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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카드

by 하트입술 2013. 1. 19.

간혹 교보문고를 가면 항상 핫트랙스에서 카드와 편지지를 산다. HAPPY BIRTHDAY가 적힌 생일카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하트 모양이 담긴 카드, 그리고 홀마크에서 나온 편지지와 핫트랙스에서 만든 편지지. 당장 카드나 편지를 쓸 곳이 없어도 하나둘씩 사모았다. 그렇게 쌓인 카드와 편지지. 하지만 정작 누군가의 생일이 돌아오면 카드는 까먹고 선물만 주기 일수였고, 카드와 편지지는 살 때 넣어준 봉투 안에 그대로 담겨 내방 구석구석에 박혀 있었다.

오늘 점심, 밍밍이 생일파티가 있었다. 생일을 맞은 밍밍이가 요구한 선물은 바로 '생일카드' 그래서 오래간만에 생일카드를 쓰기 위해 카드를 찾다가 4년 전 생일날 남자친구한테 받은 '생일카드'를 발견했다. 상아색 봉투 안에 담겨 있던 하얀색 하트가 마구 인쇄되어 있는 빨간 카드. 

2009년 1월 1일.
스물여덟이 되던 해 내 곁에 있었던 사람. 장난기가 많아 매일 전화통화를 할 때 마다 웃겨줬던 그는 생일카드도 재미있게 썼다. 카드를 읽으며 스쳐지나간 그 때 그 시절. 

너무나 멋진 외모와 스타일을 지녔던 사람.
그만큼 패션에 관심도 많고, 자신을 꾸미는데 능했던 사람.
하지만 주변에 여자인 친구들 하나 없이 나만 바라봐줬던 사람.

운동을 좋아하고 술과 담배를 싫어했던 사람.
덕분에 술 좋아하는 나도 술을 매우 적게 마시게 만들어 버렸던 사람.

전형적인 메트로섹슈얼인데, 토목을 전공하고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일하며 힘들어 하던 사람. 
내가 논문을 쓰다 취업을 하고, 일과 논문 두가지를 병행하느라 힘들어 할 때 이직을 했던 사람. 
그래서 둘다 동시에 정신없이 바빠져 한참을 못보다가 오래간만에 만났던 날 사소한 이유로 다투고 헤어진 사람.

함께 있으면 즐거웠지만, 함께 사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헤어졌지만, 그가 생일에 줬던 카드를 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4~5년 전.. 내 곁에 있었던 사람.

아... 요즘 일상생활을 하다가 왜 이렇게 예전 남자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걸까?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간혹 그 때가 미친듯이 그리운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