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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초 의원회관 곳곳에 <보좌관>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책 표지와 동일한 모양의 포스터... 포스터를 보고 저 책엔 도대체 무슨 내용이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굳이 사서 보기는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다른 의원실에 있는 언니가 빌려줘서 읽어봤다.
국회 생활을 하며 느낀 점들, 겪은 점들, 바뀌어야 할 점들 등에 대하여 짧은 글로 서술한 책 <보좌관>
국회에서 겪는 일들에 대하여 꼼꼼히 적어 둔 것들이 인상 깊었다.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것을 하나한 적지는 않을 터~
국회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책.
각각의 에피소드 마다 공감이 되는 부분도,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이 책을 보며 나도 책을 써볼까? 하는 도전의식도 생겼다.
책을 빌려준 언니가 "우리 몇몇이 모여서, 국회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써볼까?"라고 해서, "기회가 되면 같이 써봐요!"라고 답변한!
<보좌관>은 국회의 일상을 덤덤히 서술해 놔서 재미는 좀 떨어져서 말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국회'도 사람이 일하는 공간이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드이 많기 때문이다. 권위적인 것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톡톡 튀는 재미난 일들. 그런 것들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국회의원이 있는 곳에는 보좌진이 있다. 보좌진의 출입이 금지된 본회의장에도 본회의장 관람석 어딘가에 보좌진이 있다. 국회에서 여야간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몸싸움으로 치달았을 때 국회의원들을 대신해 몸을 던져 싸운 건 양측의 보좌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 진입하거나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좌진들이 용병처럼 투입되어 몸싸움을 벌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당의 경우엔 한나라당에 비해 정치적 동지라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에 '동일시'가 가능할 수 잇겠다. 대개 학생운동을 같이 한 선후배니까. 그런데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것이 통상적인 한나라당 보좌진도 같은 상황에 던져지는 것을 보면서 '용병'이 떠올랐다.
"대체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보좌진은 뭘 해야 하는 사람들인가?" - 139~40 page
국회의원이 있는 곳에는 보좌진이 있고, 국회의원의 하는 말들의 많은 부분은 보좌진의 머리에서 나온 말들이다. 그림자 처럼 국회의원의 뒤에 있으면서 그가 발언해야 할 것들을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 보좌진.
정무적인 판단을 함께 하며, 정책적인 부분을 채워주는 보좌진.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에 대하여 우리끼리 항상 하던 말이 글로 적혀있었다.
새누리당은 상명하복, 민주통합당은 동지. 물론 당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넓지만 대략 그런 것 같다.
내가 속한 민주통합당의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동지.
그래서 일까? 책에 쓰인 것 처럼 몸싸움으로 치달았을 경우, 민주통합당 보좌진들은 적극적으로 몸싸움에 임한다. 여자든 남자든 구분하지 않고...
그런데 새누리당 보좌진들 보면 멀뚱멀뚱 있다가 쪽수로 밀어붙였다. 항상.
결국 쪽수에 밀려 번번히 몸싸움에서 패하고 말았지만...
몸싸움까지 하면서 이 공간에 있는 것에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하는 것들이 옳다는 믿음. 우리가 모시는 의원님들에 대한 신뢰 때문인 것 같다.
2011년 예산안 대치 때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로텐더 홀 앞에 있으면서 의원님들 트위터를 통해 본회의장 내부의 상황을 파악하던 그 때.
간혹 본회의장 안에서 여성의원님의 비명소리가 들리면, 우리 의원님 아닐까 조마조마 했고...
우리 의원님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다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끌려서 내려왔다는 트위터 멘션을 보고는 분노했었다.
그때 난 기습적으로 벌어진 몸싸움에서 얼떨결에 맨 앞부분에 서 있었고...
중심 잡기도 힘든, 거친 몸싸움이 끝난 후 예산안이 통과된 후 울분을 삼키며 의원실 식구들과 간 저녁식사 자리에서 의원님께서 하신 한 마디에 울컥 눈물이 날뻔 했다.
"의장석에 있는데, 밖에서 여자애들 비명소리가 들리는거야... 니네들 다칠까봐 걱정 많이 했다!"
"니넨 기집애들이 왜 몸싸움 하는데 들어가 있었어..."
우리가 밖에서 의원님 다칠까바 걱정하고 있었는데, 의원님 또한 밖에서 여자들 비명소리가 들릴 때마다 우리가 다칠까바 마음 졸이시고 있으셨던거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 100% 신뢰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그게 당시 우리 의원실의 분위기였다. 그래서 정말 많이 그립다. 우리 의원님 그리고 우리 사무실 식구들.
너무나 존경하고 그리운 사람들...
요사이 내가 이야기를 할 때면 이야기 도중에 '깜짝 깜짝' 놀라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면서 '멈칫멈칫'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나도 모르게 일하면서 사용하는 단어가 튀어나왔나 보다. 거칠고 욕설이 포함된 오염된 언어 사용에 가족들은 기겁을 한다. 사무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고 나눴던 말들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국회에서 일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계속해서 거칠어지고 험악해져왔던 것이다. 서로를 더 아프게 공격하고, 돌아가는 상황을 명료하게 콕 짚어서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국회에서 바람직한 언어사용례로 통용되기 때문에 시나브로 젖어 들어갔던 것이다. 나만 몰랐다. - 182 page
국회에 있으면... 단어가 거칠어 진다. 나도 모르게 거칠어 지는 단어...
언젠가 동네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데 내가 이야기를 하더니 친구들이 막 웃었다.
너가 쓰는 단어 이상하다고.. 그때 친구들이 말한 단어가 몇개 있었는데.. 그중에 기억나는건 "저열하다"
당시 지방에 출장갈일이 있었고... 시도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그때 만난 그들의 모습은... "저열"이라는 말 아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능력없는 정치꾼들을 설명하다가 "저열"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친구들은 박장대소.
그러면서 내가 평소에 자주 쓰는, 다른 사람들은 잘 안쓰는 단어를 지적해줬다.
그제서야 알았다. "아... 내가 쓰는 단어가 조금 달랐구나... 내 말투가 거칠구나.."
사실관계 파악이 중요하고 팩트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야 하는 작업.
그 작업들을 하며 나도 모르게 '상활을 명료하게 콕 찦어서 자극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몸에 베어 버린거다.
하아... 점점 거칠어져가는 말투. 까칠해져가는 성격...
그냥 둥글둥글 살고팠는데~
점점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며...
이게 맞는건가 싶다.
국회보좌진으로 근무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우리가 왜 의원 전화 한 통화에 달려나가야 하는지. 데이트 중에, 가족여행 중에, 대학원 수업 중에 울려대는 전화가 여속할 뿐이다. 급기야 연애는 깨지고 가족관계는 위기에 처하고 학점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불성실한 연인이고, 가족이고, 학생이다. - 184 page
정말.. 정말... 제일 공감한 부분.
국회 보좌진으로 근무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모른다.
우리가 왜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고... 수시로 야근을 해야 하며...
갑자기 저녁 약속을 깨고 페이퍼를 써야 하는지.
매일 매일이 전쟁.
정부에서 갑자기 정책을 발표해서 바빠지고...
당에 갑자기 사건이 나서 바빠지고...
의원님이 발언을 잘해서 혹은 잘못해서 바빠지고...
남들에겐 머나먼 TV속의 일이 우리에겐 현실이 된다.
광우병이 터지면 농림위 보좌진들은 죽어나고...
신종플루가 터지면 복지위 보좌진들이 죽어나고...
그래서 항상바쁜...
9월 24일(월) 복지부에서 보육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보육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을 19일(수)에 알았고...
그때 무상보육이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엠바고 걸린 상태로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된 자료를 21일(금) 오후 5시쯤 받아서, 의원님과 논의를 한 후 문제점에 대한 페이퍼를 작성했다.
그리고 월요일 엠바고가 풀리면 바로 대응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문을 쓰고 퇴근하니 9시...
7시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는데, 약속은 당연히 늦었고 도착하니 1차는 이미 끝난 상황~
다른 술집을 찾아 2차를 들어가려는 순간 전화가 왔고... 그 이후로도 계속 전화 전화 전화.
술 마시다 나가서 전화 받고, 술 마시다 나가서 전화 받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업무전화가 오고, 업무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어이없어한...
그리곤 친구들이 한마디씩 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냐고... 주말도 없고 퇴근 후의 삶도 없는데, 그 생활이 좋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열심히 하고 있을 뿐.
<보좌관> 이 책은 보좌진의 고충을 날것으로 드러낸 책이었다.
국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소소한 에피소드들에 대한 책.
국회에서 하는 일, 그리고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보여준 책.
그런데 국회 내부인 말고 외부인이 볼땐 그다지 재미가 없는 책!
차언니랑 점심먹다 이 책 이야기가 나왔고, 차언니 책을 빌려서 봤는데~
차언니가 기회가 되면 <보좌진>보다 더 재미있는 국회 이야기를 써보자고 해서 OK를 했다.
근데 그게 언제가 되려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