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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일 압구정 CGV에서 본 <거인>
조카 돌잔치 갔다가 저녁약속까지 시간이 남아서 혼자 본 영화.
별 생각 없이 고른 영화였는데... 일과 매우 밀접한(?) 영화였던.
부모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형편과 망나니 아버지 때문에 그룹홈에서 살고 있는 영재.
그룹홈의 엄마 아빠에게 사랑을 받아서 쫒겨나지 않기 위해 하는 안쓰럽기 그지없는 행동들.
그리고 용돈을 벌기 위해 하는 도둑질.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영재의 도둑질이 언제 들킬지 몰라서 조마조마 하고...
같은 방을 쓰던 다른 친구를 냉정히 대하는 모습을 보며 이해가 가면서도 좀 잔인해 보이기도 하고...
그 나이에 겪을만한 일들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 <거인>
2개월 전 쯤 관악구에 위치한 <여성청소년 그룹홈>을 방문해서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아팠던 엄마가 돌아가신 후 천애고아가 된 아이. 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1년 넘게 살다가 이웃집 민원으로(매일 집에서 술마시고 담배피고 그랬단다), 구청에서 나왔고...
그 길로 서울시아동복지시설에 수용 되었다가 그룹홈에 오게 된 아이.
자신이 겪은 일들 담담히 털어놓는데... 14살 아이가 겪었다기에는 너무 아픈 일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복지정책 업무를 하면서 그룹홈에 가본 것도 처음이었고...
그룹홈에서 사는 아이들과 오래 이야기 해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그 아이들이 참 대견하면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그 어린 아이들이 몇백만원 받아서 자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 참...
우리나라 정책이 그것 밖에 안되는게...
<거인>을 보며 내가 만났던 그 아이들이 많이 생각이 났다.
명함을 주며 하고싶은 말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했더니, 명함에 사회복지사라고 적힌 것을 보고 눈을 반짝이면서~
"선생님! 저 내일 **대 사회복지학과 면접 있는데... 면접에서 무슨 질문이 나올까요?"라고 물어서 날 당황시킨 아이. "선생님은 면접 안보고 들어가서 잘 모르겠는데... '복지국가가 무엇일까?' 이런거 나오지 않을까?"라고 하니, "그럼 복지국가가 뭔데요?" 라고 해서 말문이 막히게 한.
그 아이는 그 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