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근무 중인 수진언니에게 추천 받은 책.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마속까지 정치적인>
추천 받은 그날 바로 국회도서관에서 빌려서 이틀간 다 읽어버렸다.
책을 다 읽은 후 난. 잊고 지내던 자유를 갈망하고 있으며,
그간 아슬아슬 경계선에 서 있던 나 자신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
관습과 규범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으나,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그 관습과 규범들을 살포시 무시하고 있었던 내 모습.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선... 그나마 지키고 있던 관습과 규범들을 모두 깨트리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졌으니... 큰일이다.
실제로,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사고 아닌 사고를 치기도 했고;;;
갑자기 완전히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어졌다고 할까?
그리고 그 생각은 책을 다 읽은지 5일이 지난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위험한 책. 그러나 너무나도 매력적인 책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마속까지 정치적인>
서른 이후에도, 서른까지의 삶을 한 번 더 반복한 후에도, 아름답고 창조적인 삶은 존재할 수 있는 법이다. 문제는 내가 내 삶에서 어떻게 제대로 주인 노릇을 하느냐에 달린 것. 내 안에서 환한 섬광을 이끌어낼 만큼 가슴 뿌듯한 기쁨을 주는 일과 사람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일이 남아있을 뿐이다. - 6 page
서른. 단지 이 단어 하나에 끌렸던 문구. 서른이 되었다고 인생이 끝난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나는 젊게 사는 방법을 안다. 그건 오래도록 철들지 않으면 된다. 그럼 남들한테 철들라고 잔소리 할 일도 없고, 도리어 세살짜리 아이한테서도 종종 잔소리를 듣는 호사르르 누리며 살 수 있다. 영원히 젊게. - 9 page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DJ. DOC와 싸이! 여러가지 물의를 일으키고 다녀도, 그들의 철없음이 너무나 좋다.
나 또한 그렇게 철없이 살고 싶다. 대신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철없음으로...
사회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틀을 조금이라도 이탈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롭게 숨 쉬는 자로 첫발을 내디을 수 있다. 물론 그러한 결핍 혹은 비정상이 내 발목을 잡을 족쇄가 아니라 자유로운 도약의 기회라는 것을 아는 자에 한해서.
- 92 page
사회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틀을 조금이라도 이탈하기 시작할 때.
내가 조금이라도 이탈하고 있는 것은 의상(?)
빨간 옷들을 별로 안 입던 대학 시절 혼자 빨간 바바리를 입고 다녔고,
간혹 끈으로 연결된 티를 입거나, 푹 파인 원피스 등을 입어 대학 친구들 선후배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었다.
그러한 옷 차림은 직장생활 초년기에도 변하지 않아~ 주중엔 정장을 입을 지언정, 주말엔 푹 파인 옷들을 즐겨 입었었다.
자유로운 옷차림이 조금은 자제가 된 것은 대학원 시절.
보기에 이쁜 옷들은 공부하기는 너무나 불편하여, 조금씩 옷차림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국회에 다시 돌아온 후론 의도적으로 얌전하게 입고 다닌다.
결국 옷차림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말하는 틀에 순응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주말에는 어릴 적 입던 옷들을 입고 자유롭게 활보하곤 한다.
차마 직장에 그렇게 입고 나타나길 꺼릴 뿐...
종종 주말엔 국회에도 조금은 야한 옷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러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뚫어지게 쳐다보더라.. 하하!
이러다 어느순간 남들과 너무나 똑같이 입고 다니게 될지는 아닐지 살짝은 걱정이다.
지금 누군가 내게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난 경쟁을 딛고 더 높은 곳에 올라서려는 마음을 버리고 스스로에게 긴 소풍을 베푼다는 마음으로, 여정 자체를 즐기는 먼 길을 떠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투자할 시간, 투자할 돈, 그렇게 해서 딴 학위가 나아게 확실한 미래를 보장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더 분명하고 안전한 선택을 매순간 계산해야 한다면, 한 순간도 인생은 나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 불만은 터뜨리고 욕망은 충족시키면서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이다. 그러나 내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진정한 나의 욕망인지 아니면 모두가 욕망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해진 일반적 욕망의 리스트일 뿐인지를 가늠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100page
여정 자체를 즐기는 먼 길을 떠나기. 참 어려운 일이다.
작년부터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식이 맞는지에 대하여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곤 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바쁜 삶. 개인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는 않지만, 일을 통해 자아성취를 할수 있는 삶.
지금 내 삶에 만족하고 살고 있지만, 여유롭게 자유시간을 즐기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정말 이러한 삶을 원하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지금 난 여정 자체를 즐기는 먼길을 떠나고 있는 것일까?
더 분명하고 안전한 선택을 매순간 계산한다라...
단언컨데, 20대 때의 내 삶은 안전한 선택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멀쩡한 정규직을 때려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국회 인턴을 했고,
국회 인턴 도중 교수님이 삼성계열사 사회공헌 담당자로 가라는데 정책하겠다며 단호히 거절했으며,
인턴을 하면서 공부가 부족함을 절실히 느껴 사회생활을 2년 동안 하다가 다시 대학원을 갔고,
대학원을 마치고 나면 국회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인 연구원 등으로 취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국회로 되돌아 왔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그러한 선택을 할 때 당시 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지금 내가 어딘가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면, 꿈을 찾아 일을 그만둘 수 있었을까?
지금 내가 꾸고 있는 꿈은 진정한 나의 욕망일까? 모두가 꾸는 일반적인 욕망일까?
일반적인 사람들이 흔히 꾸는 꿈은 아닌데... 이게 과연 정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건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혹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많이 의미부여를 하며 과도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대학 때 그랬듯, 그 어떤 세월도 또 다른 세월을 위한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의 20대, 30대, 40대는 똑같이 소중하고, 나의 모든 시간들에 적당한 노동과 적당한 즐거움을 배분해야 할 의무가 내게 있다. - 110page
이 부분을 읽으며 아차 싶었다.
그 어떤 세월도 또 다른 세월을 위한 볼모가 되어서는 안된다.
결국 그 순간 순간을 즐기며 살아야겠지... 미래를 위해서 과도하게 현실을 희생할 필요는 없는 법.
나와 희완은 아이가 어떤 사회적 억압이나 고정관념도 물려받지 않고, 당당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 모든 사회에 존재하는 관습의 폭력과 인간 스스로 자신을 갉아먹도록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재생산되는 자본 중심의 가치관들.... 부지불식간에 그 모든 것의 포로가 된 것을 자각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러 쏟아 부어야 했던 그 엄청난 에너지. 아이가 소모적인 시간들에 구속받지 않고 최대한 자유로운 자아를 지닐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가우디의 뛰는 심장이 느껴지는 곳곳에서 뱃속의 칼리에게 말했다.
"그 어떤 고정관념에도 현혹되지 말고 자유롭게, 완전히 너 자신만의 가치와 의지로 선택한 너의 인생을 누리렴."
- 132~134 page
당당하고 자유로둔 정신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님께 정말 많이 감사드린다.
삼십 평생 살아오면서, 내 의지대로 하지 못했던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부모님은 그 동안 나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 주셨다. 그래서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조금은 과도할 정도로... 매사에 자신만만하면서도 자유롭게 사는 것.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부모님이 나에게 주신 큰 선물 같다.
간혹 다른 부모님들과 같은 잔소리도 하시긴 하지만, 남들보다 좀더 과한 노출의 의상을 입어도 남들보다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도 다른 집들에 비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해주시는 부모님 덕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문화, 연극, 사진, 문화정책, 흙건축 참 난 너무 여러 우물을 파는 것 같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렇게 잠시 회의하는 나에게 희완은 말했다. "얼마나 좋아. 하고 싶은게 많다는 거. 그리고 그걸 다 해볼 용기가 있다는 거. 그럼 너의 인생은 얼마나 풍요롭겠니."
집단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한 영역씩 맡아서 한우물을 죽어라 파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각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건 어쩌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생일 수도 있다. 난 이 거대한 사회의 나사가 아니다. 나 혼자서도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구성할 수 있다. 여러 우물을 파면서, 세상의 모든 재미를 두루 즐기면서. - 163 page
책을 읽는 중 이 부분을 읽으며 가장 가슴이 뛰었다.
항상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 그래서 더 바쁘게 사는 지도 모르겠다.
사회복지, 정치, 사회, 프로보노 활동, 사회적 기업, 춤, 책, 다양한 사람들과의 친목도모, 유흥생활 등!!!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아서... 시간 나는대로 최대한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모자란 시간.
덕분에 집에 있는 시간은 잘때 뿐.
그런 나에게 이 한구절은 큰 힘이 되었다.
"얼마나 좋아. 하고 싶은게 많다는 거. 그리고 그걸 다 해볼 용기가 있다는 거. 그럼 너의 인생은 얼마나 풍요롭겠니."
하고 싶은게 많다는 거, 그걸 다 해볼 용기가 있다는 거.
하나씩 하나씩 하고픈거 모두 다 해보며 살기! 죽는거 빼곤!! ^^
선택의 기준이 늘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진 한국사회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나의 무뎌진 감각과 취향을 숨쉬게 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의지를 동워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좌든 우든 진정한 나의 지향을 발견하기에 앞서 우리가 첫 번쨰로 해야 할 일이며, 단순히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나야 할 관문이다. - 222 page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뎌진 감각과 취향을 숨쉬기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남들 다 좋아하는 독서와 영화보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유?!
하지만 나중에 '넥타이 필터'만으로는 걸러지지 않는 중요한 면들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고 새로운 기준표를 만들었다. 감정적인 자아가 좌충우동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만의 주관적인 잣대로 만든 기준표다. 내가 연애상대에게 기대하는 사항들을 적어보았다.
예술적인 감수성은 있는 사람인가? 삶에 대한 열정은 충만한가? 지적인 욕망과 그가 쌓아온 지식의 창고는 어느 정도인가? 어린시절 부모와 충분히 애정을 교감했는가? 정치적 지향은 어떤가? 사고와 행동은 얼마나 일치하는가? 머리속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미적 감각이나 옷 입는 취향은 만족스러운가? 볼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는 외모인가? '멋있다'는 형용사에 가까운 사람인가?
이런 것 말고도 나를 만족시키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면 당연히 가산점을 주었다. - 254 page
유독 이 부분에 공감을 많이 했다. 내가 원하는 남자의 상과 목수정 그녀가 원하는 남자의 상이 조금은 비슷한듯 하여...
내가 남자를 보는 기준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존경할만한 사람인가?
2. 삶에 대한 열정은 충만한가?
3. 인생을 즐길 줄 아는가?
4. 지적인 욕망과 그가 쌓아온 지식의 창고는 어느 정도인가?
5. 사고방식이 나와 비슷한가?
6.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는가? 베풀 줄 아는 사람인가?
7. 대인관계가 어떠한가?
8. 외모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너무 자의적이지만, 너무나 명확한)
9. 정치적 지향은 어떤가? (5번까지 해당이 되도 우에 치우친 사람은 완전 노!)
10. 자신을 가꿀 줄 아는가?
누군가 이상형을 물을 때 하는 단 한마디는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외의 여러가지 나만의 기준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보니, 지금 내가 왜 남자친구가 없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 10가지 기준에 다 맞는 사람이 있을까?
나 또한 너무나 부족한 사람인데... 나의 부족함은 생각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을 내세워 너무나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것 같기도;;;
남들이 보기에 딱딱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문화정책과 관련된 일이라면, 한순간에 재미와 의욕을 재깍 충전 받을 수 있어서 나로서는 진정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민주노동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이었던 한 사람은 언젠가 정책연구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정책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두고두고, 지친 나를 추전시켜 준 문장이었다. - 277 pgae
남들이 보기에 매우 딱딱해 보이는 다양한 영역의 정책들. 그리고 국회.
그녀는 문화정책과 관련된 일이라면, 진정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나는 복지정책과 관련된 일이라면, 진정 재미있게 할 수 있다.
국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가지 자료를 요구하고 그것을 분석하다가.
혹은 예산안을 심사하다가, 법안을 검토하다가 문득문득 "이 일이 너무나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곤 바로 드는 생각은 "예산이나 법안보고 즐거워 하다니, 나 변태인가?"이다.
남들은 보는 것 조차 꺼리는 예산안, 법안, 정부 자료들... 그러한 자료를 보며 즐거워 하는 걸 보니~
이 일이 제대로 적성에 맞는 것 같긴 하다.
"정책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 문장을 보고 난 살짝 충격을 먹었다.
나는 그간 상상력을 많이 발휘하지 않으면서 업무를 해왔던 것 같기 때문이다.
상상력 보단 현재의 상황에 맞게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짜맞춰서 왔다고 할까?
그래서 저 문장에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책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오늘이 행복하다면, 내일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 나의 삶의 태도가 진실하다면 내일의 나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다. - 310 page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 가슴이 뛰었고...
그 여운이 몇날 몇일 가시지 않았으며, 지금까지고 피를 끓게 만든 목수정의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마속까지 정치적인>.
이 시대를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여러 여성들에게 정말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