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교보문고를 가면 항상 핫트랙스에서 카드와 편지지를 산다. HAPPY BIRTHDAY가 적힌 생일카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하트 모양이 담긴 카드, 그리고 홀마크에서 나온 편지지와 핫트랙스에서 만든 편지지. 당장 카드나 편지를 쓸 곳이 없어도 하나둘씩 사모았다. 그렇게 쌓인 카드와 편지지. 하지만 정작 누군가의 생일이 돌아오면 카드는 까먹고 선물만 주기 일수였고, 카드와 편지지는 살 때 넣어준 봉투 안에 그대로 담겨 내방 구석구석에 박혀 있었다.
오늘 점심, 밍밍이 생일파티가 있었다. 생일을 맞은 밍밍이가 요구한 선물은 바로 '생일카드' 그래서 오래간만에 생일카드를 쓰기 위해 카드를 찾다가 4년 전 생일날 남자친구한테 받은 '생일카드'를 발견했다. 상아색 봉투 안에 담겨 있던 하얀색 하트가 마구 인쇄되어 있는 빨간 카드.
2009년 1월 1일.
스물여덟이 되던 해 내 곁에 있었던 사람. 장난기가 많아 매일 전화통화를 할 때 마다 웃겨줬던 그는 생일카드도 재미있게 썼다. 카드를 읽으며 스쳐지나간 그 때 그 시절.
너무나 멋진 외모와 스타일을 지녔던 사람.
그만큼 패션에 관심도 많고, 자신을 꾸미는데 능했던 사람.
하지만 주변에 여자인 친구들 하나 없이 나만 바라봐줬던 사람.
운동을 좋아하고 술과 담배를 싫어했던 사람.
덕분에 술 좋아하는 나도 술을 매우 적게 마시게 만들어 버렸던 사람.
전형적인 메트로섹슈얼인데, 토목을 전공하고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일하며 힘들어 하던 사람.
내가 논문을 쓰다 취업을 하고, 일과 논문 두가지를 병행하느라 힘들어 할 때 이직을 했던 사람.
그래서 둘다 동시에 정신없이 바빠져 한참을 못보다가 오래간만에 만났던 날 사소한 이유로 다투고 헤어진 사람.
함께 있으면 즐거웠지만, 함께 사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헤어졌지만, 그가 생일에 줬던 카드를 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4~5년 전.. 내 곁에 있었던 사람.
아... 요즘 일상생활을 하다가 왜 이렇게 예전 남자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걸까?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간혹 그 때가 미친듯이 그리운 요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