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올림픽 대로에 오늘 따라 한 손(오른손)을 창문 밖으로 내 놓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엔 담배피다가 담배꽁초를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하얀색 SM3) 무개념인 사람도 있었지만... 한 손을 내 놓고, 한 손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항상 양손으로 핸들을 꼭 잡고 있던 나도 한 손을 놓아봤다.
밀리는 길에서 오른손으로만 핸들 잡고 가보고, 왼손으로만 핸들 잡고 가보고~
오른손잡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오른손만 잡고 가는게 더 편하더라.
그래서 창문 밖에 팔을 내놓고 가던 사람들도 왼쪽을 내놓고 오른쪽으로 핸들을 잡고 갔던거였겠지?
한손으로 운전을 하며 떠오른 추억.
임군과 연애를 할 때, 임군은 거의 항상 왼손으로만 운전을 하고 오른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있곤 했다. 급회전 구간이 아닌 이상... 그러던 어느날, 임군이 우리집에 데리러 와서 올림픽공원을 가다가 뭔가 나를 화나게 하는 발언을 했다. 그 때도 평소 차를 타면 그렇듯 왼손으로 운전하고 오른손으로 내 손을 잡고 있었는데... 그 때 난 양 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잇다가, 검지손가락을 하나 잡아 땡겼다. 그랬는데, 손가락이 빠져버렸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차를 멈춘 임군. 손가락 이상하다고 응급실 가야겠다고 올림픽공원을 향하다가 아산병원으로 가는 중 안전벨트 안하고 운전하는걸 경찰에게 걸렸다(원래 하고 있다가 손가락 때문에 풀었다). 손가락 빠져서 응급실 가는 길이라고 말했더니, 너무 아파하는 표정을 보곤 딱지 안 떼고 보내 준 경찰.
그 상태로 잠시 정차해서 본인이 손가락을 맞춰본 임군. 손가락은 제위치로 돌아갔고... 그래도 병원 가봐야 한다는 내 주장을 무시한 채 약국에서 스프레이파스랑 사서 뿌리고 상황 종료. 그 상황을 만든 난(왜 그 때 내 손에 그렇게 힘이 들어갔는지...) 너무 미안한 나머지 응급실 가야 한다고 우겼지만, 본인이 본인상태 가장 잘 안다며 안갔던 임군. 약국에서 스프레이 파스 사서 뿌리고 마치 그런일 없었던 것 처럼 데이트를 했었다.
그날 그 이후 어디서 뭘 했는지는 기억이 전혀 안나는데, 손가락을 뽑은(?) 그 도로 경찰에게 잡힌 도로, 스프레이 파스를 산 약국은 명확히 기억이 난다. 그때 경찰이 손가락 빠졌다는 것에 어이없어하며 안전벨트 안한거 딱지 안 끊고 보내주던 것도...
한 손을 내 놓고 가던 다른 사람들도 운전 중 손과 얽힌 사연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겠지?
지나고 보면 웃음만 나는 추억들.
연애 중엔 지지고 복고 좋은 날만 있었던 건 아닌데, 누구든 헤어지고 나면 좋았던 기억만 남는 것 같다.
그래서 안 좋았던 걸 까먹고 좋았던 것만 기억하며 다시 또 연애를 하는 거겠지?
아! 9시 넘었다. 일하자! ^^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