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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산체스네 아이들>이 그런 책이었다.
멕시코시티 빈민촌(베씬다드-까사그란데)에 거주하는 헤수스 산체스와 그의 4명의 자식들(마누엘, 로베르또, 꼰수엘로, 마르따)의 이야기.
이 책이 출판된 후 멕시코 빈곤층에 대하여 멕시코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렸고~
이 연구를 통해 발견된 '빈곤 문화'는 이후 학술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학기 빈곤론 수업을 들으며, 수업 중간 중간 나왔던 '빈곤 문화'
'빈곤 문화'가 있다는 주장과 없다는 주장이 아직도 반복되고 있는데~
(난 빈곤 문화가 있긴 있다고 생각한다. 빈곤층이 특정 지역에 몰려 살게 되면 그들간의 문화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니... 그 문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간에)
'빈곤 문화'라는 말을 태동시킨 책 <산체스네 아이들>
궁금 했던 책을 방학하자마자 국회 도서관에서 빌려서, 2014년 첫번째 책으로 읽었다.
759페이지의 매우 두꺼운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정말 훅훅 넘어간 책.
<산체스네 아이들>은 인류학자인 오스카 루이스가 헤수스(아버지)와 그의 4명의 자녀 마누엘, 로베르또, 꼰수엘로, 마르따에게 직접 생애사를 듣고 정리한 책이다.
그들의 생애사가 그 어떤 소설 보다도 더 소설 같아서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읽어 내려간 <산체스네 아이들>. 빈곤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야 하는 책!
(허나 부분부분 야한 대목들이 쫌 많다. 멕시코의 빈곤층은 성적으로 문란한 경우가 많은듯; 우리나라의 빈곤층이 다른나라의 빈곤층과 다른 부분이 성문제인듯... 우리나라는 빈곤층이라고 성적으로 더 문제가 있거나 하진 않으니~)
알베르또와 나는 쥐새끼에 견주면 숙맥인 셈이었다. 그놈은 아주머니건 처녀건 닥치는 대로 주워 먹었다.그래서 지금도 어딘가에 아들이 하나 있다. 쥐새끼는 그 여자가 자기 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끝내 차버리기로 작정했다며 나를 불러서 말했다.
"이제 그년하고는 별 볼일 없어. 네가 데려가서 한번 잠을 자주는 거야. 그러면 내가 그년더러 '네년이 나를 배반했지! 그것도 내 가장 친한 친구와 놀아나다니'하고 말해주면 끝나는거야."
나는 친구 간의 의리만 생각했지, 그것이 나쁜 짓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쥐새끼가 그 여자를 차버리는 데 한몫 거들었다. - 96 page
첫 아들 마뉴엘 이야기.
아들들인 마뉴엘과 로베르또 부분에는 성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이 부분은 그나마 나은 부분~
도둑질 하다 걸리자 그걸 무마하려고 가게 여주인과 가게에서 섹스를 하는 모습...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빈곤층의 성문제가 극명히 드러난... 문란한 성생활의 빈곤문화 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할까? (우리나라는 좀 다르지만!)
내가 형제들에게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도대체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형제들은 형편없는 옷을 입고 싸움으로 소일하는 것을 만족스러워 했다. 나로서는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낮은 지붕이 불안했다. 내일이라도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무너질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빠들과 동생은 내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내 형제들은 그저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것에만 급급했다. 427~8 page
꼰수엘로 부분에 나왔던 꼰수엘로의 생각.
헤수스 산체스의 4명의 자식 중 교육을 통해서 신분상승을 하려고 노력했던 꼰수엘로~
열심히 노력했으나, 가장 나락으로 떨어진...
노력에 운이 따르지 않았고, 중산층은 아니나 중산층의 마인드로 가족들을 무시했던 꼰수엘로...
결국 4명의 자식 중에서 가장 어렵게 살게 된. 그래서 가장 안타까웠던 인물.
뱃속의 애기가 커가면서 다리가 부어오르고 잇몸이 아파왔다. 이곳에서는 이가 아프면 바로 뽑아버린다. 나도 어금니 두 개를 뽑아냈다. 배가 불러서 옷도 몸에 맞지 않았지만 사 입을 돈이 없었다. 참다못해 끄리스삔에게 돈을 달랬떠니 끄리스삔은 뱃속에 있는 애기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한마디로 거절해버렸다.
"안 돼! 아무한테나 다리를 버리고 갈보처럼 돌아다니는 게 누구한테 손을 벌려?" - 490~1 page
막내 마르따 이야기. 언니인 꼰수엘로와 엄청 싸우고 15세가 되기 전 끄리스삔과 성관계 후 애를 가져서 결혼을 한 인물. 책임감 없는 끄리스삔의 애를 3명을 낳고 다른 남자를 만나서 다시 결혼을 한. 멕시코 빈민층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듯한 삶을 산 마르따.
애들을 먹여 살릴 생각도 안하면서 무조건 낳기만 하는 사람들은 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마르따의 전 남편인 그 개 같은 끄리스뻔 같은 놈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그 새낀 제가 낳아놓은 딸들을 까많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1년에 한 번 정도 기웃거리는 걸로 끝이다. 그런 것은 차라리 집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것이 나을텐데.
형한테 이런 얘기를 해서 안됐지만 형도 참 무책임한 사람이다. 자식들을 굶기지 않을 정도로는 누가 못하겠는가. 가정을 따뜻하게 보살펴주고 교육까지 당연히 시켜야지. 아버지는 안 그런데 형은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형의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형은 나보다 배우기도 더 배웠고 심지어 영리한 꼰수엘로보다도 머리가 더 좋다. 형은 이야기꾼으로 소문이 나서 형이 안 끼면 재미가 없다고 할 정도다. 이렇게 재주가 좋은 사람이 그 좋은 시절을 허송세월하다니. 나도 가족을 위해 한 일은 없지만 형이나 동생, 아버지 그리고 조카들을 위해 내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바칠 각오다.
나한테는 가족들의 장래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가족들을 잘살게 하는게 바로 최대의 소망이다. 나 혼자만 잘살아보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오직 우리 식구들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또 가족끼리 화목하길 바랐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하얀 집은 허물어져 없어졌고 주춧돌까지 부스러져 땅 속에 묻혀버렸다. - 588 page
로베르또 이야기.
공부에 관심 없고, 사고쳐서 감옥도 갔다오고~ 하지만 가족에 대한 애정은 매우 컸던 로베르또.
망나니였지만 결국 꼰수엘로보다 잘 살게 된다. 아이러니한 가족.
내 잘못도 결코 모르는 게 아니고 또 자식들이 더러운 환경 속에서 살아온 데 관해서는 더욱 애처롭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무엇을 원망할 수 있겠는가. 운이 없었다고? 경험이 부족했다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난 끊임없이 밀고 나갈 뿐이다. 마치 등에 짐을 잔뜩 실은 나귀처럼 묵묵히 인생길을 걸어갈 것이다. 나는 많은 노력과 엄청난 수고 끝에 간신히 내 집을 마련했다. 내 아들들도 이렇게 노력만 한다면 내가 못 줄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 애들이 제 힘으로 먹고살 수만 있다면 난 백만장자도 부러울 게 없을 것이다. - 725 page
4명의 아버지인 헤수스의 말.
가난한 환경에서도 하루도 안쉬고 일을 하여 가족을 부양한 대단한 양반.
하지만 그의 자식들은 왜 그의 삶을 따라가지 않았는지 의문인...
아버지가 열심히 일을 하니, 아버지를 믿고 일을 안한 것일수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산체스 헤수수의 가족을 추적하여 그들의 삶을 기록한 오스카 루이스.
빈곤층의 삶을 추적하며, 빈곤층에는 특수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밝혀서 '빈곤문화'가 있다는 것을 주장한 오스카 루이스.
빈곤층이 사는 환경 때문에 빈곤문화가 생기는 것인지?
빈곤문화 때문에 빈곤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쟁이 있지만, <산체스네 아이들>을 읽으면 빈곤문화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그들의 삶이 중산층 이상의 삶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산체스네 아이들>과 비슷한 책이 있다. <사당동 더하기 22> 이 책 또한 빈곤한 한 가정의 삶을 추적하여 기록하였으나, 이 책에는 '빈곤문화'가 빈곤층을 만든다고 주장할 만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빈곤층이 빈곤해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부각이 되는데, <산체스네 아이들>은 사회구조보다는 빈곤층의 문화로 인해 빈곤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두 책의 차이점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3일만에 다 읽어버린 책.
빈곤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