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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집.
그냥 쭉 읽기에 좋은...
'조그만 백'
...... 전에는 큼지막한 가방을 좋아했다. 수첩과 화장품, 지갑, 약, 담배 외에도 500페이지짜리 문고본에 초콜릿, 경우에 따라서는 삼단 우산과 선글라스, 워크맨까지 들고 다녀야 할 것들이 아주 많았다.
조그만 백은 남자를 만날 때만 사용했다. 그때는 책도 우산도 초콜릿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외출도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 달콤한 '의존 외출'을 할 때 뿐이다. 내게 의존은 공포에 버금간다.
"필요한 건 다 있어요."
"물론 나한테도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그런 건 신경 안써도 돼요."
늘 그런 태도였다.
세상에는 조그많고 달콤한 가방이 어울리는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후자에 속한다고.
그렇다고 내게 큼지막한 가방이 어울리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티도 작은 데다 팔 힘이 없어서, 큼지막하고 묵직한 가방을 들고 다녀봐야 커리어 우먼처럼 경쾌해 보이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지님보다 지니지 않음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을 다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필요한 것을 비교적 고루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기 보다 아무것도 없어도 사관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가뿐하지 않은가.
그래도 필요한 것은 그때 그때 그 장소에서 찾으면 된다. 아무 문제 없다.
조그만 백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정말 아주 편해졌다. - 20~22 page
내 가방은 항상 무겁다.
친구 중 한명이 "넌 가방에 아령 넣어서 다니냐?" 라고 할 정도...
지갑, 화장품이 든 파우치, 작은 수첩과, 일기장, 필통, 책 한권과 휴지. 이것들은 항시 내 가방속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책과 업무자료들...
간혹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가면, 쇼핑백이나 파일박스에 책이나 자료를 넣어서 담아 다니고...
무언가 없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텐데~ 왜 이리 가득가득 담아 다니는걸가? 바뀌지 않는 나쁜 습관.
에쿠니 가오리의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런 책 한번 써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와 관계된 키워드와 관련된 간략한 글들을 모은 책.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써봐야겠다.
이렇게 담백한 글을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