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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임경선)

by 하트입술 2013. 11. 7.

비단 그녀뿐 아니라 '일 좀 한다는' 여자들 중에는 브레이크 없는 워커홀릭들이 정말 많다. 늘 "바빠 죽겠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그녀들은 엄살 부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자신들을 정말 미치노록, 과로사 일보 직전까지 바쁘게 만든다. 동시에 "아무 생각없이 어니론가 떠나고 싶어"라고 푸념하지만, 가격대비 양질의 호텔을 비교하고 현지에서의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과제처럼 연구하는 그녀들은 이미 아무 생각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유와 우연 같은 단어는 그녀들의 사전엔 없다. 혹은 복잡하고 피곤한 인간관계에 지쳐 그냥 단순노동이나 하며 살고 싶다고 하다가도 막상 알량한 명함이 없을 때의 초라함은 견뎌내지 못한다. 그러면서 또 이렇게 구시렁댄다. "왜 내가 가는 회사마다 이렇게 일이 많은 거야?" 적작 본인들이 바로 일을 몰고 다니는 주범이면서 말이다. 
  그녀들로서는 안 짤릴 정도만 대충 일하는 게 가장 어렵다. 이미 그녀들은 자신들이 다 알아서 미리 더 많이 일하는 것이 몸에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불쌍한 그녀들을 위해 '일을 잘한다' 혹은 '일을 다 끝냈다'의 측정 가능한 기준이 있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매우 주관적이다. 
  똑똑한 상사나 클라이언트라면, 그녀들에게 쉽게 만족감을 표현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높은 과제를 기꺼이 부과할 것이다. 
  상사들의 친찬 한 마디는 괴물처럼 일하는 그녀들을 춤추게 하곤 한다. 칭찬이나 인정이야말로 그녀들에겐 절대 쾌감이자 삶의 낙인 셈이니까. 
  반면 누군가로부터 질책을 받거나 비난을 들으면 겉으로는 태연한 척 굴어도 속으로는 끙끙 앓는다. '싫은 소리'에 대한 면역력이 약한 그녀들은 그래서 본인들이 알아서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은 아닐까. 
  "워커홀릭의 성취욕은 실질적이고 외적인 성취 결과와 관계없이,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개인적이고 내적인 만족을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평이다. 그래서 늘 불만족으로 끝나는 워커홀릭도 있다. - 25~6 

  행복한 커리어 라이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과 사생활의 균형은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회사 일은 끝도 한도 없고 그 많은 일을 다 잘해낼수록 더 많은 일이 내게 넘치듯 몰려왔다. 문득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서른이 넘어서까지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계속 일할 수 있을까?" 20대에 몸이 부서질 정도로 일을 하는 것은 좋게 말하면 그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30대에 같은 식으로 일하는 것은 그저 요령이 없는 것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그 모진 상사의 말대로 몸과 마음의 건강관리 모두가 '커리어 관리'의 불가결한 일부다. 남이 나를 챙겨주기를 기대하기 전에 내가 나를 먼저 챙겨야 하는 곳이 직장이다.  - 28
  
  그런 상사들은 부하직원 시절이었을 때는 '써먹기 좋은' 복덩이지만 그들이 상사의 위치에 서면 동일한 성향 떄문에 최악의 상사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우수했던 만큼 '나는 저 시절에 충분히 해냈는데 왜 이 직원은 못하지? 아니, 하려고도 안하는 것 같아'라며 자기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부하직원에게 충분한 기회도 안 주고 혹독한 평가를 내린다. 반대로 자기와 닮은 일 욕심 많은 부하직원이 들어오면 위협을 느끼면서 그가 돋보일까봐 본능적으로 잔업무만 주고는 적당히 '밟아주곤' 한다. 그래서 보통 이런 상사들 밑에는 아주 무난한 성격에 일도 고만고만하게 하는 평범한 부하직원들만이 살아남곤 한다. 
  진정한 유능한 상사는 모든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공평하게 주고 그로 인한 공정한 결과물을 피드백 받는다. 부하직원의 가능성을 상사가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또다시 미래 자신의 부하직원에 대한 사랑을 베풀 수 없을 것이다. 부하직원을 키우면서 자신도 성장하는 능동적인 상사가 바람직하다. - 120~1

  회사내 인간관계는 유한하다. 한때의 동료가 모두 영원한 동료로 남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누구는 먼저 승진하기도 하고 누구는 먼저 회사를 나기가도 하면서 저마다의 용량과 페이스대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인생을 살아간다. 
  보다 긴 안목으로 커리어플랜을 바라본다면 자학적인 비교가 의마 없을 뿐만 아니라 이왕 승진했다면 그것이 내가 친하게 지대던 동료인 편이 낫다는 것을 깨닷게 될 것이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내 편이라는 것은 매우 든든한 일이다. 사람 일을 한치 앞을 알 수 없어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어느덧 당신이 더 높은 직급에 올라 있을 수도 있고 한때 질투 대상이었던 그녀가 이제는 현모양처가 되기를 선택해 경주에서 이탈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물론 더 높은 직급의 명함을 가진 사람이 이겼다거나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수직적인 평가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니까. -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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