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백서>에서 인용된 폴 오스터를 보고 난 후, 그의 책이 읽고 싶어졌다.
대학 때 <뉴욕 3부작>을 읽고 느꼈던 복잡미묘한 감정.
폴 오스터 책은 그 책 딱 한권 봤을 뿐인데, 작가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본 그의 책. <어둠 속의 남자>
액자식 구성이라고 해야 하나? 책 속의 책.
어둠 속의 남자는 작가이고, 그의 가족은들 조금씩 상처를 가지고 있으며~
작가인 그 자신은 매일 밤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브릴이 써내려가는 이야기들.
브릴을 죽어야하는 소설 속 주인공 오언브릭.
"그는 이 세상을 발명하지 않았어. 오직 이 전쟁하고 브릭 자네만을 발명했지. 이걸 이해하지 못하겠나? 이건 자네의 이야기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 노인은 말이야, 자기 자신을 죽이려고 자네를 발명한 거야."
브릴의 와이프 소니아, 딸 미리엄, 손녀 카티아.
소설과 현실을 오가는 구성.
처음엔 그리 재미있지 않았는데~ 조금 읽다보니 속도가 붙었다.
난 오언 브릭의 이야기 보단 브릴의 이야기가 더 좋았음. ^^
지하철에서 내려 한 열 걸음쯤 걸어갔을까, 소니아가 내게 팔짱을 끼었지, 그 순간의 짜릿함은 지금 이 순간까지 바로 어제의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소니아가 먼저 움직였는데 그 동작에 에로틱한 측면은 없었어. 당신이 마음에 든다, 오늘 밤이 즐거웠다, 앞으로 당신을 계속 만나고 싶다는 묵시적 선언이었지. 하지만 그 제스처는 뭐라고 할까, 나를 너무나 행복하게 해서 나는 땅에 고꾸라질 지경이었지. - 190 page
이 글을 읽으며, '그 순간의 짜릿함'이 나도 느껴저버린~ ㅎㅎㅎ
근데 '그 순간의 짜릿함'을 느껴본게 아주 오래 전인듯.
왜 나이가 어느정도 먹고 난 후의 연애에서는 '짜릿함'이 사라져 버리는걸까?
'짜릿함'과 '설레임'을 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프다.
(내 문제인가? ㅋ)
생각과 기억은 낮 동안에만 하기로 했지. 밤에는 주로 나 자신을 상대로 이야기를 들려줘. 밤에 잠이 안 올때에는 그걸 해. 어둠 속에 누워 나 자신에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거야. 이제 열두편쯤 마련했어. 우린 이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 수 있어. 너하고 나하고 공동 작가 겸 공동 제작자가 되는 거지. 남의 이미지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보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 227 page
브릴이 손녀인 미리엄에게 한 이야기.
혼자 하는 공상들을... 어둠 속에 누워 스스로에게 하는 말들을 다 작성해 보면 어떤 글이 될까?
간혹 머리 속에서 하는 생각들이 저절로 타이핑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글을 보면서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뉴욕 3부작>보다 임팩트는 덜 했지만, 그럭저럭 읽은만 했던 소설 <어둠속의 남자>.
개인적으론 추천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음.
봄/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