보면 '법대로 하자'면 움찔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법대로 하자'고 하면 사람들은 으례히 법대로 하기보단 타협(?)하고자 한다.
시간과 비용 때문에 미리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하게 된 현실.
나 또한 그러한 상황이 되면 마찬가지일 것 같다.
'거절할 수 없는 돈'은 판검사들이 변호사에게 용돈을 받으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합리화 수단으로 오래도록 활용되었습니다. 나는 원치 않으나 '남들이 다 받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받는다'는 공동의 보호장막 아래에서 모두의 잘못이 면죄부를 받아온 셈입니다. 돈이 좋아서 받는 것은 아니라면서, 외국의 어떤 나라보다 더 관행화된 돈을 많이 받아 챙겼습니다. 결국 '거절할 수 없는 돈'이란 '돈을 받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낸 일종의 중화 또는 합리화 기술인 셈입니다.
판검사는 어떤 경우에 돈을 받는가? 이는 김성헌 부장판사, 정종은 검사, 권용준 변호사의 이야기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첫째,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야 하고, 둘째, 잘 아는 사람들, 특히 함께 판검사 생활을 했던 변호사들의 돈이어야 하며, 셋째, 액수가 너무 크지 않아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거절할 수 없는' 인간관계가 개입되면 돈이 좋아서가 아니라, 대열을 무너뜨릴 수 없어서 받아야 하는 특별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믿을 만한 돈, 안전한 돈만 받는것이지요. - 103~4 page
남들이 다 받기에 양심의 가책 없이 받는 돈. 이 돈이 문제인듯...
별다른 놀이문화가 없는 상태에서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이 유일한 사교 수단인 이상,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해서 이른바 '주도'를 배워야 한다는 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그런 회식자리에서는 늘 폭탄주가 돌고, 폭탄주에는 예외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주를 '함께' 마신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 113 pgae
독주 함께 마시기...
국회에서 일하면서 아주 간혹 '독주 함께 마시기'를 당한적이 있었다. 친목도모.
폭탄주를 함께 마시면 친목도모가 되나? 잘 모르겠는걸~
법원행정처 출신 엘리트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선발된 엘리트들에게는 자신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판사들을 중앙집중적으로 선도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자리잡기 쉽고, 그런 책임감이 일정한 선을 넘으면 이런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엘리트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대접에 대한 기대를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김승헌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들어가기 위한 중요한 조건으로 열거한 "원만함"이 윗사람에 맞춘 원만함으로 나타날 때, 결국은 이렇게 '알아서 기는' 형태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안에서 보면 "원만함"이지만, 밖에서 보면 "아부"가 되는 셈이지요. 공 판사가 "재벌이나 기업체들"에 그런 이야기가 많지 않느냐고 반문한 것이나, 김부장판사가 행정처에서 우수한 사람 뽑는 기준도 "회사와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246~7 page
중앙집중적으로 선도하고 통제하기. 일률적인 그리고 원만한 엘리트들...
결국 일정한 틀을 그대로 찍어 박은 사람들만 성공할 수 있는건가보다. 법조계에서도~
그러니 판례를 깨는 판결이 안나오는건가? 하하하!
그 어느 분야보다 보수적이라고 하는 법조계. 거기서 튀는 사람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겠지...
아니 튀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뛰쳐나갈거 같다. 갑갑해서.
판사들은 늘 능력과 원만함이 강조되는 환경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생활합니다. 가뜩이나 차분한 사람들이 절간 같은 법원 분위기에서 하루 종일 기록마 읽고 있는 것입니다. 신성가족의 일원으로 이런 구별된 환경에서 살다가, 재판정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볼 때 '실력은 영 떨어지는데 그저 돈만 아는 변호사들'과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사자들'을 만나야 합니다. "납기일"에 맞춰 잘 만들어진 판결문을 "납품"해야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자꾸 시간만 흘러갑니다. 당연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바라기란 어려운 노릇이지요. - 264~5 page
전에 모시던 의원님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판사를 하시던 분이었다.
종종 그분의 엘리트의식(?)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리고 판사스러움이 무언지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근데 그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다.
자기 권리를 지키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의 용기와 지혜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법조인들이 절대로 시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알아서' 나서주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가 도입한 근대 사법시스템은 점잖은 사람이 무조건 손해보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판검사와 변호사들을 두려워해서는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전화 한통 걸 데가 없다고요? 우리나라 국민의 85.8%가 여러분과 같은 입장입니다 전화한통 걸 곳 있는 14.2%에 해당하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기껏 립써비스만 받으면 다행인 수준이니 별로 나을 것도 없습니다. 전화 한통 해줄 사람 찾기 전에 용기를 갖고 판검사, 변호사들에게 말을 붙여보세요. 시민들이 두려움의 장막을 걷고 법조계를 향해 말 붙이기를 시작하는 순간, 신성가족은 눈 녹듯 해체될지도 모릅니다. 우습지만, 별다른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이게 저의 가장 강력한 희망사항입니다. - 326 page
책 마지막 장에 써져있던 글.
법조계를 향한 말 붙이기. 그래서 난 관련책들 빌려서 열심히 읽는 중!
음... <불멸의 신성가족> 모두들 꼭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약간이나마 법조계에 대하여 알 수 있는~
우리가 생각했을 때 말도 안되는 판결들이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