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의 책.
제목이 눈에 띈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는 무죄보다 유죄였던 시간이 훨씬 긴듯;;
기대가 너무 커서?
혹은 중간중간 삽화가 들어간 책 구성이 너무 감성적이라서?
감정을 끌어내려는 듯한 책 구성 때문인지,
책을 읽으며 방어적이 되버린 것 같은;;
미치게 설레이던 첫사랑이
마냥 맘을 아프게만 하고 끝이 났다.
그렇다면 이젠 설레임 같은 건 별것 아니라고,
그것도 한때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철이 들 만도 한데,
나는 또다시 어리석게 가슴이 뛴다.
그래도 성급해선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일은,
지난 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성의 시간이 끝나면,
한동안은 자신을 혼자 버려둘 일이다.
그게 한없이 지루하고 고단하더라도,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다시 시작할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 50~51 page
맘을 아프게 하고 끝나는 사랑.
그리고 또 다른 사람과 시작하는 사랑.
지난 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과 혼자 버려둬야 하는 시간.
끝없는 반복. 언젠간 이 반복이 끝나는 날이 오겠지?
그들이 사는 세상. 그와 그녀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
6년 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 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그런 걸 못하는 건 힘은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그런데 이번엔 미련하게도 나는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 할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때,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 게 너무도 다행인 몇가지 이유들이 생각난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 가진데, 그와 헤어져선 안 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력처럼 쏟아지는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를 불러 도움을 받는 것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 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 151~152 page
단 한번... 너무나 많은 역할을 주었던 사람.
애인이었고, 멘토였고, 동반자였고... 그래서 언제나 곁에 있어줄 줄 알았던 사람.
헤어진 후에도 힘들 땐 언제나 기대라고 그랬던 사람.
그 말이 진심이란걸 알고 있었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
그러나 결국 나보다 먼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버린 사람.
이 구절을 읽으며 떠오른 단 한사람.
나는 내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에게 이렇게 가르칠 것이다.
언제나 소수의 편에 서라,
너와 다른 사람을 인정해라,
소외된 사람을 등 돌리지 마라,
그리고 혹 네가 소수에 끼는 사람이 되더라도,
소외받는 사람이 되더라도 좌절하지 마라. - 172 page
소수의 편에 서라, 다른 사람을 인정해라, 소외된 사람을 등 돌리지 마라, 소외받는 사람이 되더라도 좌절하지 마라.
나에게 하고픈 이야기. 내 아이에게 하고픈 이야기.
그들이 사는 세상. 그와 그녀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
대체 다른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지는 걸까? 이번이 처음 이별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매순간 처음처럼 당황스러운 건지. 모든 사랑이 첫 사랑인 것처럼 모든 이별도 첫이별처럼 낯설고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만 이런건가? 그녀는 너무나도 괜찮아 보인다. - 194~195 page
이별의 순간이란 누구나 그렇겠지.
처음 이별이 아닌데. 매 순간 처음처럼 당황스러운...
그럼에도 아닌건 아닌거고 헤어져야 할 땐 헤어져야 하는~
그래서 더욱 미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