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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신경숙)

by 하트입술 2010. 11. 1.

8월에 읽은 책 서평을 이제서야 올린다. 게으름뱅이 구슬.

여름휴가 중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여행을 갔을 때,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준 책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월요일 아침 홀로 중앙선 기차를 타고 영주를 향하는 길, 영주 부석사, 영주 황토뜬돌펜션, 서울로 향하는 길에 읽은 책.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가 사라져 버린 그들을 생각나게 한 책.


프롤로그. '내.가.그.쪽.으.로.갈.까'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팔 년 만이었다. 나는 단번에 그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여보세요? 하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어디야?하고 물었다. 그가 침묵을 지켰다. 팔 년. 짧은 세월이 아니다. 한 시간 단위로 풀어놓으면 아마도 상상할 수 없는 숫자가 나올 것이다. 팔 년 만이라고 말을 했지만 팔 년 전에도 우리는 지금은 잊어버린 무슨 일인가로 사람들과 만나 서로 다른 곳을 보다가 헤어질 때에야 가만히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 그게 다였다."                                - 9page

첫 장 부터 가슴 먹먹해 지는 글귀들... 팔 년만의 전화. 그러나 잊을 수 없는 목소리.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와 나 둘 중에 누가 먼저 손을 놓았을까. 어느 시간 속에선가 이제 그를 떠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받아들였다. 불안하고 두려웠지만 그 없이 혼자서 나아가기로 마음먹은 때가 있었던 것 같다."                                                             -17page

정윤의 회상과 갈색노트 1,2,3.....

정윤, 이명서, 윤미루, 단이

소꿉친구인 그래서 서로 너무나 잘 아는 정윤과 단이, 이명서와 윤미루
같은 대학 같은 과 였던... 서로 많이 사랑했으나 사랑하면서 서로의 나머지 반쪽이었던 단이와 윤미루를 잃어버린 정윤과 이명서...

정윤과 이명서 각각의 시선으로 본 각각의 사건들과 그들의 관계.
어찌보면 조금은 복잡할 수 있는 구성이었으나.. 그래서 더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소설.

그리고 정말 가슴에 콕콕 파고들던 한 구절 한구절...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저만큼 앞서간 생각이 뒤따라오는 손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다네..."                                                             -73page

"우리는 지금 깊고 어두운 강을 건너는 중입니다. 엄청난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강물이 목 위로 차올라 가라앉아버리고 싶을 때마다 생각하길 바랍니다. 우리가 짊어진 무게만큼 그만한 무게의 세계를 우리가 발로 딛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291page

"어떤 시간을 두고 오래전, 이라고 말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전, 이라고 쓸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는 것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오래전 그때,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가 아주 낯선 사람 같았다. 옥상에 그는 없고 나 혼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입술이 깨물어졌다. 오로지 그와 함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구차하게 느껴졌다. 그가 내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내밀어도 잡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에게 이제 나와 함께하는 일은 흉즉하게 되는 것이란 말인가. 마음에 금이 가고 살얼음이 끼었다.                                                                     -358pgae

"왜 그때 그러지 못했나, 싶은 일들.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아, 그때!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던 자책들. 그 일과는 상관없는 상황에 갑자기 헤아리게 된 그때의 마음들, 앞으로 다가오는 어떤 또다른 시간 앞에서도 이해가 불가능하거나 의문으로 남은 일들."
                                                                                                                                                          -366pgae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다시 한번 휘리릭 넘기다보니~
책을 읽었을 때 그 느낌이 다시 든다. 가슴 저린 그 느낌...

내가 받은 그 느낌을 글로 옮기지 못하는 나의 필력이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