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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

by 하트입술 2013. 9. 15.
부모님이 어떻게든 시집을 보내시려나보다. 발제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 또 선 보러 고고싱.
부모님의 소원이라니 어쩌겠어,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 마당에 산 사람 소원인데...

강남 모처에서 커피를 놓고 2시간 가량 수다를 떨다 집에 오는 길.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맞춰주는 무수리 정신.
(덕분에 애프터는 잘 받는 듯. 푸흣!)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나면 더 피곤하다.

처음 본 사람과 웃으며, 대화가 끊이지 않도록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그렇게 선을 보고 집에 들어가는 길.
천호역에서 5호선 상일동행을 기다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에 천호역에서 버스를 타려고 나가는 길이었다.

그 때 나타난 낯익은 얼굴.

"야! 최**!"
"어~ 이게 누구야? 아줌마 다되서 몰라볼뻔 했자나!", "인사해, 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짝꿍이야"
"안녕하세요! 너 다시 이사왔어? 요즘 어디 살아?"
"공덕. 회사 근처에 살아"
"근데 이 동네엔 왠일이야?"
"여자친구랑 결혼식장 보러 왔어~"
"천호역에 있는 결혼식장은 이스턴 베니비스가 젤 낫지"
"그렇지 않아도 거기 보고 가는 길이야."
"결혼식은 언제 하는데?"
"내년 6월 쯤?"
"그나저나 너 왜 이렇게 살이 쪘냐? 못 알아보겠다~"
"사돈 남말 하시네! 넌 완전 아줌마거든!!"
"야야! 말은 바로 하자고. 난 대학때보다 5킬로 정도 밖에 안 쪘다~ 넌 15킬로 이상 찐거 같은데!"
"그나저나 너 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 옷 차림이 왜 그래?"
"직장인이니깐 이렇게 입고 다니지! 청첩장 나옴 연락해라!"
"애 좀... 잘 부탁드려요! 좀... 그렇죠? 하하하!"


친구네 커플과 헤어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데 이 상황이 너무 웃기더라.

선보고 들어오다가 만난 6학년 때 짝꿍. 그리고 그 녀석의 여자친구.
하필 결혼식장 잡으러 다니고 있는 걸 마주친 것도 참 웃기고~ 하하하!

6학년 때나 지금이나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는 우리.
녀석은 6학년 2학기 짝꿍이었다. 한 학기 동안 한 책상(?)을 쓴 우리.(쓰고 나니 느낌 쫌 묘한걸? ㅋ)

어릴 땐 책상에 줄 그어 놓고 맨날 티격태격 댔고, 크고 나선 서로 인신공격 하며 티격태격.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 때 학원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었다.
그리곤 어릴 때 놀던 것 처럼 다시 금방 어울려 놀았었다. 내 친구들 그 녀석 친구들까지 함께~

1999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고, 외국어영역만 채점하지 않은 채 나가 놀다가 들어왔을 때, 한 밤중에 외국어영역 답을 불러준게 녀석이었고~
(외국어영역 채점 전 까진 내가 우리학교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남들은 만점 맞는 외국어를 그리 많이 틀렸을줄이야;;)

대학교 1학년 때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우리가 졸업한 초등학교로 불러 냈을 때, 우는 날 보고 잠자코 곁에 있어줬던게 녀석이었다.
(이 녀석이 말 안하고 가만히 있었던 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녀석이 우리 동네에 살 때는 그렇게 종종 보고 했었는데, 대학교 3학년인가 4학년 때 쯤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고 그 후엔 반창회나 있어야 겨우 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 녀석을 정말 오래간만에 우연히 마주친 것.
그것도 선을 보고 들어오다가, 결혼식장을 보고  가던 녀석을...

인생 참 묘하다.

6학년 때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싸우던 우리인데~
한명이 결혼식장을 보러 다니던 날, 다른 한명은 선을 보고 있었다는 게. 하하하!

"니코보코! 결혼 축하한당!"
"내년에 니 결혼식에 가면 오래간만에 애들 다 볼 수 있겠구나~!"
"결혼 준비 잘 하고! 청첩장은 우편으로 붙이지 말고 직접 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