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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또 읽었던 책을 읽었다. 모르는 채로;;
신경숙의 <깊은슬픔> 1/4정도 읽고 난 후 알았다. 이 책 예전에 읽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아마 대학 때였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었던 때가. 그래서인가? 전에 읽은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계속 읽어 내려갔다. 그때와 다른 느낌이었기에...
시골동네 소꿉친구인 완, 은서, 세...
은서를 좋아하는 세와 은서가 좋아하는 완. 그들의 이야기...
은서를 좋아하는 세의 마음이, 완을 좋아하는 은서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던 소설.
나 또한 누군가에겐 은서였고 누군가에겐 완이었으며 누군가에겐 세가 되었겠지~
읽으며 여러 사람들이 떠올랐다.
은서에 감정이입을 해서 읽으며, 내가 좋아하던 완과 같았던 사람들...
날 좋아했으나 내가 차갑게 대했던 세와 같았던 사람들...
옷장을 열고 이 옷 저 옷을 거울에 대보다가, 그때야 가슴이 찡해왔다. 세상에, 은서는 거울 속의 뺨이 발그레하게 상기된 여자를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정말이지 어젯밤까지만 해도 새기라곤 하나도 없던 얼굴이, 전화 한 통화에 이렇듯 달라지다니. 그렇게 좋으니? 그녀는 거울 속의 얼굴이 가여워져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어젯밤에 은서는 잠들려고 애를 쓰면서 주술처럼, 그는 내 몫의 사람이 아니다, 이제 다시 그로 하여 마음 아프지 말자, 그에게 전화가 오더라도 이제는 그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하자, 고 달래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 98 page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한통화에 달라지는 모습. 설레임. 연애 중 혹은 연애 초기에 나타나는 모습.
내가 좋아하던 사람을 만나러 갈 때 내 모습이 딱 저랬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했던 말 "너 그 사람 정말 좋아하는구나! 얼굴에서 너무 티나!"
근데 그 사람을 지금은 만나고 있지 않다. 그래서일까? 종종 생각난다 그 사람.
은서는 시선을 떨구었다.
"왜 우느냐고 왜 묻지 않는 거죠?"
여자는 호호, 웃었다.
"누구나 다 울고 싶을 때가 있는거 아녜요.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나는 눈물이 안 나와. 울고 싶을 때는 많은데, 심지어는요, 미장원에서 손님들 머리 자르고 달라진 모습을 봐도 눈물이 핑 돌대가 있어요. 하지만 그냥 눈시울이 잠깐 더워지고 그러고는 말죠. 그쪽처럼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려본 지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기억도 안 나네." - 101 page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근데 눈물이 나질 않을 때도 많다. 특히 너무 힘들때 그땐 오히려 눈물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냉소적인 미소가 떠오르지...
최근엔 큰외숙모 화장 때 정말 많이 울었다. 그떈 정말 몇년만에 펑펑 울었던듯...
큰외숙모가 화장장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살아계실 때 잘 해드리지 못함...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죄스러움.
엄마, 아빠 다음으로 날 가장 사랑해 주신 분이었는데...
그런 큰외숙모 임종을 지키지 못함이... 받은 사랑 하나도 돌려드리지 못했는데, 너무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버리신 것이...
아... 큰외숙모 생각하니 지금도 눈물이 주르르. 할머니한테 받지 못한 사랑.
내리사랑이 뭔지 보여주신 분. 손녀보다 조카인 내가 더 이뿌다고 하시던 분.
이젠 생각만해도 눈물이 나는 이름이 되어버렸구나.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세요. 큰외숙모...
완은 은서의 얼굴을 건너다보았다. 저 여자의 마음이 어쩌면 세에게 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한없이 마음이 지극해지더니 이 여자의 마음이 다 옮겨왔다 싶으니 턱없이 이 여자를 뒤로 미뤄놓게 되니, 그때라면 아무리 효선이 어떻게 나온다고 해도 은서 앞에서 다른 이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을 수가 있었겠는지.
마음이란 이렇게 허점투성이지, 싶어 완은 멋쩍어졌다. 닿을듯 말 듯한 게 무에 좋다고, 닿아서 이렇게 닿아서 곁에 있으면 싱거워지는걸까.
완은 휘파람으로 로망스의 음을 내봤다. 은서가 쳐다보고 환하게 웃었다. 처음 자신이 휘파람으로 로망스를 불었을 때, 무심히 부른 그 소리를 은서가 너무 좋아했을 때, 그때 완은 내내 그 휘파람 소리만 내고 다녔었다, 그랬었다. - 123 page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다 옮겨졌다고 생각하면 무심해 지는 모습.
그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생각하면서도 너무나 편해져서 편하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게 막대하게 되는 모습.
최근 누군가에게 계속 그런 모습을 보이는 내 자신이 참 싫은데... 왜 안 고쳐질까?
세에게서 들은 아름답고 따뜻한 말을 완에게 간절히 들려주고 있는 것, 그것 만이 아니었다. 은서는 자신이 자신도 모르게 완에게서 받은 서러움이나 야속함 같은 걸 그대로 세에게 솓아내고 있다는 걸 어느 날 또 깨달았다. 일부러 그러려 해서 그러는 게 아니건만 완에게 주고 싶은 간절한 것들은 세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들이고, 세에게 자신도 모르게 툭툭 내뱉게 되는 말과 행동들은 또 완이 자신에세 했던 것과 닮아 있음을 은서는 어느날 외롭게 느꼈다. - 188 page
키우던 난 분갈이해왔어. 열흘 간격쯤으로 화분의 삼분의 이쯤 물에 잠기게 하여 십 분쯤 놔둔 후에 꺼내서 물을 빼주기만 하면 잘 자라. 그냥 무심히 키워봐.
- 은서
난을 분갈이 하고 완에게 무슨 말인가를 쓰고 싶어서 종이를 꺼내 써놓고 보니, 지난 봄. 세가 그녀의 아파트 문 밖에 난 화분을 놓고 갔을 때 화분 속에 끼워넣어 놓았던 메모의 내용을 본떠 쓰고 있었다.
다만 세는 산에 갔었다, 고 시작을 했고 은서 자신은 키우던 난 분갈이를해왔어, 라는 시작이 다를 뿐이었다. 그 외엔 메모의 끝에 적어넣은 ㅣ름만 다를 뿐이었다. 세는 그 봄날 저녁 은서의 문 앞에 난을 놓아두고 가면서 메모의 끝에 세, 라고 적었고, 그녀는 완에게 난을 주려고 메모를 쓰면서 자신의 이름인 은서, 를 끝에 써넣은 것. 그것만 다를 뿐이었다.
세가 쓴 메모 내용을 외어놓은것도 아닌데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그녀는 처음에 완에게 메모를 쓰면서 그 내용이 세가 자신에게 썻던 내용 그대로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마음이 완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세가 끼어들 틈도 없었다.
뭐가 좀 이상하다고 느낀 건 다 쓴 메모지를 접으려고 할 때였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무척 낯이 익었다. 그 이상한 친숙함에 잠깐 앉아 있다가 그녀는 서랍을 뒤져보았다. - 214~215 page
세에게 받은 것을 완에게 주던 은서.
결국 완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고, 은서는 자신만 바라보던 세와 결혼했으나...
세와 간 완의 사촌 결혼식에서 완과 마주친 이후, 은서를 향한 세의 의심이 커지고...
결국 세는 은서를 심하게 괴롭히는데...
나, 삶을 되찾기엔 너무 멀리 나와버렸어. 무엇이라도 간절하게 원하면 거기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지.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그 원하는 것에 닿아지지가 않았어.
너는 너 이외의 다른 것에 닿으려고 하지 말아라. 오로지 너에게로 가는 일에 길을 내렴. 큰 일로 못 가면 작은 길로, 그것도 안 되면 그 밑으로라도 가서 너를 믿고 살거라.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하면 손을 놓아주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거라. - 580 page
일방적인 사랑의 말로랄까?
세도 이해가 가면서, 은서와 완도 이해가 가고...
사람들에게는 모든 면이 있으니 세와 같은 면도, 은서와 같은 면도, 완과 같은면도...
그리고 은서의 옆집에 살던, 화연과 같은면도 말이지.
아... 심난한 주말. 심난한 책 서평을 쓰고 있네~ 하하하!
"내가 무얼 어쩌겠다고, 이렇게 네 앞에 무엇을 지키겠다고."
"......"
"너에게 묻는 게 아니었는데...... 차라리 아무 말도 듣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네가 그이와 결혼하는 이유를...... 네가 말 못 할 줄 알았어. 어떤 이유든 내가 아무리 물어도 너는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았지...... 그래 차라리 아무 말도 못 듣고 어느 날 다른 사람을 통해 네가 결혼했다는 소릴 전해듣고 또 어느 날 네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릴 듣고...... 그러는 게 나을 것인데." - 234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