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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백수생활백서(박주영)

by 하트입술 2012. 2. 23.

 


백수생활백서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박주영 (민음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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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책을 잔뜩 샀다.
근데 또 사회복지 관련서 등 술술 읽히지 않는 책으로만 골라 샀다.

너무 술술 읽혀버리는 책은 소장용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의 이상한 기준이랄까?

책을 많이 읽는 탓에 거의 빌려 읽고, 읽었던 책 중 좋았던 책을 사고...
그 외에는 전공 관련 책들만 사는 나쁜 습관.

그래서 집에 안 읽은 책이 참 많은데~ 그 책들 부터 읽어야 하는데, 가벼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소설. 수필.
그래서 알라딘에서 소설 베스트셀러 및 스테디셀서 100권을 본 후 그 중 고른 책이 바로 <백수생활백서>

2006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책이란다.
제목도 끌리고 해서 빌리자 마자 퇴근길에 읽기 시작!

퇴근길-출근길-퇴근길 하루 반나절 만에 읽어버린 책 <백수생활백서> 재미있었다.

근데 이 책 작가인 박주영씨는 소설을 정말정말 많이 읽었나보다~
책 중간중간에 전혀 이질감 없이 들어가 있는 다른 소설의 구절들!!

소설을 읽으며 여기 나온 수 많은 구절들을 어딘가에 다 써놨던걸까?

소설은 1인칭 시점이다.
나는 스물여덟살의 백수이다. 식당을 하는 아빠와 살고 있으며, 하루종일 책을 읽으며 지낸다.
찾고 싶은 책이 있을 때만 인터넷을 하고, 휴대폰은 없다. 그리고 책을 사기 위한 돈이 필요할 때만 아르바이트를 한다.

친한친구는 2명. 고등학교 때 친구인 유희(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며 싫증이 빠른!)와 중학교 때 친구인 채린(로맨티스트에 연애지상주의자).
그리고 종종 만나는 남자친구 경(한때 좋아했으나 지금은 그냥 친구)

단조로운 일상을 책으로 채워가는 나.

  책을 읽어서 뭐 할거냐? 라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하지만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책 읽는 것이 그리 좋으면 그걸 직업으로 삼으면 되지 않느냐고 충고하기도 한다. 아무나 다 하는 책 읽기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일까. 서점에 취직이라도 하라는 건가. 돈은 돈대로 벌고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러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짧다. 적어도 내가 아는 것은 이것뿐이다. 싫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냥 좋아하는 책을 읽을 뿐이다. 막연하긴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순간만은 적어도 내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책이 나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든다는 것밖에는 알지 못한다. - 78~9 page

그냥 좋아하는 책을 읽을 뿐. 이라는 이 말이 참 좋았다. ^^

  평생 읽고 또 읽어도 좋을 만한 멋진 책 한 권을 만나는 일도 어렵지만, 내가 살아갈 나머지 시간 동안 나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선물해 줄 한 사람의 작가를 만나는 일도 아주 어렵다. 솔직히 말하자면 단번에 폴 오스터를 배신할 수 있는 새로운 작가의 출현을 기다린다. 왕성하게 활동해서 적어도 1년에 한번은 책을 내고 그리고 나보다 젊어서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 책을 낼 것이 거의 확실하면 더 이상 바란 것이 없겠다.
  그리고 그런 배신의 충동은 자주 일어날수록 좋다. 현실에서는 한 사람의 연인에게만 충실한 것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독서의 세계에서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처럼 베스트 50, 베스트 20, 적어도 베스트 10을 뽑으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쓰는 작가의 고통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읽기의 즐거움을 누리는 한 명의 독자로서 내가 꿈꾸는 작가에 대한 열망은 그렇다. 그런 이유로 사실은 폴 오스터의 책 중에 몇 권은 아직 일부러 읽지 않고 얌전하게 모셔두었다. 자연의 법칙에 의하면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폴 오스터는 나보다 먼저 죽을 것이고 어쩌면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게 될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언젠가는 읽어야 할 그의 새 책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읽어야 할 그의 책이 있다는 사실은 숨겨둔 연인처럼 나에게 흥분을 안겨준다. - 93~4 page

다독을 하는 편인데도 누군가 나에게 어떤 책이 좋았어? 딱 한권만 추천해줘! 라고 하면 그 한권이 떠오르지 않는다. 작가 또한 마찬가지...

그리곤 내가 좋았던 책들을 쭉 읇는다. 사회복지쪽은 뭐뭐뭐, 노동 쪽은 뭐뭐뭐, 소설은 뭐뭐뭐, 수필은 뭐뭐뭐 이런 식으로. 

평생을 읽고 또 읽어도 좋을만한 멋진 책 한 권. 
나한테 그 책은 무엇일까? 아직은 찾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가장 인상깊었던 책인 <뼛 속까지 자유롭고, 치마 속까지 정치적인>?
근데 나 아직 이 책 1번 밖에 안 읽었는데~ ㅎ

내가 좋아하는 작가, 책 베스트 10, 20, 50이라... 생각 좀 해봐야겠는걸! ^^

  나는 싸워서 얻는 것이 있는 인생이 바람직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고 싸우고 얻으면서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정치가도 되고 군인도 되고 혁명가도 되어서 자신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 때문에 변하는 게 아니다. 그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사고를 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그나마 괜찮은 지경으로 지켜진다. 도무지 벗어날 길 없는 궁지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것이 더 근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기가 아니면 이 위대한 일을 해낼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믿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 나름의 인생이 있을 테니까 꼭 그러겠다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자면 나또한 유치하고 피곤한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 128~9 page

국회에서 일하고 난 후, 싸워서 얻는 것이 인생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우는 놈에게 떡 하나 더 주는" 모습을 매일 매일 목격하며... 
떡 하나 더 주기 위해 더 갖기 위해 매일 매일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온 나날. 

근데 저 글 한마디에 머리가 띵 했다. 

"그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사고를 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그나마 괜찮은 지경으로 지켜진다."

내가 그간 착각하고 살았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자만해 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 한 구절...

  나는 미래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기대도 갖지 않은 채로 비교적 잘 살아왔다. 점점 더 내가 남들과 비슷한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워지고 있다.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갖고 그렇고 그런 인생 말이다. 점점 더 당연한 것들이 내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붉은 해파리들이 떠난 바다는 아주 멀고 넓을 것이다. 내가 떠날 수 있는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 - 171 page

요즘 내가 맨날 하는 생각.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갖고 그렇고 그런 인생 말이다. 점점 더 당연한 것들이 내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들에게 쉬운(?) 것이 나에겐 왜 이다지도 어려운 걸까? 
연애도 어렵고. 결혼은 더더욱 어렵고. 
그래서 아이를 낳고 집을 갖고 그런건 불가능해보이는? 하하하하하! 

  - 믿을지 모르겠지만 남편이랑 단 한번도 싸움다운 싸움을 해본 적이 없어. 우리 싸움은 언제나 내가 일방적으로 화내는 게 다였고 그마저도 없어진 지 오래됐어.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라는 말 지겨워.
  - 안 싸운다는 건 좋은거 아닌가? 그리고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으면서 됐지, 도대체 뭐가 불만인 거니?
  -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말하겠지. 내가 잘못해도 그는 다 이해해 주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하지만 말이야,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 산다면 굳이 같이 살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 싸우지 않는다는 건 서로 기대하는 게 없다는 게 아닐까? - 243 page

최근 내가 누군가에게 들은말과 비슷.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바뀐다고 해도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와. 나는 네가 바뀌는걸 바라지 않아"

난 그 사람을 바꾸고 싶었는데... 그는 날 바꾸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난 끊임없이 그를 도발했고. 그는 나의 도발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나 혼자 일방적으로 화내게 되는 싸움. 그런 싸움은 재미가 없다. 
"싸우지 않는다는 건 서로 기대하는 게 없다는 게 아닐까?"

  유희가 나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 나는 나를 잘 알아. 끈기도 독기도 없지. 하지만 이 모든 단점들이 바로 나라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어. 이런 것들을 모두 고치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도 여전히 나란 존재가 있는 것일까. 솔직히 내가 뭐 하고 있는 건지를 모르겠다. 나, 왜 이러고 있는 거니? - 279 page

나도 날 참 잘 안다. 내가 어떤면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들이 단점인지...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대하며, 그로 인해 상대방이 어떤 상처를 받는지...
문제를 다 아는데 고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내 문제를 잘 아는게 불편하다. 근데. 고치지 않아도 되는걸까?

  독서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하루키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의 책을 모두 읽는 데는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느냐. 하루키가 좋아한다는 레이먼드 카버를 읽는다. 레이먼드 카버를 읽고 또 그가 마음에 든다. 그 다음은 하루키가 카버를 극찬하듯 카버가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라고 말한 체호프로 넘어간다. 책 읽기의 그물은 그렇게 이어지다가 끊어진다. 레이먼드 카버도 체호프도 죽은 작가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기대려서 나올 새 책이 없다. 죽은 자를 읽는 일은 너무 빨리 끝이 보인다. 그러므로 다시 살아있는 작가인 하루키로 돌아간다. - 287 page

책을 읽는 방식. 나도 대학 때는 이렇게 읽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쭉~ 읽고 그 다음 무라카미 류 책을 쭉~ 읽은 다음에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나쓰메 소세끼 등....
온갖 일본 소설을 작가에 따라 학교 도서관에서 5~10권씩 빌려서 쌓아두고 읽기. 

우리나라 소설도 마찬가지. 
박완서, 신경숙, 전경린, 김진명, 공지역 등... 쭉 쌓아놓고 보기. 

결국 남은건? 그 책이 그 책 같다는 느낌이랄까? ㅋㅋㅋ

정말... 허겁지겁 책을 읽어서 지금 뚜렷히 그 내용이 기억나는 책은 잘 없다. 그땐 서평도 안 쓰고~
읽었던 책 제목만 수첩에 적어놨었는데... 
그래서 다시 한번 쫙 읽어보고 싶다. 예전에 읽었던 그 소설들!

  어떤 사람들은 평생 하나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살아간다. 뒤라스의 연인 3부작과 그리고 내 옆의 남자를 보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 여행이 어쩌면 나에게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무거운 의미가 아니다. 나에게는 바다를 건너가는 여행이 처음이고 비행기를 타는 것도 처음이다. 그리고 처음인 다른 것들이 또 기다리고 있을 거이다. 인생에 처음 순간이란 반복되고, 언제나 누구에게나 있는 경험에 불과하다. 처음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마지막이다. 나는 그 마지막을 위해 그의 여행에 동행하는 것이다. - 304 page

내가 돌아보고 있는 하나의 시간. 
돌아볼 수 있는 다른 시간이 생기길 간절히 바랄 뿐.

  소설이 될 만큼 멋진 인생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시시한 인생이라도 한 번 쯤은 소설이 되어도 좋지 않은가, 라고 여긴다. 채린은 나에게 이렇개 얘기 했다. 아무리 연애소설이 흥미진진하다고 해도 자신이 하는 진짜 연애보다 흥미로울 수는 없다고. 그리고 유희는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책을 읽는 일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쓰는 일만큼 재밌을 수는 없다고. 요즘 들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제일 아름다운 책들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생이 있는 법이고 책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인생만큼 재밌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 322 page

 결국 이 책이 하고 싶었던 말이 이말 아니었을까?
"제일 아름다운 책보다도 더 아름다운 인생이 있는 법이고 책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인생만큼 재밌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내 인생도 소설이 될 수 있을가? 소설보다 재미있는 인생이라. 그런 인생을 살고 난 후 인생을 글로 표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언젠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