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선민언니가 쓰는 [보좌관 일기] 연재 기사마다 공감했었는데, 이번 기사는 더더욱 공감!
예~전에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어서 그런가?! ㅋ
국회의원은 정문, 일반인은 후문... 어이없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58136
"그래, 잘 지내지? 언제 한 번 보자"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 선후배와의 전화 통화는 대체로 이렇게 마무리 된다. 엄청나게 바쁜 것도 아닌데 그 '언제'는 쉽게 오지 않는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던 약속이 몇 차례 틀어지고 나면 "넌 항상 바쁘니까"라며 친구들도 고개를 젓는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늘 야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예기치 않은 일정이 끼어들어 약속을 변경하는 일이 가끔 생긴다.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지 않나?)
불안정한 저녁보다 점심시간 약속잡기가 좋다. "언제 한 번 봐요"라는 말에 진심이 묻어나는 기미가 보이면 얼른 낚아채서 말한다. "점심 먹으러 올래?"
점심시간에 만나는 사람은 다양하다. 다른 의원실 보좌진, 기자, 당직자, 선후배, 가끔은 친구도 만난다. 업무 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이 대다수지만 친분관계와 경계가 모호하다. 싫은 사람과 점심 약속을 잡을 리 없으니 말이다.
가깝지만 먼 국회, 왜 그럴까
오찬모임 배석이나 회의를 겸한 식사 자리도 가끔 있는데 웃으며 앉아 있어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업무상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면 오후 내내 소화가 잘 안 된다. 특히 상대가 낯설고 어려운 사람이면 여지없이 체한다.
내가 보고 싶어 국회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하루를 반짝반짝 윤기 나게 한다. 낮 12시 전에 최대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출근 하자마자 파일을 열고 작업을 시작한다. 온라인 뉴스 검색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면 충전된 에너지로 다시 일에 집중한다. 한 시간의 '쇼생크 탈출'은 감옥도 살만한 곳으로 만든다.
오늘도 기다리던 후배가 오기로 했다. 생일이 지난 지 한참 되었는데 선물을 들고 온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선물이 아니라 후배를 기다린 거다. 후배가 처음으로 국회에 오던 지난여름에는 문자를 보냈었다.
"국회 정문 들어올 때 경비대가 '어디 가느냐'고 물을 거야. 쫄지 말고 약속 있다 하고 들어와. 국회 본청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건물이 의원회관이야."
국회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중압감도 있는데 정문에서 제복을 입는 사람이 제지하면 절로 위축 되겠지만 그건 그냥 그들의 업무다. 지금은 겨울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지만 날이 좋을 때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종종 들어와 국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약속이 없어도 국회는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 먹고, 의원동산을 산책해도 된다.
특히 국회도서관과 방문자센터는 추천코스다. 국회도서관은 일단 쾌적하다. 신간서적, 신문, 잡지를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논문도 많다. 단, 대출은 안 되고 열람만 할 수 있다. 어린이도서관도 있다. 동화책부터 학습만화까지 다 있다.
국회방문자센터는 1919년 임시의정관의 기록물부터 제헌의회, 현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의회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일종의 학습관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전시물이다. 방문자센터 홈페이지를 통하여 참관신청을 하면 국회의사당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 게다가 기념품도 준다! 방문자센터와 국회의사당 사이 거리는 꽤 먼데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8세 이하 아동은 전기자동차를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다.
가끔 국회 방문 예약을 해달라고 전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원이라고 특별한 통로가 있는 게 아니라 방문자센터 홈페이지에서 똑같이 예약한다. 국회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생각보다 열려 있다. 둘러보고 구경하는 건 어렵지 않다. 국회가 멀게 느껴지는 것은 다른 이유다.
'일반인'은 후문 이용해야
4년에 한 번 선거를 통해 지지하는 정당을 정하고, 내 의사를 대리할 정치인을 선출한다. 의원들은 늘 민의를 대변하겠다고 한다. 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한다. 그 말이 진심이 되려면 정말 그렇게 일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위해 일하는 것 같고, 다수의 일하는 사람보다 소수의 잘사는 사람을 위한 정책에 주안점을 두는 것 같으니 국회에 거리감이 생기는 거다. 시민이 아니라, 기득권을 점유한 특별한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특권에 대한 분노도 가중된다.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국가 정책, 법의 제·개정 과정을 모두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 그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은 알아야 한다. 정보를 전하고, 여론을 움직이고, 시민과 동료 정치인을 설득하는 모든 과정이 정치다. 국회가 다른 세상처럼 보인다면 정치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렇다 해도, 실질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도 있다. 국회 의원회관 출입구는 앞과 뒤, 두 곳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대부분 앞 출입구로 간다. 의원실 방문은 이곳을 이용해도 되지만 토론회, 간담회 등에 참석하러 왔다면 뒤쪽 출입구를 이용해야 한다. 눈앞에 출입구를 두고도 못 들어가는 게 유쾌한 경험이 될 리 없다. 본청이라 부르는 국회의사당 건물은 더하다.
국회 정문으로 들어와 해태상 사이와 잔디밭 가운데 분수대를 지나 국회의사당 정문을 향해 씩씩하게 계단을 오르면 "뒤로 돌아가십시오"라는 말을 듣는다. 다시 계단을 내려간 뒤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 안내실을 거쳐야만 국회의사당을 출입할 수 있다.
청원을 접수하러 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법안 발의는 국회의원과 정부만 할 수 있지만 국회법은 국민들의 청원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청원제도를 명시하고 있다. 국회의원 1인 이상의 소개가 있으면 누구든 어떤 단체든 청원을 할 수 있다. 재판에 간섭하거나 국가기관을 모독하는 내용만 아니면 된다.
그런데 청원 접수를 받는 곳이 국회의사당 건물 안에 있다. 장소 접근성으로 따지자면 국민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안내실에서 제일 가까운 1층에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적어도 건물 안에서 헤매지 않아도 된다.
또, 의원들은 종종 관련 단체, 당사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한다. 이때에도 의원이 아닌 '관계자' '당사자'는 정문이 아닌 뒷문을 이용해야 한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건물에 들어가기까지 최단거리 이동은 보장되지 않는다.
방문한 사람들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일이 국회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일까? 국회를 방문하려면 신분증을 내고, 방문증을 받고, 연락처를 적고,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한다. 방문객이 좀 더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
나를 아는 당신, 국회에서 밥 먹자
지난여름, 그 후배와 의원회관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직원은 2800원, 외부인은 4000원이다. 줄을 서서 직접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고, 다 먹으면 빈 식판을 반납해야 한다. 번거롭긴 하지만 맛으로만 따지면 손님에게 대접해도 부끄럽지 않다. 국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식당이다. 이익이 남으면 반찬의 질을 높이는데 다시 쓰인다.
의원회관에는 식당이 두 곳이 더 있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밥을 가져다주는 '작은 식당'은 가격이 직원식당의 두 배다. 격식을 따져야 하는 손님은 여기가 좋다. 맛은 직원식당보다 못하지만 샐러드와 후식이 있다.
또 한 곳은 '의원식당'이다. 가격은 직원식당의 세 배에 이른다. 일반 식당처럼 밥을 가져다주고 직접 치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가지 않는다. 의원식당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다. 입맛은 참으로 정직하다.
국회의사당에도 세 곳의 식당이 있고, 도서관에 한 곳, 방문자센터에 한 곳이 있다. 매주 월요일이면 식단표를 뽑아 붙여놓고 메뉴를 살핀다. 행복한 시간이다. 가끔은 후생관 분식집에서 김밥과 라면, 떡볶이, 순대를 먹는다. 맛있는 밥만큼 일할 맛 나게 하는 게 또 있을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싫은 사람과 먹으면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일의 의욕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니 내 지인들이 "넌 바쁘니까"라는 말로 못 만나는 이유를 전적으로 내게 떠넘기지 말고, 점심 먹으러 오면 좋겠다. 여의도는 외롭고, 춥다. 보고 싶다, 일할 맛나게 해주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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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선민언니가 쓴 글과
2010년 본청에 근무할 때 썼던 글. "국회 본청 출입구, 국회의원은 정문 vs 국민은 후문(뒷문)"
http://passion0101.tistory.com/190
"국회의원은 정문, 일반인은 후문" 몇년이 지났어도 변함없구나! 젠장!!
예~전에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어서 그런가?! ㅋ
국회의원은 정문, 일반인은 후문... 어이없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58136
"그래, 잘 지내지? 언제 한 번 보자"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 선후배와의 전화 통화는 대체로 이렇게 마무리 된다. 엄청나게 바쁜 것도 아닌데 그 '언제'는 쉽게 오지 않는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던 약속이 몇 차례 틀어지고 나면 "넌 항상 바쁘니까"라며 친구들도 고개를 젓는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늘 야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예기치 않은 일정이 끼어들어 약속을 변경하는 일이 가끔 생긴다.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지 않나?)
불안정한 저녁보다 점심시간 약속잡기가 좋다. "언제 한 번 봐요"라는 말에 진심이 묻어나는 기미가 보이면 얼른 낚아채서 말한다. "점심 먹으러 올래?"
점심시간에 만나는 사람은 다양하다. 다른 의원실 보좌진, 기자, 당직자, 선후배, 가끔은 친구도 만난다. 업무 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이 대다수지만 친분관계와 경계가 모호하다. 싫은 사람과 점심 약속을 잡을 리 없으니 말이다.
가깝지만 먼 국회, 왜 그럴까
오찬모임 배석이나 회의를 겸한 식사 자리도 가끔 있는데 웃으며 앉아 있어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업무상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면 오후 내내 소화가 잘 안 된다. 특히 상대가 낯설고 어려운 사람이면 여지없이 체한다.
내가 보고 싶어 국회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하루를 반짝반짝 윤기 나게 한다. 낮 12시 전에 최대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출근 하자마자 파일을 열고 작업을 시작한다. 온라인 뉴스 검색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면 충전된 에너지로 다시 일에 집중한다. 한 시간의 '쇼생크 탈출'은 감옥도 살만한 곳으로 만든다.
오늘도 기다리던 후배가 오기로 했다. 생일이 지난 지 한참 되었는데 선물을 들고 온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선물이 아니라 후배를 기다린 거다. 후배가 처음으로 국회에 오던 지난여름에는 문자를 보냈었다.
"국회 정문 들어올 때 경비대가 '어디 가느냐'고 물을 거야. 쫄지 말고 약속 있다 하고 들어와. 국회 본청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건물이 의원회관이야."
국회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중압감도 있는데 정문에서 제복을 입는 사람이 제지하면 절로 위축 되겠지만 그건 그냥 그들의 업무다. 지금은 겨울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지만 날이 좋을 때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종종 들어와 국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약속이 없어도 국회는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잔디밭에 앉아 도시락 먹고, 의원동산을 산책해도 된다.
특히 국회도서관과 방문자센터는 추천코스다. 국회도서관은 일단 쾌적하다. 신간서적, 신문, 잡지를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논문도 많다. 단, 대출은 안 되고 열람만 할 수 있다. 어린이도서관도 있다. 동화책부터 학습만화까지 다 있다.
국회방문자센터는 1919년 임시의정관의 기록물부터 제헌의회, 현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의회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일종의 학습관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전시물이다. 방문자센터 홈페이지를 통하여 참관신청을 하면 국회의사당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 게다가 기념품도 준다! 방문자센터와 국회의사당 사이 거리는 꽤 먼데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8세 이하 아동은 전기자동차를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다.
가끔 국회 방문 예약을 해달라고 전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원이라고 특별한 통로가 있는 게 아니라 방문자센터 홈페이지에서 똑같이 예약한다. 국회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생각보다 열려 있다. 둘러보고 구경하는 건 어렵지 않다. 국회가 멀게 느껴지는 것은 다른 이유다.
▲ 국회의사당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관람자들은 후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 |
ⓒ 한미숙 |
'일반인'은 후문 이용해야
4년에 한 번 선거를 통해 지지하는 정당을 정하고, 내 의사를 대리할 정치인을 선출한다. 의원들은 늘 민의를 대변하겠다고 한다. 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한다. 그 말이 진심이 되려면 정말 그렇게 일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위해 일하는 것 같고, 다수의 일하는 사람보다 소수의 잘사는 사람을 위한 정책에 주안점을 두는 것 같으니 국회에 거리감이 생기는 거다. 시민이 아니라, 기득권을 점유한 특별한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특권에 대한 분노도 가중된다.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국가 정책, 법의 제·개정 과정을 모두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 그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은 알아야 한다. 정보를 전하고, 여론을 움직이고, 시민과 동료 정치인을 설득하는 모든 과정이 정치다. 국회가 다른 세상처럼 보인다면 정치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렇다 해도, 실질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도 있다. 국회 의원회관 출입구는 앞과 뒤, 두 곳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대부분 앞 출입구로 간다. 의원실 방문은 이곳을 이용해도 되지만 토론회, 간담회 등에 참석하러 왔다면 뒤쪽 출입구를 이용해야 한다. 눈앞에 출입구를 두고도 못 들어가는 게 유쾌한 경험이 될 리 없다. 본청이라 부르는 국회의사당 건물은 더하다.
▲ 2013년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 연설을 하는 국회 본회의장 모습. | |
ⓒ 사진공동취재단 |
국회 정문으로 들어와 해태상 사이와 잔디밭 가운데 분수대를 지나 국회의사당 정문을 향해 씩씩하게 계단을 오르면 "뒤로 돌아가십시오"라는 말을 듣는다. 다시 계단을 내려간 뒤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 안내실을 거쳐야만 국회의사당을 출입할 수 있다.
청원을 접수하러 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법안 발의는 국회의원과 정부만 할 수 있지만 국회법은 국민들의 청원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청원제도를 명시하고 있다. 국회의원 1인 이상의 소개가 있으면 누구든 어떤 단체든 청원을 할 수 있다. 재판에 간섭하거나 국가기관을 모독하는 내용만 아니면 된다.
그런데 청원 접수를 받는 곳이 국회의사당 건물 안에 있다. 장소 접근성으로 따지자면 국민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안내실에서 제일 가까운 1층에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적어도 건물 안에서 헤매지 않아도 된다.
또, 의원들은 종종 관련 단체, 당사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한다. 이때에도 의원이 아닌 '관계자' '당사자'는 정문이 아닌 뒷문을 이용해야 한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건물에 들어가기까지 최단거리 이동은 보장되지 않는다.
방문한 사람들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일이 국회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일까? 국회를 방문하려면 신분증을 내고, 방문증을 받고, 연락처를 적고,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한다. 방문객이 좀 더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
나를 아는 당신, 국회에서 밥 먹자
지난여름, 그 후배와 의원회관 '직원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직원은 2800원, 외부인은 4000원이다. 줄을 서서 직접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고, 다 먹으면 빈 식판을 반납해야 한다. 번거롭긴 하지만 맛으로만 따지면 손님에게 대접해도 부끄럽지 않다. 국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식당이다. 이익이 남으면 반찬의 질을 높이는데 다시 쓰인다.
의원회관에는 식당이 두 곳이 더 있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밥을 가져다주는 '작은 식당'은 가격이 직원식당의 두 배다. 격식을 따져야 하는 손님은 여기가 좋다. 맛은 직원식당보다 못하지만 샐러드와 후식이 있다.
또 한 곳은 '의원식당'이다. 가격은 직원식당의 세 배에 이른다. 일반 식당처럼 밥을 가져다주고 직접 치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가지 않는다. 의원식당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다. 입맛은 참으로 정직하다.
국회의사당에도 세 곳의 식당이 있고, 도서관에 한 곳, 방문자센터에 한 곳이 있다. 매주 월요일이면 식단표를 뽑아 붙여놓고 메뉴를 살핀다. 행복한 시간이다. 가끔은 후생관 분식집에서 김밥과 라면, 떡볶이, 순대를 먹는다. 맛있는 밥만큼 일할 맛 나게 하는 게 또 있을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싫은 사람과 먹으면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일의 의욕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니 내 지인들이 "넌 바쁘니까"라는 말로 못 만나는 이유를 전적으로 내게 떠넘기지 말고, 점심 먹으러 오면 좋겠다. 여의도는 외롭고, 춥다. 보고 싶다, 일할 맛나게 해주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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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선민언니가 쓴 글과
2010년 본청에 근무할 때 썼던 글. "국회 본청 출입구, 국회의원은 정문 vs 국민은 후문(뒷문)"
http://passion0101.tistory.com/190
"국회의원은 정문, 일반인은 후문" 몇년이 지났어도 변함없구나!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