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읽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초판이 나온게 2002년이니까, 많이 늦기는 늦은 듯.
고대 정치외교학과 최장집교수, 한국 민주주의 연구의 최고 권위자.
그가 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사, 개론서라 하기에는 조금은 어렵기도 한...
출근 길에 이 책을 들고 읽고 있는 걸 본 최장집 교수 제자인 옆방의 이비서관은 "비전공자가 읽긴 어려울텐데"라고 우려하였으나, 시간이 쫌 걸린 것 빼곤 무난히 읽을 수 있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책 내용이 이미 다른 부분을 다 알고 있다는 전제조건 하에 간단간단하게 정리하면서 넘어가고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자세하게 정리가 된 다른 책을 함께 보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1부 문제
제1장 민주화 이후의 한국민주주의
제2부 보수적 민주주의의 기원과 갈등
제2장 냉전반공주의와 조숙한 민주주의
제3장 권위주의적 산업화와 운동에 의한 민주화
제4장 민주화 이행의 보수적 종결과 지역정당체제
제3부 민주화 이후의 한국사회
제5장 민주화 이후의 국가
제6장 민주화 이후의 시장
제7장 민주화 이후의 시민사회
제4부 결론
제8장 한국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과제
개정판 후기
최장집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냉전보수주의 정치 엘리트를 중심으로 민주주의가 진행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내용을 여러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운동의 주체와 정치의 주체가 다르게 민주주의가 발전이 된 것이다. 운동은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했는데, 그 과실은 정치인들이 가져가는 상황, 그것이 반복되면서 운동과 정치 사이에 괴리가 나타난 것.
"한국 민주주의의 이행과정에서는 냉전보수주의의 정치 엘리트만이 이행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대표되고, 운동의 중심세력들이 완벽히 배제되는 급격한 단절이 만들어졌다. 이는 이후 민주주의의 공고화 과정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보수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지적처럼,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주요 정당은 우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뿐만 아니라 민주당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는 중도우파라 할 수 있다. 우쪽으로 얼마나 더 갔느냐의 차이지, 민주당이 중도좌파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도좌파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입성하면서 이제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중도좌파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게는 빨갱이라는 명칭이 붙기도 한다.
좌파에 대한 극단적인 반응, 그것은 남북분단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사회민주당, 사회당, 심지어 공산당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당들은 존재하기 힘든 것. 조금만 좌로 치우쳐도 빨갱이라 비난 받기 때문에...
"한국의 지역당구조는 지역에 자립적인 기반을 갖는 다원적 정치세력간의 경쟁이 아니라, 중앙집중화의 구조에서 엘리트간 경쟁의 산물이며, 그 결과가 전부 아니면 전무가 되는 게임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중은 선거경쟁에서 위로부터 동원될 뿐 그 승리의 결과를 배분받지 못한다. 이것은 권력을 획득하고자 하는 정치경쟁, 선거경쟁의 수준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며, 다른 영역에서도 그와 유사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좀체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현상. 지역에 기반한 정당.
오늘 기사를 보니, 6.2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결과 경상도와 전라도 몇곳에서는 단 한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하여, 선거를 하지 않고도 당선이 되었다고 한다. 경상도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 전라도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 이들에 대응할 다른 정당의 사람이 입후보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만 봐도, 우리나라의 지역당 구조는 매우 심각하다.
이것을 어떻게 풀 수 있을 것인가?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충청도...
지역이 아닌, 직능별로 혹은 계층별로 지지정당이 달라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당정치라 할 수 있을 텐데...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단지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동일한 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각 정당간 정책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지역 안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으니, 한쪽에 치우친 정책을 만들 수 없는 것. 특히 각 지역의 경기를 살리기 위해 토목사업에 집중하는 정책으로... 그 결과가 바로 4대강 사업이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교수는 이미 민주화가 모두 되었다고 보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고 책 제목을 지었고
고 노무현대통령은 이제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성숙하였기 때문에, 걱정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이명박대통령이 하는 짓들을 보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많이.
최근 어떤 이야기를 들었다.
어버이연대 간부가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기사가 이명박대통령을 실랄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어버이연대 간부는 택시기사의 택시면허 번호를 적어갔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택시기사는 택시면허를 박탈당했다고 한다.
또한, 어제 한국의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을 조사키 위해 방한중인 프랑크 라뤼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미행을 당하는 것 같다"며 외교부에 항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는 기사가 떴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6.2 지방선거 이후에 달라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