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 1주차 후기!

by 하트입술 2010. 7. 5.
7월 1일부터 시작된 최저생계비 체험! 오늘로써 5일차를 맞이하였습니다.

2010년 1인가구 최저생계비는 504,344원입니다. 그 중 주거비(150,000원), 가구집기, 가사용품비(15,028원), 비소비지출(20,945원)을 제외한 318,371원이 제가 7월 한달간 쓸 수 있는 돈입니다.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을 시작하며, "한달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과연 31만원을 가지고 살 수 있을까?" 등 여러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최저생계비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최대한 현재의 삶을 유지하면서 하는 최저생계비 체험이었습니다.

물론 무조건 아끼고 아끼면,318,371원으로 살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험원칙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 유지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일정정도 유지하면서 체험을 참가하는 것을 저만의 수칙으로 삼았습니다. 즉,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 때문에 축의금을 내지 않는다거나, 친구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거나 하진 않을 거라는거죠. 왜냐하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도 분명히 지인들이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친구의 생일을 겪이고 할 것입니다. 그럴 때 단지 그들은 국가에서 급여를 받는 수급권자이기 때문에 그러한 인간관계를 위한 비용을 지출하면 안되는 걸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현재 최저생계비 책정 Market Basket에는 그러한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되어지긴 하지만 최저한의 생계유지에 앞서 그들의 인간관계 또한 고려를 해야 한다고 보고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마음 가짐 때문인지, 아직 체험 5일이 채 지나지도 않은 현 시점에서 저한테 남은 돈은 불과 187,170원에 불과합니다. 4일동안 쓴 돈을 계산해보니 정신이 번쩍 들어,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 유지도 유지지만, 최저생계비 체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확 절약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 가계부>

그럼 저의 최저생계비 4일간의 체험을 되집어 보도록 하죠.

우선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 시작 전날이었던 6월 30일 전 마지막 쇼핑을 즐겨야 한다는 마음에...
퇴근 후 저녁식사를 하고 영등포에 위치한 타임스퀘어에 가서 청바지와 가방을 질렀습니다. 마침 망고라는 브랜드가 50% 세일을 하고 있어, 매우 즐겁게 74,000원을 카드로 쓱~ 긁었지요. 앞으로 한달은 이러한 사치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그리고 드디어 날이 밝았습니다.

7월 1일(목)! 대망의 최저생계비 시작 첫날!!

최저생계비를 가지고 어떻게 아침, 점심, 저녁 3끼를 먹을가 걱정을 하다, 나름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아침과 저녁은 가볍게, 점심은 무겁게 였습니다. 즉, 아침과 저녁은 계란과 바나나 같은 걸로 가볍게 먹고, 점심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지요.

그래서 7월 1일 아침은 바나나 2개로 해결하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바나나 8개 1송이는 4,000원! 1개당 500원 입니다.
점심은 지하에 위치한 직원식당(2,700원)에서 해결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원님께서 사무실 직원 모두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셔서 갑작스런 회식을 했습니다. 의원님이 좋아라 하시는 화전분재예술원이라는 식당에서 두부김치, 돼지갈비, 잔치국수 등 포식을 하면서도, "최저생계비 첫날인데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단체회식은 제외합니다"라는 규정을 되뇌이며 마음 편히 점심식사를 마친 후, 저녁에도 회식이 있었습니다.

                                           <화전분재예술원의 돼지갈비, 회식이라서 행복했어요!!>

점심은 사무실 회식이라면, 저녁은 민주당 법사위 보좌진 회식! 2주전부터 예정된 회식이고, 고기를 사준다는 말에 혹 하여, 또 "회식"이라는 명분으로 고기와 술을 원 없이 먹었습니다. 최저생계비 첫날인데 최저생계비 첫날 같지 않은 하루를 보낸셈이죠.


7월 2일(금)! 무난한 하루~!


아침은 미리 사둔 바나나 1송이와 커피우유(650원)으로 간단히 먹은 후 돌아온 점심시간!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은 일 때문에 단체분들과 약속이 잡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업무상 만나는 식사자리&술자리는 어떻게 환산해야 하지?" 이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해졌습니다.
국회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리에 앉아서 페이퍼를 쓰는 일도 물론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하는 일들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식사자리 혹은 술자리가 많은 편인데, 이것을 다 카운팅 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판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단체분들과 만나 업무논의를 하며 식사를 한 점심식사는 비용으로 카운팅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전은경팀장님께 이 부분의 고충을 토로하니, 업무상 식사자리나 술자리는 카운팅 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해주셔서 지금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녁식사 시간! 정말 오래간만에 집으로 일찍 들어가는 길에 떡볶이를 사들고 들어갔습니다.
역시, 가장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음식 중 하나는 바로 떡볶이 인거죠! 맥주가 한잔 생각나는 금요일 저녁이었으나, 더 이상의 지출은 무리일듯 하여 떡볶이 만으로 만족하였습니다.

                                       <우리동네 홍대라면의 떡볶이, 저녁식사 대용>


7월 3일(토)! 엄청난 지출...


주말엔 느지막히 일어나는 나쁜 습관 때문에 아침을 못 먹고, 바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결혼하는 친구들 웨딩촬영에 참석하기로 하고, 다른 친구와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시간을 보니, 점심을 먹고나면 분명히 커피까지 마시러 가야할 시간이라, 과감히 친구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저희집과 정~반대에 사는 친구였지만, 최저생계비 체험을 한다는 소리에 바로 집으로 달려와 주더군요.
그렇게 집에서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고, 담소를 나누다가 친구의 웨딩촬영 장소인 청담동으로 향했습니다.
단체티를 입고 친구 웨딩촬영에 함께 하다가,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것 같아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카페 아니면 갈 곳이 별로 없는거죠. 커피빈을 가자는 친구를 잡아 끌어 간 곳은 그나마 저렴한 맥도날드! 친구가 사준다는 말에 혹~ 해서 스파이시 치킨랩과 아이스아메리카노까지.. 천국이 따로 없더군요.

                        <친구가 쏜, 맥도날드 스파이시 치킨랩&아이스 아메리카노! 하지만 1/N>

그리곤 칭구들의 웨딩촬영이 끝난 후 뒷풀이로 베니건스까지 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걸 따라가면 안되었는데... 밥 쏜다니 바로 쪼르르 따라가버린! 

그렇게 압구정 베니건스에서 저녁을 먹고 토욜 저녁에 잡혀있었던 선약 때문에 서초동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프로보노 네트워크 파티" 제가 활동하고 있는 SCG라는 조직과 열정플랜트라는 조직이 주관한 파티였는데, 이 곳의 참가비는 2만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가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2만원을 감수하고 참여하였습니다. 막걸리 스탠딩 파티!!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파티여서 그런지, 시간가는지 모르고 놀다가 지하철이 끊겨버렸습니다. 이 때는 아마 제가 최저생계비 체험 중이라는 것을 완전히 망각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곤 평소 습관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비 19,440원...

                    <프로보노 네트워크 파티에서 즐거운 한때, 이 때만 해도 택시비는 상상도 못한..> 

그리고 친구 결혼식 축의금 5만원. 지방에서 결혼식이 열려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대신 친구 편에 보낸 축의금까지..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친구들에게 얻어먹은 맥도날드, 베니건스 까지 1/N 하여 토요일 하루 동안 쓴 비용을 모두 계산해보니... 무려 108,521원!

충격에 휩싸여 버렸습니다. 318,371원 중 1/3인 108,521원을 단 하루에 써버렸다니!!!!
역시 평소 씀씀이를 버리긴 참 어려운가 봅니다.

다시 한번 되집어 봅니다. 도대체 어떤 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까?
우선.. 맥도널드와 베니건스에서 친구에게 얻어먹은 것들을 먹지 않았다면, 19,081원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하철 끊기기 전에 집에 들어가 택시를 타지 않았다면 19,440원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총 38,521원을 줄일 수 있었겠네요.

아. 친구 축의금 그리고 파티 참가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일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최저생계를 체험한다지만, 평생 한번하는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프로보노 네트워크 파티"는 그 전부터 꼭 참석해보고 싶어했던 파티였던지라, 2만원을 감수하고라도 갈 자리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정말 내가 딱 318,371원만 가지고 한달을 살아야 한다면, 내가 축의금을 내고 파티에 참가했을까?
아직은 제 배가 너무나 많이 부른 것 같습니다.

7월 4일(일)! 아끼고 아껴도 만원이 넘네!

역시나 느지막히 일어나서 아침 스킵! 최저생계비 체험을 위해 안하던 트위터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블로그에 매일매일 올리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곤 김밥 한줄(1,000원)로 점심을 때우고 SCG 사업개발팀 회의를 위해 강남역으로 향했습니다.
SCG는 Social Consulting Group의 약자로, 사회적기업을 무료로 컨설팅 해주는 프로보노 조직입니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무료로 기부하는 조직인데요. 저도 별로 없는 재능을 가지고 이 곳에서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팀은 사업개발팀으로 Social Business Review라는 잡지를 창간하기 위해 매주 회의를 하고 있는데, 얼마 전 부터 Project Manager라는 중책을 맡아 책임감에 휩싸여 있는 중입니다.
여하튼!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고, 장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강남역에 있는 ABLE HILL이라는 카페에 갔는데, 그 곳은 시간당 2000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세미나 공간을 빌려주는 카페입니다. ABLE HILL에서 2시간이 좀 넘게 커피를 마시며 회의를 한 결과 8,800원을 지출했습니다.
다음주 일요일에도 이 곳에서 SCG 사업개발팀 회의를 진행 할 예정인데, 비용 처리가 걱정이네요.
그리고 교회에 예배드리러 갔다가 헌금으로 5,000원을 지출하였습니다. 30주년 기념예배였던지라, 차마 헌금을 1,000원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평소대로면 10,000원을 했을텐데, 아껴서 5,000원만! 하나님도 이런 절 이해해 주시겠지요?
하루종일 김밥 한줄 먹고 움직였더니, 허기가 극에 달해 730원 하는 신라면 하나 사들고 집으로 고고싱~!
오래간만에 집에서 끓어멱는 라면 맛은 꿀맛이더군요. 그러나 앞으로 남은 한달동안 계속 라면만 먹어야 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지겠죠?

이상 4일동안 최저생계비 체험기입니다! ^^
7월 3일에 최저생계비 체험을 망각하고 마구 지출한 결과 남은돈이 얼마 안되서, 남은 날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많이 되네요.
이 후기를 읽으시는 분들 중 저를 욕하시는 분들 또한 매우 많으실 것 같기도 합니다.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 한다는 애가, 하루에 10만원 넘게 지출하는게 제정신이야?" 저 이런 욕 들어도 쌉니다.
지난 한주는 제가 제정신 못차린 상태에서 혹은 너무나 나태한 상태에서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에 임한듯 합니다.

이번주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 유지에 힘써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쭉 지켜봐 주세요! 아직 남은날들이 더 많으니까요!! ^^

아!! 그리고 집에서 밥을 먹을 경우는 2,000원으로 산정하였습니다!
아직 교통비와 통신료는 포함을 안 시킨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