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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달콤한 작은 거짓말(에쿠니 가오리)

by 하트입술 2011. 4. 10.


오늘 동네 북카페인 <거북이 달린다>에서 논문자료 보다가~
말랑말랑한 글이 읽고 싶어서 책꽂이에 있던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집어 들었다.

딱 1시간 만에 읽을만한 책으로 고른 <달콤한 작은 거짓말>

평소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좋아해서 그녀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었는데~
최근엔 소설을 읽은지가 오래되서 그녀의 작품 중 최근에 나온 작품들 3권 정도를 못 읽은!

오래간만에 읽은 소설. 즐겁게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은 특이한, 사회성이 떨어지는 부부 이야기. <달콤한 작은 거짓말>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사토시. 그리고 테디베어를 만드는 루리코.
그리고 그들의 애인.
사토시의 대학 동아리 후배이자 애인인 시호.
루리코의 애인인 하루오.

부부라기도, 부부가 아니라기도 어색한 사토시와 루리코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며 반복되는 작은 거짓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작은 거짓말.

아직 결혼을 하진 않았으나...
살짝 공감이 됨은~

그간 남자친구들에게 누누히 강조한 것이.
"바람 필 수도 있어. 대신 나한테 걸리면 끝이야!" 였기 때문일까?
(하지만, 아직까지 남자친구가 바람펴서 헤어진적은 단 한번도 없다. 내가 무뎌서 못 알아챘을지도 있겠지만;;;)
서로가 만나는 도중에 바람은. 서로의 신뢰를 져버리는 행동이니~

근데 부부가 되었을 때 바람이라~

지인 중 유부남인 한 사람은 이런 말을 했었다.
"결혼을 했다고 다른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자나!!", "나는 자유 연애주의자야!!"

그 말을 듣고 그의 와이프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의 말에 동의가 되더라. 아주 약간.
"결혼을 했는데 새로운 사랑이 온다면???"
그렇다면 작은 거짓말이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어려운 문제. 연애. 사랑!

아직 결혼은 둘째치고 연애도 못하고 있는 나로썬...
바람 문제까진 생각 안해도 될 것 같다. 현재는!

굶주림.
문득 깨달았다. 사랑이 아니라 굶주림이다.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게임을 하는 남편 옆에 붙어앉아 있는 것도.
깨닫고 보니 정말 온전히 납득이 간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사토시에게 굶주려 있다. 기아 상태. 그 생각은 루리코에게 크나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63~4page


사랑에 굶주렸던 루리코. 루리코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주지 못하는 사토시.
서로를 너무나 배려하던 그들...

하지만 애당초, 혼자인 게 편하고 다른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도 쾌적함을 위한 필수 요소라 여기는 듯한 면이야 말로 사토시와 루리코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었다.
친구란 건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어 있다. 언제였던가, 아직 두 사람이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처음으로 의견이 일치되었던 화제였다. - 80 page

그들이 결혼한 이유. 서투른 관계맺기.
다른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거리를 두면 그건 사회에서 괴리된 것 아닐까?

세번 만나면서 그 중 두번 잠자리를 가졌다. 소녀 같은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시호는 대담한 섹스를 한다(몸이 유연해서 어떤 체위든 가능해요, 라고 나중에 말했다 변명하듯이). 입술과 혀 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그만 신음을 흘리자, 시호는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었다. 사토시의 아랫배에 얼굴을 묻은 채. 그러다 마지막 순간에는 그 기세가 조용히 잦아들면서, 아이처럼 매달렸다.
시호의 쾌활함은 자신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작은 냇물이라고 사토시는 생각한다. 이 냇물만 있으면 루리코의 섬세함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주, 루리코는 하루오를 네번 만났다. 네번 만나면서 그 중 두 번 잠자리를 가졌다. 만날 때마다 '여기 돌아올 수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밤이 오는게 두려워지고, 그러나 막상 그 밤이 찾아오면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입에 올렸다.  -177~8 page


각자 연애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던 그들...
"이 냇물만 있으면 루리코의 섬세함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그 밤이 찾아오면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입에 올렸다.

루리코는 간신히 입을 연다. 오싹하리만치 쓸쓸한 목소리가 나왔다.
"왜 거짓말을 못하는지 알아?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루리코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자신의 심장이 얄팍한 종이처럼 간단히 찢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네가 미야코 씨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내가 사토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절망에 실체가 있다면 지금 이 방에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리라고 루리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널 사랑해."
그것은 전혀 사랑의 언어답지 않게 울렸다. 단순한 사실로서만 울렸고, 그것은 루리코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이 남자를 사랑한다. 열렬히. 어떤 도리 없이, 체면이고 뭐고 돌아볼 겨를도 없이.
"너무하네."
하루오가 입에 올린 말은 그게 다였다. -196~7 page

거짓말을 하는 이유. 그 사람을 지키고 싶어서...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 지킬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굳이 거짓말을 하며 그 사람의 감정을 보듬을 필요가 없는거지...

루리코는 잘 모르겠다. 펑펑 울고 나면 과연 후련해질까.
하루오가 만드는 공기, 하루오가 선택하는 언어, 그 방에서 마시는 커피. 하루오의 손목뼈, 발바닥 모양. 목이 좀 늘어난 티셔츠 사이로 엿보이는 쇄골. 갑자기 활짝 웃는 얼굴. 토라진 말투, 담배를 피울 때 찡그리는 눈썹. 루리코를 끌어난는 힘 있는 팔, 입술이 녹고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키스, 하루오의 살냄새.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현기증이 난다.
바람이 잘 통하는 어질러진 방 안에서 수도 없이 끌어안았다. 자막을 가리기 위해 박스 테이프를 붙인 TV, 도중에 침대로 이동해버리는 바람에 언제나 절반 밖에 보지 못했던 영화. 루리코는 TV 화면의 박스 테이프를 방해물로 여기는 동시에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요리 주점에서 일하는 하루오의 빠릿빠릿한 몸놀림, 낡아빠진 자전거.
전부 떠올리려 한다. 달콤한 추억인 양. - 215~6 page


헤어짐.
그와 관련된 기억들...
괜히 맘이 짠해지던 부분~ 에혀!

그냥... 1시간 동안 휙휙 읽었으나~
그 1시간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준 책 <달콤한 작은 거짓말>
난 언제 달콤한 작은 거짓말을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