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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비스 신드롬(방관자 효과)

by 하트입술 2011. 7. 28.

어제 저녁 퇴근길 집에 다 와서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엘레베이터 앞에 무언가 회색뭉치가 있었다. "저거 뭐지?"하면서 쳐다보니 회색뭉치가 움직이는데... 자세히 보니 꼬리가 달린 쥐새끼!!!

쥐 인것을 인지한 후 정말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며 아파트 현관 밖으로 뛰어나갔다. 문제는 뛰어나가면서 아파트 현관 유리문을 닫아버렸다는 것. 내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갈 때 그 쥐새끼 한마리는 내가 나간 현관 방향이 아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으로 가 버렸고... 난 아파트 현관 밖에서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다가 정신을 차리고 아파트 경비실로 갔다.

경비아저씨에게 아파트 현관에서 쥐새끼를 봤는데, 그 쥐가 계단으로 올라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아저씨와 함께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러 갔다. 그 쥐새끼는 왜 밖으로 도망 안나오고 계단위 쪽으로 올라갔는지!! 우리집이 3층인데, 그 쥐가 그 사이 3층까지 올라갔을까 벌벌 떨며 경비아저씨와 엘레베이터를 타고는 3층에 도착. 경비아저씨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쏙 들어갔다.

그렇게 쥐새끼를 피해(?) 무사히 집에 도착한 후 문득 생각.

"집 앞에서 칼 맞아서 죽어도, 사람들이 안 나와 보겠다!!"

                                               * 출처:http://twitpic.com/86v4k

쥐새끼를 본 후 꽤 긴 시간 아파트 현관과 주차장에서 비명을 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경비아저씨를 비롯하여 아파트 주민 그 누구도 나와보지 않았다. 그 누구도 말이다...

만약 내가 쥐새끼를 봐서 비명을 지른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칼을 맞아서 비명을 질렀다면?

아... 생각하기도 싫다. 하지만 그런 사건이 아주 만약에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나와보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도...

방관자 효과(傍觀者效果, bystander effect) 또는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또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가에 따라 판단하여 행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대중적 무관심 또는 구경꾼 효과라고 하기도 한다.

키티 제노비스 사건
1964년,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가 뉴욕 시의 자기 집 근처에서 오전 3시 30분 강도에게 살해당했다. 그녀가 격렬하게 반항을 했기에 강도와의 사투는 30분 이상 계속되었는데 주변의 40가구에서 그 소리를 들었으나, 어느 누구도 그녀를 구하려고 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그녀는 그대로 강도에게 살해당했다.


재작년 9월. 출근길에 여의도역에서 택시에 치인 적이 있다. 여의도역에서 국회로 들어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우산을 쓰고 걸어가다가 정차해 있다 손님을 태우고 움직이던 택시에 치인 것. 국회 셔틀버스가 택시가 정차한 곳 밖에 차선에 항상 정차해 있어서, 국회 셔틀버스를 탈 때마다 위험하다 싶었는데, 우산을 쓰고 가느라 택시가 출발하는 것을 못 보고 건너다가 택시에 치인 것이다.

택시에 치어서 무릅을 바닥에 찍고, 피가 줄줄 흐르는데, 여의도역 3번 출구 앞에서 셔틀버스나 택시를 기다리던 많은 직장인 중 단 한명도 와서 일으켜 주거나,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단 한명도!!

정차해 있다가 움직인 차라 속도가 그리 많이 붙지 않은 상태에서 차에 치이긴 했으나, 그래도 사람이 차에 치인건데 그 공간에 있던 정말 많은 사람들 중 단 한명도 도와주지 않다니...

택시에 치인 후 택시기사 아저씨가 나왔고, 나는 일어나서 아저씨 연락처를 받았다. 그리고 피가 줄줄 흐르는 상태로 다른 택시를 타고 출근을 했다. 평소 성격 같으면, 날 친 택시 번호 같은 것도 다 적어놨을텐데, 차에 치이고 나니 정말 아~무 생각도 안들었다. 만약 택시아저씨가 자신의 핸드폰 번호가 아닌, 다른 핸드폰 번호를 적어줬다면, 뺑소니를 당한 상태로 그 택시를 찾을 수 없었겠지? 내가 차 넘버를 적어놓지 못했으니 말이다(그럴 경황 조차 없었다 너무나 당황하여...).

그렇게 출근을 했더니, 사무실에서 난리가 났다. 출근하던 애가 차에 치어서 피를 흘리며 나타났으니 말이다.출근하자마자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이틀간 입원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 난 교통사고... 심지어 차에 치인 교통사고. 천만 다행이 타박상 정도로 그쳤는데, 그 때 정말 실감했던 건...

바로 눈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도 사람들이 한 명도 안 도와 준다는 것이었다. 직접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세상이 얼마나 무섭던지...

아!! 비슷한 사건이 한번 더 있었다.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던 4년 전 여름~

야행성 답게 새벽 1시 즈음 창문 열어놓고 원서를 읽고 있는데,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가까이에서...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울음소리.

우리 집이 3층인데, 내 방 창문 아래에서 여자의 울음소리가 나서 창문을 열고 후레쉬를 비춰보니 왠 여학생이 내방 바로 밑에 쪽에서 울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바로 후레쉬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갔더니 예~전 쓰레기장이었던 자리(오래된 아파트라 예전엔 집집마다 쓰레기를 버리는 구멍(?)이 있었고, 그 구멍으로 버린 쓰레기는 아파트 1층보다 좀 낮은 쓰레기장으로 모였다)에 넘어져 있었다. 1층 화단 높이보다 1미터는 낮은곳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는, 지금은 텅 비어있는 쓰레기장. 거기에 한 여학생이 넘어져 있었던 것. 우선 손을 내밀어 그녀가 땅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준 후 울고 있는 그녀를 달래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왜 넘어졌나? 다친데는 없냐? 왜 이 시간에 여기서 울고 있냐? 쫌 전에 소리 지른게 학생이었냐?" 등...

그 여학생을 울먹이며 하나, 하나 대답을 했다.

"남자친구가 우리 아파트 우리 초소에 살아서 남자친구 데려다 주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남자친구랑 싸우다가(남자친구 집 앞에서 싸운 셈) 남자친구과 확 밀어서 여기(콘크리트로 된 1m 아래 쓰레기장)에 떨어졌다. 그래서 울고 있었다."

정말 어이가 없는 대답. 남자친구 집 앞에서 남자친구랑 싸우다가 그 남자친구가 밀어서 넘어진 후 혼자 울고 있었다니... 콘크리트 바닥으로 되어 있어서 머리라도 찧었으면 뇌진탕으로 크게 다칠 장소였는데... 미친새끼!!

"그 남친은 그러고 집에 들어간거냐?" 물으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데는 없냐?"고 하니 다행이 아픈데는 없다고 했고, "집이 어디냐?" 물으니 "송파구"라고 했다.

걸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택시를 불러주는게 좋을지 의사를 물은 후 끄덕이길래 그녀가 집으로 타고 갈 택시를 불렀다.

그러고 있는 와중 독서실을 다녀오는 듯한 남학생이 집으로 가다가 우리 둘을 보고 무슨일인지 궁금해하다가 사정 설명을 듣고 함께 택시가 올 때 까지 기다려줬고... 콜택시가 도착하자, 그녀는 택시를 타고 갔다.

그녀를 민 남자친구는 11층에 산다고 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자기 집 앞에서 여자친구를 밀고.. 우는 여자친구를 두고 자기 집에 가버리다니... 성질 같아서는 11층에 올라가서 그 남자아이에게(대학생) 그러는거 아니라고 훈계라도 하고 싶었지만 늦은 시간이고, 그들이 왜 싸웠는지 싸운 이유는 알 수 없어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 다음날, 새벽에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 했다가 엄마한테 꽤나 많이 혼났다.

"밤 중에 비명소리가 나고 울음소리가 나면 112에 신고해야지 왜 혼자 나갔냐?"
"혼자 나갔는데 거기 칼든 남자라도 있었으면 어떻할려고 했냐?"
"그 여학생이 많이 안 다쳤기에 망정이지, 잘못 도와주다가 니가 덤태기 쓸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전날엔 아무 생각없이, 누군가 비명을 지르기에, 그리고 울기에 바로 문열고 나갔던건데~
엄마 말 들으니 정신이 번쩍들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아마 내가 쥐새끼 보고 소리지르는데 아무도 안 나온 것도...
저런 생각들 때문이었을까?? 아님 비가 와서 창문을 다 닫아놔서 내가 소리지르는게 안 들려서일까??

평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항상 도와주는 편인데~
그래서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렇게 소리를 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내다보지 않음이 불편했다. 매우 많이.

방관자 효과 혹은 제노비스 신드롬.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
쥐새끼 사건은 주위에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아닌가? 여하간!!

세상은 참 무서운것 같다. 매우매우!
알아서 조~심히 다녀야지!!

그리고 남들은 다른사람에게 관심이 없어도~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지 않아도...
난 계속 이대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기꺼이 도우며 살꺼다. 그게 훨씬 마음이 편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