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의 원작인 <여자만세>
국회도서관에서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를 검색하니 안나와서, 저자로 검색을 하니 나온게 <여자만세>
미국에서 영화 제작중! 이라고 써져있는걸 보니 이 책이 맞는 것 같아서~
영화를 본 다음날 바로 빌려서 읽었다. 1, 2권으로 되어있는 <여자만세>
책보다 훨씬 더 리얼하게 워킹맘의 삶이 담겨있어~ 저릿저릿 하며 읽었다.
난 아직 워킹맘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감정이입을 한건지?
모모에게 회사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자들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들은 여자가 남자처럼 행동하면 거칠어서 힘들다고 수근대고, 그렇다고 여자답게 행동하면 너무 감정적이어서 힘들다고 말한다. 남자들은 자기들을 제외한 모든 것에 '힘들다'는 단어를 갖다 붙인다. 모모도 조만간 알게 되겠지. 내가 모모의 나이에 지금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면 과연 내가 아이들을 가지려 했을까? 눈을 감고 에밀리와 벤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본다. 음악과 번개가 없는 세상 같다. - 1권 60~61 page
완전 공감!! 남자처럼 행동하면 거칠어서 힘들다고 수근대고, 여자답게 행동하면 감정적이어서 힘들다고?
작년 현충일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친구들이 나에 대한 서러움(?)을 토로하다가 내린 결론.
"넌 워커홀릭 남자들 같아!" "니가 생각하고 말하는 게... 꼭 남자같아"
이 말에 충격을 받았었는데... 남자 많은 공간에서 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남자들의 습성을 닮아버린 듯.
내가 아는 한, 여기서 일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이런 종류의 정치적 행동에 대한 인내심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여자들은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남자들처럼 화장실까지 따라다니면서 상사의 비위를 맞추거나 술집에 가서 살랑거리며 아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힘들다. 솔직히 말해서 그럴 만한 에너지도 없다. 학창시절 성실하고 부지런한 여학생으로 가졌던 기대 그대로, 우리는 아직도 최선을 다해 제시간에 업무를 마치면, (1) 우리의 노력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것이며, (2) 7시까지는 퇴근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보상은 없고, 제 시간에 퇴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1권 133 page
아주 간혹 보면. 형님! 형님! 하는 남자들의 딸랑딸랑은 여자의 애교(?)에 비할게 아니더라.
난 그런 애교도 전혀 없는 여자이지만... 하하하
남녀의 기회균등법 입법화라고? 그것으로 해서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여성 혐오자들을 인터넷의 지하동굴 속으로 몰고갔을 뿐이다. 우리도 인터넷에다 남자에 대한 비비 꼬이고 무력하고 격렬한, 온갖 험담을 다 늘어놓는다. 하지만 남자들은 쏟아내는 말들? 아무리 많은 법을 제정해봐라. 남자들이 짖어대는 걸 멈추게 할 수 있는지.
내가 보는 관점으로는 도시의 여자들은 이민 1세대 같다. 이민 1세대는 배에서 내려 새로운 땅에 정착하고, 고개를 숙인 채 뭄슨 일이든 열심히 하고, 단지 생김새가 다르다고 또는 냄새가 다르다고 그리고 언젠가 자기네의 일자리를 차지해버릴지도 모른다고 멸시하는 무식한 본토인들의 조롱을 무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희망을 간직한다. 어쩌면 우리 시대에는 별로 나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 남자들이 여자화장실에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하게 만들었다는 사실, 그런 것들이 모여 나중에 들어올 여자들의 입지조건을 향상시킬 것이다. 대학시절에 월리엄 골딩이 쓴 성당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중세에는 성당 하나를 짓는 데 여러 세대가 걸렸는데, 설계도를 만든 사람들은 처음부터 자기들의 아들 세대뿐 아니라 그들의 손자들, 증손자들까지 그들이 그린 첨탑의 완성을 위해 일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도시의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견고한 주춧돌이 되면, 뒤에 들어올 여자들은 비록 우리들에 대한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들의 뼈 위를 걸어가게 될 것이다. - 1권 198~199 page
우리나라에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다. 거기에 산전후휴가, 육아휴직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면 모해... 실제로 시행이 되진 않고 있는 걸~
국회에서 일하는 나 조차. 육아휴직은 꿈도 못꾸는 것이 현실인데... 하하하하!
"아무리 많은 법을 제정해봐라. 남자들이 짖어대는 걸 멈추게 할 수 있는지."
파워포인트에서 OHP로 넘어가는 순간 이 회의실에 페니스가 없는 건 나혼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니야, 케이트. 이런 순간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절대로 도움이 안돼. 하지만 열일곱 명의 남자들 틈에서 그런 생각을 안 할수 있을가? 솔직히 말해서, 저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봐야 하는 이유가 뭘까? 아래를 내려다본다. 새하얀 블라우스 밑의 빨간색 여자 공작원 브래지어가 눈에 들어온다. 어스름한 새벽 4시 30분에 서랍에서 꺼낸 속옷이... 으아악! 완전히 오스카 시상식에 나오는 패밀라 앤더슨이다. - 2권 33 page
아주 간혹 나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예산 혹은 법안소위 들어갔을 때...
테이블(의원님들, 속기사, 전문위원, 복지부)이 아닌 뒤에 배석한 사람들 중엔 나만 여자네?
그럴땐 괜히 기분이 이상하더라. 근데 난 케이트 처럼 화려한 속옷 위에 새하얀 블라우스를 입진 않았징 ㅋ
세상엔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무조건 남자들하고만 거래하고 싶어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제레미 브라우닝이 그중 한 사람이다.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게 보인다. 난 저 사람의 아내가 아니다. 저 사람의 엄마도 아니다. 저 사람 동생하고 같이 학교를 다닌 사이도 아니다. 그리고 저 사람과 함께 잠자리에 들지 않으리란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저 비둘기 고기를 씹으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이 여자는 여기서 뭘 하는 것일가? 무슨 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일까? - 2권 39 page
젤 시른 남자유형!!
"보좌관 봐꿔!!", "여자 말고 남자직원 없어?" 이런 전화 받으면 분통이!!
도대체 왜 그런걸까? 그런 남자들은??
"솔직히 말이에요, 케이트." 질이 말한다. "남자들은 우리가 아이를 낳은 다음에도 일을 계속하는 건 자기네가 큰 호의를 베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호의에 대한 대가로 여자들은 절대 아이를 핑계로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되고, 삶이 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면 안 돼요. 사실 인류를 존속시키고 있는건 여자예요.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봐요. 우리가 아이 낳은 일을 그만두면 남자들이 어디서 자기들의 그 소중한 고객들을 찾을 수 있겠어요?"
어디선가 총성이 울렸고 질이 웃음을 터트렸다. 상대방의 마음까지 자유롭게 해주는 멋진 웃음이었다. 그 웃음으로 세상의 모든 어리석음과 잔인한 마음까지 다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질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점이 있었다. 질은 나한테 "난 당신이 어떻게 그걸 다 해내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지 않은 유일한 여자였다. 질은 내가 어떻게 그것을 해내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건지도 알고 있었다. - 2권 99page
이 문구를 워킹맘인 친구에게 보여줬다. 친구가 마구 웃었다. 정말 그렇다며.... 하하하하하!
결국 케이트는 일을 포기했다.
다음과 같이 일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남기고
일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
1. 나는 두개의 생활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하나도 즐길 시간이 없기 때문에.
2. 하루 24시간으론 부족하기 때문에.
3.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기 때문에.
4. 내 남편이 과거 우리 엄마가 아빠를 쳐다보던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5. 내 안에 있는 남자를 개발하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여자를 허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6.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싫을 만큼 피곤하기 때문에. - 2권 262~263 page
정말 공감하며, 즐겁게 읽었는데...
근데.. 결론은 일을 관둬버린. 하하하하하!
결론이 너무 허무했다. 그런데 그 결론이, 현실을 그대로 녹여낸 것 같다.
아이를 낳고 힘들게 일과 가정을 병행해도 결국은 일을 놓아버릴 수 밖에 없는 현실 말이다.
즐겁게 읽었으나,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책. 아... 현실이란 이런건가?
그럼 난 워킹맘 안할래!!
(워킹맘 할람 연애해서 결혼해서 얘를 낳아야 하는구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