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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계층이동의 사다리(루비 페인)

by 하트입술 2011. 9. 10.

계층이동의사다리빈곤층에서부유층까지숨겨진계층의법칙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학일반 > 사회일반서
지은이 루비 페인 (황금사자,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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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금요일. 회관 의원열람실에서 빌린 책. <계층이동의 사다리>

단지 "계층"이라는 단어만 보고 빌렸는데, 읽다보니 참 좋은 책이었다. 
책 표지에 '미국 아마존 사회과학분야 1위'에 '100만부'가 판매 되었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럴만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다면...

이 책이 미국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100% 공감을 할 수는 없다는 것.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를 보고 이런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었는데~
<계층이동의 사다리> 또한 마찬가지다. 이와 비슷한 책을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책을 내려면 빈곤계층에 대한 오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다들 책상에서 연구만 할 뿐, 현장을 기반으로 한 연구가 많지 않아 10년 20년 후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내가 연구할 자신은 없다;;)

아! 이 책은 중간 중간 빈칸이 있어, 빈 칸을 직접 채워감으로써 빈곤에 대하여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빈곤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두 가지 요소는 교육과 인간관계다. 그리고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게 되는 네 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다. 계속 머무르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거나, 목표 또는 비전이 생기거나, 자신을 이끌어줄 사람을 만나거나, 특별한 재능 또는 기술을 얻거나. - 15 page

빈곤층을 벗어나게 해주는 두가지 요소는 교육과 인간관계이지만, 빈곤층은 교육에 큰 관심이 없다. 아니 교육을 받고 싶어도 교육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인간관계. 인간관계는 빈곤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또한 빈곤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그들은 목돈이 생기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그 돈을 주변에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준다'고 하고 있다. 그래야 자기가 문제가 생겼을 경우 주변에서도 그렇게 자신을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빈곤은 '재정 자원' 측면에서만 다룬다. 그러나 사실 재정 자원이 대단히 중요하기는 해도 그것만으로는 가난을 벗어나는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반대로 일부 사람들이 계속 가난에 머무르는 까닭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빈곤에서 벗어나는 일은 재정 자원보다 다른 자원(정서적 자원, 지적 자원, 영적 자원, 신체적 자원, 지원 시스템, 관계 및 역할모델, 불문율 지식 등)에 더 좌우되며, 각 자원은 개인의 성공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 21 page

빈곤. 가난한 상태.
일반적으로 재정 자원으로만 다루어지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서적 자원, 지적자원, 그리고 지원 시스템 같다.

작년 7월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을 했었다. 달동네에 들어가서 살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면서 주거비를 제외한 최저생계비로 한달간 살아가기...

당시 나는 식비는 급격하게 줄었으나, 평소에 지출하던 경조사비는 그대로 지출하였다.
그렇게 지출한 결과 7월 31일 나는 -388,520원을 찍었었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를 감수한 것.

아래는 작년에 최저생계비 체험 후 결산서를 작성하면서 쓴 글이다.

기타소비 비용으로 정부에서 책정한 금액은 30,795원(6.1%)입니다. 제가 지출한 비용은 332,000원(46.9%)이었습니다. 기타소비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중 경조사비로 120,000원, 후원금으로 100,000원, 곗돈으로 70,000원을 지출 하였으며, 헌금 등으로 22,000원을 지출하였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지출한 것이 바로 기타소비 비용입니다. 식료품비 지출의 2배에 달하는 기타소비비용. 이 부분은 개인적인 특징이 많이 반영이 된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지금 결혼적령기라 부르는 연령으로 친구들의 결혼식이 매달 최소 1~2건씩 있습니다. 또한 친구들과 일정액을 모아서 생일을 챙겨주는 모임이 3개가 있습니다. 몇년째 친구들과 연중행사로 해 왔던 모임인지라 최저생계비 체험을 한다고 이 부분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생일선물 대신 각각 일정액(15,000~30,000원)을 갹출하여 현금을 주고 생일자가 당일 식사를 사는 나름의 규칙을 가진 친구들 모임에서 7월에 생일인 친구가 3명이나 있었습니다. 덕분에 생일비용 지출이 꽤나 많았습니다. 또한 사무실 직원 중 2명이 생일이라 그 비용까지 지출하니 경조사비가 총 120,000원 이었습니다.

매달 저는 월드비젼(30,000원), 복지국가 소사이어티(10,000), 참여연대(10,000원)에 후원을 합니다. 총 50,000원이죠. 그리고 이번달에는 이것 뿐만 아니라 SCG 프로보노 파티 후원금(20,000원), 건강보험 하나로(10,000원), 장애인단체 일일호프 티켓(20,000원)을 지출하였습니다. 평소 저는 후원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후원금을 아끼는 편이 아닙니다. 최저생계비 체험 중이라고 해서 스스로의 기준을 무너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100,000원을 후원금으로 지출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하는 계모임이 2개가 있습니다. 한 모임은 50,000원, 한 모임은 20,000원을 모으고 있어 그 비용을 지출하였습니다. 이것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들은 지출하지 않을 비용임을 알면서도, 제가 매달 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산정하였습니다.

경조사비, 후원금, 곗돈을 제외하고 헌금 등으로 지출한 기타 비용은 총 22,000원. 최저생계비 결산을 하면서 기타소비를 어떻게 산정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지출한 내역들을 살펴보면 최저생계비로 살아가고 있는 수급권자가 지출하는 내역과 판이하게 다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총 지출한 내역을 작성하고 그중 경조사비, 후원금, 곗돈을 제외한 기타비용을 따로 산정하였습니다. 제 판단에도 수급권자들이 저만큼 기타비용을 많이 지출할 것 같진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기타소비 책정액 30,795원은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요즘 경조사가 있을 경우 최소 지출 금액이 30,000원인데. 기타소비 책정액은 딱 그 비용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이 비용으로는 '사회적 관계(네트워크, 자본)'를 유지할수 없겠다"는 것이 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품앗이 문화입니다. 서로 받은만큼 주고, 준 만큼 받는 문화인 셈이죠. 특히 그러한 품앗이가 결혼식, 장례식 등의 경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구요. 본인이 지출한 만큼 본인에게 돌아오는 사회구조를 가진 상황에서, 최저생계비로 살고 있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은 비용을 지출한다면, 그 또한 적게 받을 수 밖게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최저생계비로 살고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지출을 하지 않으며 관계를 유지해 간다면 그 관계는 어느 시점에 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서 저 또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함께 만나는 사람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출을 할 수 없으니 약속 자체를 피해버린 것이죠. 저야 단지 한달이기 때문에 한달동안 친구나 지인들을 안 만난다고 해서 관계가 끊어지지는 않지만 최저생계비로 살아 계속해서 그러한 약속을 가지 않을 경우 결국 모든 관계는 단절되고 말 것입니다.

"최저생계비로 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다"라. 앞으로 최저생계비 산정 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지점 같습니다. 사회적 관계가 좋은 사람 즉 사회적 자본이 많은 사람의 경우 굳이 정부에서 지원을 하지 않아도 그 관계들에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들의 사회적 자본을 확충시켜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예산 절감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단지 '돈'으로는 '재정 자원'만 해결이 될 뿐, 다른 부분은 전혀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왜? 다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을까?

빈곤층은 ‘교육’에 대해 추상적으로는 존중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존중하지 않고, 중산층은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 부유해지는 데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부유층은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65 page

빈곤층은 교육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존중하지 않고, 중산층은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 부유해지는 데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부유층은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전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 같다.

중산층은 교육을 통해 성공의 사다리를 타려고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여 경기고-서울대를 가고, 성공을 하고... 우리나라에도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20~30년 전에 비해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가능"했던 시절 용이 되어버린 부모에 의해 교육은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단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단 이었던 경기고-서울대는 외고나 과고-해외 유명대학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외고나 과고, 해외 유명대학은 등록금이 비싸 가난한 집의 아이는 입학을 꿈도 못꾼다. 그러한 곳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최소한 중상층 이상의 경재력이 있는 부모를 가진 학생 뿐이다. 

얼마 전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을 읽는데, 판검사의 출신 고등학교에 대한 내용이 나왔었다. 명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얼핏 기억하기로는 과거에는 경기고나 지방 유명 사립고 출신 판검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기고나 지방 유명 사립고 대신 외고나 강남 8학군 고등학교 출신 판검사가 많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외고 출신의 판검사는 더욱 더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중산층에서 부유하게 자란 그들이 판검사가 되었을 때 이 사회와 사회적 약자를 얼마나 이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담겨있었다.

이미 공고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
우리 사회에서도 미국에서 통용되는 "빈곤층은 ‘교육’에 대해 추상적으로는 존중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존중하지 않고, 중산층은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 부유해지는 데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부유층은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는 법칙은 동일한 것 같다.
 
저자는 65 page에서 계층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는데, 이 구분에 매우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표 그리기 귀찮아서 표를 찍은 사진으로 대신)
 



참 괜찮은 책. 그래서 서평 무지 길어져 버렸음. 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