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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국회 앞에서 커다란 하드보드지를 들고 시위를 하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든 하드보드지에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아십니까?'라고 쓰여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오가는 길, 그를 몇번이나 볼 수 있었다. 한여름 더워 죽겠는데 저렇게 1인 시위를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 하며 '형제 복지원'을 검색해봤다. 1980년대에 일어났던 사건. 이미 30년 전에 발생한 사건인데, 지금 무언가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검색을 한번 한 이후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혼자 쓸쓸히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그(한종선)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있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전규찬 교수. 전교수는 그의 손을 잡아주었고, 그에게 그가 겪은 일들을 글로 써보라고 했다. 그리고 전교수의 손을 잡은 한종선씨는 그가 형제복지원에서 겪은 끔찍한 일들을 써내려갔고 그 결과가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그가 겪은 일을 세상에 밝히고 싶어했던 '형제복지원'의 생존자 한종선씨와
그의 이야기를 세상에 밝히게 해 준 전규찬 교수 그리고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사실 나 또한 '형제복지원'을 한종선씨가 1인 시위 할 때만 잠시 알고 있었고 아예 까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에서 메일을 받았다.
<살아남은 아이> 출판 보고회를 하니 꼭 와 달라는 메일... 마침 국회에서 저녁 7시에 출판보고회가 열렸고, 의원님께 메일을 보여드리고 책 살돈 10만원을 들고 출판보고회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본 한종선씨와 전규찬 교수, 박래군 활동가 그리고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들.
그들이 말한 1980년대 형제복지원 그리고 부랑인시설의 실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권력의 횡포.
시설문제는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시설의 인권유린 문제들...
<살아남은 아이> 1부에는 한종선씨가 형제 복지원에서 겪은 사건들이 나와 있다. 그 내용들은 한종선씨가 예전의 기억을 짜내서 쓴 부분이다. 그리고 한종선씨가 그린 그림들까지... 기합을 받던 것을 그린 그림, 당시 침대가 어떻게 배치되었는지 그린 그림들...
2부에서는 전문가들이 시설과 시설의 인권문제를 다뤘다. 그래서 1부 보다는 2부가 읽는데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렸다.
하지만 1부에서 나타난 현상들이 왜 나타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밝히는 2부이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한종선'씨라는 생존자가 나타난 후 '형제 복지원' 사건을 재조명하기 위해 여러가지 팩트 확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980년대 부랑인 시설들, 자신이 왜 그 곳으로 끌려갔는지 조차 모른채 옷차림이 허술하다는 이유 등으로 갑자기 시설에 갖혀버린 사람들... 그 공간에서 죽어 나간 사람들... 그 곳에서 미쳐버린 사람들... 그리고 시설이 폐쇄된 후 다시 사회로 흘러들어 숨어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그들은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이기 떄문에...
한종선씨와 전교수 그리고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그들의 행보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