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보이지 않는> 관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처음 참가했던 건 2008년 이었다. 석사 때 대학원신문사 기사 작성 때문에 처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갔고 이후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시간이 되는 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성과 관련된 새로운 시각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올해는 토요일에 3편의 영화를 예매했다가, 2개는 예매취소를 하고 밀린과제를 하다가 이 영화 <보이지 않는>만 봤다. 성폭행 관련 내용이라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던 영화.
<보이지 않는>은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력 생존자들이 20년 후 우연히 재회해 예전의 사건을 찾아보고, 희생자들을 만나며 자신이 겪든 성폭행 사건에 재직면하는 내용이 담긴 영화였다.
사회활동가인 릴리와 방송국에서 영상편집을 하는 니라.
니라가 우연히 영상편집을 하다가 릴리를 보고 어디선가 본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기억을 되집다 생각난 성폭행 사건. 그녀들은 경찰서에서 만난 적이 있는...
이후 니라는 '공손한 강간범 사건'으로 불린(연인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성폭행을 한 강간범), 자신이 희생자가 되었던 연쇄 성폭행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경찰서에 가서 자신의 진술 기록을 보고 싶다는 니라에게 당시 진술기록은 없다는 경찰. 강간사건의 진술기록을 왜 찾냐며, 당시 사건 담당자를 데리고 왔는데 사건 담당자는 "당신의 진술 중 기억에 남는게 몇개 있다"며 "당신은 그 때 이미 처녀가 아니었다고 했고 강간범의 성기가 굵다고 하지 않고 두껍다고 했었다"는 그.
경찰서에서 니라가 경험한 것에 사회가 성폭행피해자를 대하는 시선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처녀도 아니었으면서 성폭행?' 이런 시각이랄까?
이런 시선은 다른 피해자인 릴리 또한 겪었었다. 성폭행을 당한 후 성병이 의심되 산부인과에 가니 산부인과 의사 왈 "요즘엔 성관계 한걸 강간 당했다고 하나?"라고 빈정거려서, 자신의 기사를 보여주니 고작 항생제를 하나 처방해 준 의사.
성폭행 사건을 신고하러 경찰서에 가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자기가 담당자가 아니라고 했던 경찰. 그러면서 "늦게 다닌건 강간 해 달라고 했던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던 경찰.
성폭행 피해자에게 "네 탓이야!"라고 하는 사회.
13살 아이를 비롯하여, 16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강간범은 징역 16년을 선고 받았고, 이후 10년형으로 감형되어 10년만에 석방되었다. 1인당 1년도 채 안되는 기간...
그녀들이 복사한 대법원 판결문에는 "여성을 성폭행 한 것이 범죄이기는 하나 닳는 것도 아니고..."란 표현이 있었다. "성폭행 한다고 죽는게 아니다"라며 감형한 대법원 판사.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이 사라지질 않았다. 20년 전의 이스라엘의 모습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 같아서...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성폭행 생존자 니라와 릴리.
영화는 결국 '생존자'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 GV에서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니라와 릴리가 강간범에게 응징을 했다고 해도, 그녀들의 트라우마는 극복되지 않았을 것이다.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니라와 릴리가 강간범의 집 앞을 찾아가는 거였다. "저 창문 넘어 그놈이 살고 있어"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자막.
"전 세계 여성의 20%가 강간 혹은 강간미수의 피해자입니다(UN 2007)"
마음이 편친 않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한 영화 <보이지 않는>.
신촌 메가박스에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리는 중이니 관심있는 사람은 가보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