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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리버보이(팀 보울러)

by 하트입술 2012. 2. 23.


리버보이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팀 보울러 (놀,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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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길래, 국회도서관에서 빌려본 책 <리버보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한. 그런 소설이었다. 

청소년 소설로 유명한 책이던데~
죽음을 바라보게 되는 한 소녀의 이야기라고 간단히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일생이라고?"
  그녀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고개를 돌려 다시 소년을 바라보았다.
  "강의 일생일 수도 있고."
  그의 눈은 수평선에 고정되어 있었다.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그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말했다.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그가 여전히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 192~193 page

강과 같은 사람의 일생. 

  저 멀리에 변함없이, 그러나 늘 변하는 바다가 있었다.
  그녀는 몸을 구부려 질척한 땅에서, 어떤 신비한 힘에 의해 솟아 나오는 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항아리 뚜껑을 열고 안에 담긴 유골의 재를 바라봤다. 생소하면서도 친근한 그것을.
  그녀는 다시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익숙한 할아버지의 얼굴을 기억의 저 끝에서 다시 끄집어냈다. 짓궃은 눈과 웃고 있는 입매. 고집불통이던 성격. 심술궂은 유머감각.
  그 모든게 할아버지였다.
  지금도 그러했다.
  그녀는 유골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재는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부드럽고 나긋나긋해서, 항아리를 기울이자 그녀의 뜻대로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와는 너무 달랐다.
   진짜 할아버지는 여기에 없었다. 진짜 할아버지는 바람처럼, 물처럼, 하늘처럼 자유로웠다. 제스가 이 재를 움켜쥐어도 할아버지는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녀 역시 그렇게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이것은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녀는 항아리를 기울여 발원지에서 솟는 물 위로 유골의 일부를 조금씩 흘려보냈다. 물에 떨어진 유골은 물살과 함께 이리저리 뭉치며 흩어지며 물길을 따라 흘러가기 시작했다. 일부는 물 옆의 말랑말랑한 땅에 붙었지만, 대부분은 조그만 씨앗처럼 더 큰 물줄기를 향해 떠내려갔다.
  그녀는 다시 소년이 강에 대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강은 끝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다는 말. 그때 그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항아리를 기울여 더 많은 유골을 물에 흩뿌리고는 유골이 떠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할아버지의 삶의 흔적들. 그러나 그것들은 더 이상 할아버지의 일부가 아니었다. 이제 매달릴 것도 없었고, 할아버지를 붙압아 둘 것도 없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또다시 삶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스러울 필요는 없었다. 단지 때가 되면 누그러질, 건강한 슬픔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았다. 이제 반쯤 남았다. 그녀는 일어나서 물속을 걷기 시작했다. 앞쪽으로 나가면서 유골을 조금씩 흩뿌렸다. 그리고 그 흔적을 따라 폭포가 시작되는 곳까지 걸어갔다. -  235~236 page

이 책을 보면서 친할아버지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살아계셨다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을 그 누구보다 격려 해주고 지지해 주셨을 분.
그리고 정말 좋은 토론자가 되어주셨을 분. 

조금만 더 사셨더라면...
할아버지와 참 많은 대화를 했을텐데, 왜 이렇게 빨리 돌아가신건지...

지금도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하다.

휘문고등학교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시고, 성균관대에서 국문학을 가르치셨던 할아버지.
그러다가 세상이 싫다(?)며 고향으로 내려와~
평생 글을 읽고 시를 쓰며 고고한 선비로 살아가신 할아버지. 
(할아버지 덕분에 우리 친척들은 모~두 한글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 왜 내 이름만 이렇게 평범한건지)

내가 대학에 입학하자, "여름방학에 와서 할아버지가 쓴 시를 요즘 글로 바꿔주렴"하고 부탁하셨던 할아버지.

항상 베풀고 사신, 어려운 사람을 절대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하셨던 할아버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포대로 나눠주다가 신문에도 여러번 났던 할아버지.

본인은 종교가 없으면서도, 60년대에 동네 주민들이 예배드릴 수 있게 사랑방을 내주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교회가 건물을 지으려 하자 본인의 땅을 흔쾌히 내 놓았던 할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교회에 아무런 대가를 바라시지 않고, 단지 교회가 만들어진 그 자체를 좋아하신 할아버지.

원불교인 할머니, 불교인 큰고모, 기독교인 우리집이 서로 종교를 가지고 티격태격할때
인자한 웃음을 지으시며 종교는 다 좋은거다 라며 중재하시던 할아버지.

일년에 한두번, 동문회를 참석하시러 서울에 오실 때면,
항상 중절모를 쓰시고 가죽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엔 밀크카라멜을 들고 오셨던 할아버지.

우리집에서 주무시는 날이면, 동생과 함께 꼭 배재고등학교를 한바퀴 도시며,
저기가 네가 갈 학교다. 라며 되뇌이시던 할아버지.

그런데, 동생이 배재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보지 못하시고,
본인의 시를 고쳐달라는 부탁을 들어드리기도 전에 어버이날 갑자기 돌아가셨던 할아버지.

함께 산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우리 할아버지.

베품과 중용을 몸소 실천하신, 다양성을 인정하신...
한글을 너무나 사랑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참 평안해 보였다.
너무나 평안한 모습으로 하늘나라로 가신 할아버지.

시골 할아버지댁에서 5일장을 치루고. 선산에 할아버지를 모시러 갈 때.
할아버지 댁에서 관이 나가는 그 순간부터... 장례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보지 못한다는 슬픔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에 눈물이 고인.

너무나 보고 싶은 할아버지.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꿈에도 한번 나와주시지 않은 할아버지.

하늘나라에서 자식들이, 손자손녀들이 잘 살아가는 것을 보고 웃음짓고 계실 할아버지.
<리버보이>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할아버지를 봤을 때, 웃으며 그간의 나의 삶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

정말정말 많이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