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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연애본능(임경선)

by 하트입술 2013. 10. 8.

 


연애본능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임경선 (더북컴퍼니,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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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관련 서적들을 종종 읽긴 하는데, 그닥 공감을 하며 읽지는 못했었다. 연애의 스킬에 공감을 못해서일까?

허나 이 책은 달랐다. 연애스킬 보다는 싱글이 왜 싱글인지를 분석한 책.
그래서 일까? 부분 부분 과하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 참 많았다.

"아! 나도 이러는데!!", "내가 이래서 연애를 못하는 구나!!" 등등......

내가 왜 연애를 못하고 있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평소에 혼자 생각해 왔던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줘서 연애불감증의 이유를 매우 정확히 알게 해준 책. 그러나 아는 것과 행동이 바뀌는 것은 다른 부분인지라 이 책을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행동이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겠다.

하하하!

아래는 정말 초초초 공감 갔던 부분이다.

  아침 7시 어학원, 8시 출근. 7시 퇴근. 8시 요가 또는 야간대학원. 그 후의 다양한 사교모임도 빈큼없이 챙기는 편이다. 그 충족된 하루하루를 위해 자가용으로 가장 효율적인 이동 동선을 고려해서 하루 일과를 짜맞춘다. 자투리 시간도 여과 없이 활용한다. 생산성과 효율성은 최대의 덕목이다. 좀더 나은 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바쁘게 하루하루를 사는, 꼼꼼히 아이크림을 발라주는 그녀들은 게으르고 늘 권태로워 보이는 여자들보다는 칭찬할 만하다. 그런데 말이다, 난 어느 순간 그녀들이 과히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과정을 즐기기보다는 성취하는 찰나의 기쁨에만 중독되어 있는 것! 그렇게 열심히 사는데 평소에는 왜 하나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걸까? 그녀들의 공통점? 그건 너무너무 괜찮은 여자들인데 사랑하는 남자가 없다는 것이다. - 26 page

 -> 아침 6시 40~50분 집에서 출발, 7시 30분 사무실 도착.
      업무량에 따라 여유가 있을 땐 7시 30분부터 건물 안의 체력단련실에서 운동.
      점심약속 없는 월,수,금 12시~1시에도 건물 안 체력단련실에서 요가.
      월요일과 목요일 6시 30분~9시 30분 박사수업. 

"자가용으로 효율적인 이동 동선을 고려한 하루 일과"라는 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13년간 지하철을 타고 잘 다니다가 박사과정을 시작한 후 이동시간 때문에 차를 샀고, 효율적인 이동 동선을 고려하여 출근 시간을 1시간 30분이나 앞당겼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에도 무언가를 계속 한다. 잠시 지하철을 타게 되면, 지하철에서 책을 읽거나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걸어다닐 땐 핸드폰으로 신문기사를 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삶.

근데 "그녀들이 과히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란 말에도 공감 했다.
정말 바쁘게 아둥바둥 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나는 정말 행복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을 바쁘게 살면서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은 "행복하다"는 생각 보다는 "난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걸까?"란 생각이니 말이다.

"과정을 즐기기보다는 성취하는 찰나의 기쁨에 중독되어 있다"는 말에도 공감.
10km 마라톤을 처음 뛰었던 건 2008년 가을이었다. 친구가 나이키티 주는 마라톤이 있다길래 신청했다가 얼떨결에 뛰었던 10km. 뛸 땐 정말 힘들었는데 피니쉬 라인을 들어올 때 그 성취감이 너무 좋았다. 일에서 찾을 수 없는 성취감이랄까?
그래서 그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10km를 뛰고 있다. 피니쉬라인을 지날 때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 말이다. 과정을 즐기기보다는 성취하는 찰나의 기쁨에 이미 중독되어 버린거 같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가 없다는 것도. 인정하기 싫은 진실.

  왜 한 달 후의 주말 스케줄까지도 채워놓아야 안심이 되는 건가. 자신에 대한 소홀함을 나타내는 것 같아 미안해서인지,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혼자 외롭게 집에 있기 싫든가, 그 가운데 하나일 터인데, 한 치의 틈도 없이 자신을 뺑뺑이 돌려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그냥 뭔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 뭐라도 빈 시간을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아서." 그녀들의 한숨 섞인 대답이다. 늘 노력파인 그녀들은 아예 외로울 틈도 없게끔 자신을 정신없이 바쁘게끔 만들지만 문제는 이런 강박증에 가까운 바지런함은 연애의 가능성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원천봉쇄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바쁘고 휙휙 다니는데 어디 한 템포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거나 안테나를 뻗어서 남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감지할 여유라도 있겠는가? 없다. 말로만 남자를 찾고 있다. - 26 page

->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후는 안 그렇지만, 그 전엔 약속이 없는 날이 거의 없었다.
    점심, 저녁 빡빡한 스케줄.
    일부러 매일매일 약속을 잡는 것도 아닌데, 아니 오히려 능동적으로 약속을 잡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달이 지난 후 수첩을 보면 파란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개인 약속을 파란색으로 쓴다)...

집에는 언제나 가족들이 있기에, 혼자 외롭게 집에 있는 것도 아니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약속을 잡는 것도 아니었다(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면 오히려 약속을 안잡아야 하는, 너무 정신없이 사는애 같아서).

결국 나는 자신에 대한 소홀함을 나타내는 것이 미안했던것 같다.
휴가를 받음 전시를 봐야하고, 1박 2일이라도 혼자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는 강박과 강박을 없애기 위한 행동들. 그게 다 자신에 대한 소홀함을 나타내지 않기 위함이었던 것 같은!

아무것도 안 하면 불안해 하며, 책이라도 읽어야 하고, 외로울 틈도 없이 자신을 정신없이 바쁘게 만드는 삶.

박사 원서를 제출하기 전, 잠시 고민을 했었다.
박사를 시작하면, 일과 박사과정을 병행하느라 시간에 쫒기며 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연애와는 영영 멀어질 것 같아 박사 원서 제출을 망설였던거다.

하지만 박사원서를 쓸 당시에도 나는 남자친구가 없었고, 있지도 않은 남자친구를 걱정하느라 박사를 지원하지 않는건 아닌 것 같아서 박사과정에 지원을 했고 합격을 했다. 그리고 수업을 듣기 시작하니, 염려가 현실이 되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삶이 너무 바빠 누군가를 만날 여유가 별로 없는거다. 물론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 소개팅을 하고 선도 보고 하긴 하지만, 내 삶이 바빠서인지 어지간한 남자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 악순환의 반복. 나 또한 말로만 남자를 찾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렇게 철저한 이성에 따라 자신을 통제하려 드는 여자들은 자수성가형 워킹 우먼에게서 많이 보인다. 연애의 가능성을 감지하는 반응도 더딜 뿐더러(다른 것 하느라 너무 바빠서), 막상 연애관계에 돌입했다 해도 자신이 감독해온 삶을 너무 곧게 살아온 여자들(그리고 그를 통해 세간에서 말하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이룬 여자들)은 연애라는 무질서한 감정으로 인해 자신의 체계쩍이던 일상이 흐트러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것 같다. 어쩌면 그녀들 스스로가 한번 연애에 빠져버리면 한층 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지게 된다는 것을 예감해서 그런 것일까?
  머리로는 연애를 하긴 해야겠고, 말로는 괜찮은 남자 다 어디 갔냐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지만 정작 행동 패턴은 따로 가는 그녀들. 이 나이에 남자에게 매달리고 유치하게 굴기도 싫고 공을 그렇게 들였는데도 보담이 안 된다면 그 노력을 일에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일지 모르겠다며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생각하려는 것이 그녀들이 스스로 파놓은 함정이다. 연애는 효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개념이다 밑지는 장사를 하기 싫다면 연애를 포기하는 수밖에. - 27 page

연애를 하면, 현재 누리고 있는 나름의 규칙적인 삶이 어그러질수 밖에 없고, 삶의 어그러짐 마져도 받아들일 정도로 매력이 있는 남자를 못 만났다고 생각했던 나. "말로는 괜찮은 남자 다 어디 갔냐?"고 말하지만 정작 행동 패턴은 따로 가는것도 사실인 나. 연애를 포기하고 싶진 않은데, 왜 연애가 안되는거야! 왜왜왜!

  독서나 음악 듣기나 솔로 여행과 더불어, 나는 국어를 잘 쓰고 잘 말하는 여자가 연애 내공, 즉 연애체질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말을 또렷또렷하고 예쁘게, 바르게 하는 여자가 참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짧은 글 한번 쓸 때마다 매 단어 끝에 '......'가 들어가 있거나 문장이 끝날 때마다 각종 이모티콘을 남발하거나 엉망인 문법과 정리가 안 된 문단에 무감각한 여자들은 그것이 '신세대 인터넷 코드냐'를 논하기 이전의 문제로 그저 매력적이지 못한 것 같다. 역시 이건 개인적인 편건이긴 하지만.
  글이라는 것은 참 요상하다. 아무리 두루뭉수리 감춘다고 해도 그 사람의 마음속 심리나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축적한 가치관, 그리고 세상사와 라이프스타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에 따라 모든 것은 그녀의 표현방식에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 마음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글에 투영되는 것이니까. 나이와 세대에 관계 없이 기본적인 글쓰기 매너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은 타인과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데 무엇보다도 갖추어야 할 미덕이라고 확신하고, 그런 여자들이 왠지 더 연애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니까 결국 닭이냐 달걀이냐 하는 것 같지만. 아니면 단순히 내가 구세대라 이런 잔소리를 하는 걸까? 에이, 설마. - 50~1 page


독서도 음악듣기도, 솔로 여행도 너무 잘 하는데, 국어를 잘 쓰고 잘 말하진 않지만 못 쓰고 못 말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왜 난 연애체질의 패자인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서는 완성된 줄글을 많이 쓰는데 블로그에서는 단문을 쓰며 ..... 등을 남발한 것 같아서 조금 찔리기도 했다. 왜 블로그에서는 기승전결이 명확한 줄글이 잘 안 써지고 카톡이나 네이트온 하는 것 처럼 단문만 써지는건지 원.

제대로 된 줄글을 쓰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줄글 쓰기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글에 투영되는 거니까!

<연애본능>을 읽고 내가 왜 연애를 못하는지는 알았는데, 어떻게 해야 연애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전비가 매번 말하는 것 처럼 "자아를 버리지 않는 한" 누군가를 만날 수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