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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스무살, 도쿄(오쿠다 히데오)

by 하트입술 2013. 10. 2.

스무살도쿄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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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로 국회 도서관에서 검색해서 빌려봤던 책. 

히사오의 20대.
대학 입학. 대학 중퇴. 직장인.
그 시절 남자의 일상들. 그리고 그 시절에 옆에 있던 여자.

쓰~윽 읽어 내려가기가 좋았다.

읽으며 같은 형식으로 대학 입학, 사회생활의 부분 부분을 글로 쓴다면, 난 어느 부분을 쓸까? 라는 생각을 한...

특차 합격을 전화로 확인했던 1999년 12월 24일.
대학교 1학년 때 연애를 했던 노군과 헤어졌을 때 받았던 충격?!
(그 때 살이 쭈~욱 빠졌었는데, 정작 헤어진 시점이 언제였는지가 전혀 기억이 안난다... 이후 동일인과 몇번의 이별을 더 경험해서 인가? 하하!)
정규직이었던 첫직장을 그만두고 국회에 인턴으로 들어왔던 것과 그 때의 빡세지만 즐거웠던 일들...
18대 때 승진하며 의원실 이동하던 시점. 그리고 의원실 이동을 앞둔 여름휴가 때 헤어진 것.
대학원을 다니며 연애에 올인(?) 하던 시절과 일과 공부에만 몰두 하고 있는 지금 정도?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근데 평론가라는 건 본인은 실패를 안 하는 일이잖아. 그러니 안 된다는 게야."
"아, 예예." 둘이서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 137 page


나는 지금 젊을까?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진 시점일까?
이젠 젊지 않은 것 같아서 슬프다... ㅠ.ㅠ

"오래 기다렸지?"
어라, 이상하다, 싶었다. 눈의 높이가 히사오와 똑같았다. 반사적으로 발치를 쳐다보았다. 요코는 납작한 구두를 신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
"구두 샀어." 요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게에서 아예 갈아 신었지."
"왜?" 히사오도 입가가 헤실헤실 풀어졌다.
"내가 정말 심술궂은 데가 있나 봐. 회사에서도 마음에 안 드는 상대를 만날 때는 일부러 하이힐을 신고 나가서 실컷 내려다 봐주거든. 그러면 남자들이 엄청 싫어하잖아. 그걸 보고 속으로 코웃음을 치는 거야."
히사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반대로 예쁘게 보이고 싶을 떄는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 나가서 제가 너무 키가 커서 죄송해요, 라고 하는거야."
"일단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군."
"흐응, 그렇다고 할까?" 요코가 히사오의 머리끝으로 시선을 던졌다. "다무라 군이 2센티쯤 크네, 뭐."
하지만 히사오에게는 거의 똑같은 키로 보였다.
요코는 그러잖아도 마침 구두를 살 계획이었다고 귀여운 거짓말을 했다. - 292~3 page


히사오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부모님 때문에 선으로 만난 여자와의 대화.

이 부분 읽으며 폭소했다. 나도 이런데 싶어서 말이지...ㅋ

어릴 때 내 키는 작았었다.
국민학교 때 내 번호는 항상 3~4번 이었다. 반에서 가장 작은 아이는 아니지만, 항상 작은 축에 속했던 어린 시절. 국민학교 1~5학년 내내 첫번째 줄을 벗어나지 못했었는데, 6학년 2학기 때 처음으로 2번째 줄에 앉았고, 중학교 들어간 이후 1년에 10센티씩 마구 컸다.

그 덕에 지금 내 키는 167cm.
대학 때 까진 내가 키가 큰 편인지 잘모르고 살다가,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힐을 신기 시작하니 키가 커지더라. 내 키에 힐 높이까지 더해지면, 기본 172cm는 넘어가고 좀 높은거 신으면 178cm까지 가능한.

힐 신다보니 힐 높이는 계속 높아지고, 운전 할 때 외엔 기본 7~8cm 좀 높은게 신고 싶은 날은 11cm 힐을 신고 다니다보니, 아무래도 남자를 만날 때 키에 시선이 가게 된다.

키도 크도 체격도 있는 편이라, 어지간한 남자보단 커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키가 크고 등치가 좋은 사람을 만났음 하는 마음.

그래도 나름 배려심 돋는 여자인지라, 선이나 소개팅 나갈 때는 남자 키를 물어본 후 거기에 맞춰서 구두를 신고 나간다. 키 작은 남자 만나면 단화 신고 나가고, 키 좀 크면 평소대로 신고!

그래서 저 대목에 혼자 너무나 공감 또 공감하고 말았다. 후후훗!

"우리 집 뒷마당에 창고가 있어. 거기에 여기저기서 받은 타월이불이며 식기 세트를 잔뜩 넣어뒀어. 그러고서 우리 엄마, 뻔질나게 그러는 거야. 이건 네가 시집갈 때를 위해 챙겨두는 거란다...... 나 들으라는 듯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상식적으로? 기왕 받은 거니까 그냥 쓰면 되잖아. 마치 내가 못 쓰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거 같다니까."
요코는 바깥 경치를 내다보지도 않고 혼자서 떠들고 있었다. - 298 page

이것도 바로 윗 구절과 연결되었던 부분.
우리집도 이런데... 친한 언니들 집도 다 이렇다던데...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딸 있는 집들은 다 이런건가? 하하하하하! ^^

어느순간부터 책을 읽으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런류의 책을 쓴다면? 이런 구성으로 책을 쓴다면?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보고 있다.
이런 구성이 참 좋다, 이런 구성이면 나라면 어떻게 썼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

책이 많이 쓰고프긴 한가보다. 내 책을 언제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