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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그리고 <상실의 시대>
동일한 책이지만, 각기 다른 제목으로 고등학교 때(노르웨이의 숲), 그리고 대학교 때(상실의 시대) 읽은 책.
영화 <상실의 시대>를 보고 다시 찾아서 읽었다.
고등학생, 대학생, 사회인~
한권의 책을 각기 다른 시점에 읽은 것은 이 책이 유일한 듯!
잡히는 대로 책을 읽어 제끼던 고등학생 땐 도서관에 있는 책 중 하나라 읽었고(큰 감흥 없었다. 그러니 모르고 대학 때 또 읽었지~),
일본 소설에 빠져 있었던 대학생 땐 베스트 셀러이기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기 때문에 읽었다.
그땐 책의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였으나, 주인공과 삶의 경험치가 달라 크게 공감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10년이 넘게 지나서 다시 읽으니, 또 다른 느낌!
그냥~ 책에 푹 빠져서 읽었다.
영화를 먼저 봐서인지, 중간중간 영화 장면이 생각나는...
음..
"나와 와타나베는 닮은 데가 있어."라고 나가사와가 말했다. 와타나베도 나처럼 본질적으로는 자신에게 밖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야. 오만하다든가 그렇지 않다든가 하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야.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그런 것 밖에는 흥미를 가지지 못해. 그러니까 자기와 타인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있지. 내가 와타나베를 좋아하는 건 바로 그런 점이야. 다만 와타나베의 경우는 아직 그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서, 방황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는거야."
"방황하지도 않고, 상처 받지도 않는 인간이 어디 있어?"라고 하쓰미 씨가 말했다. "아니면 넌 방황하거나 상처받은 적이 없단 말이야?"
"물론 나도 방황하고, 상처도 입어. 하지만 그건 훈련으로 경감 시킬 수가 있지. 쥐도 전기 충격을 주면 상처를 덜 받는 길을 찾게 된다고."
"하지만 쥐는 사랑을 하지 않아."
"쥐는 사랑을 하지 않는다". 하고 나가사와는 되니고 나서 나를 보았다. "멋지군! 배경음악이 필요하겠는걸. 오케스트라에 하프 두대가 들어가고..." - 하권 124~5 page
방황하지도, 상처 받지도 않는 인간이 있을까?
난 요즘 너무 많이 방황하고, 너무 많이 상처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상처 받기 싫어서 누군가에게 맘을 주지 않고 있는 듯!
방어 방어 또 방어.
좋지 않은 것 같아. 방어기제게 너무 강한건...
미도리는 얼굴을 들고 나를 보았다.
"자긴 표현 방법이 정말 독특해"
"너한테 그런 말을 들으니 흐뭇한데."하고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더 멋진 말을 해줘."
"네가 너무 좋아, 미도리."
"얼마만큼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봄날의 곰?" 하고 미도리가 또 얼굴을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봄날의 곰이라니?"
"봄날의 들판을 네가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말이지, 저쪽에서 벨벳 같은 털을 가진, 눈이 또랑또랑한 귀여운 새끼 곰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네게 이러는거야.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와 함께 뒹굴기 놀이 안 할래요?'라고 말이야. 그래서 너와 새끼 곰은 부둥켜 않고 클로버가 무성한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종일 노는 거야. 어때, 멋지지?"
"정말 멋져."
"그만큼 네가 좋아."
미노리가 내 품에 찰싹 안겨왔다. "최고."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만큼 날 좋아한다면 내 말은 뭐든 들어줄거지? 화 안 낼거지?"
"그럼."
"그리고 날 언제까지나 소중히 생각해줄 거지?"
"물론."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짧고 부드러운, 사내애 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괜찮아, 걱정할 거 없어. 모든 게 다 잘될 테니까."
"하지만 겁이 나, 난." 하고 미도리가 말했다. - 169~170 page
'봄날의 곰' 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던 거구나~
책 세번 읽고 이제서야 안.. 바보 구슬! ㅋ
누군가에게 난 '봄날의 곰'이 될 수 있을까?
"자, 행복해라. 많은 일들이 생길 것 같지만, 너도 상당히 고집스런 데가 있으니 잘해나가리라 믿는다. 그런데 내가 한 가지 충고해도 될까?"
"물론이죠"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는 마."라고 그가 말했다. 자신을 동정하는건 비열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기억해두죠."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그는 새로운 세계로, 나는 나의 진창으로 되돌아갔다. - 186 page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는 마.
동정을 하진 않는데, 매일 죄책감을 느끼며 사는 중
해야 할일을 다 못해서... 그중의 팔할은 논문인거고. 하하!
"내가 만났던 그 사람은.. 그러니까 예전 남자친구는... 싫어하는 게 많았어. 내가 아주 짧은 치마를 입는 거라든가 담배 피우는걸 싫어했고, 금방 술에 취한다든가 야한 말은 한다든가 그의 친구들 욕을 하는 것도 싫어했거든... 그러니까 만약 나에 관한걸로 자기가 싫은게 있으면 서슴없이 말해줘. 고칠 수 있는 건 고쳐나갈 테니까."
"별로 없는데."하고 나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말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없어."
"정말?"
"네가 입고 있는 건 뭐든지 좋고, 네가 하는 일도, 말하는 것도, 걸음걸이도, 술주정도, 무엇이든 좋아해."
"정말 이대로 좋아?"
"어떻게 바뀌는게 좋은 건지 모르겠으니까 그대로가 좋아." - 232~3 page
그간 난.. 연애를 하면서~
그 사람을 온전히 좋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꾸려고 했고... 그래서 많이 싸웠던 것 같다.
나 또한 그의 맘에 100% 들지 않았을 텐데~ 우린 왜 그랬을까?
다음 연애 때는 그 사람의 100%를 좋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