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일 할 떈, 주변에 무심해 지곤 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최근엔 더더욱 그랬습니다.
논문을 쓰면서, 뉴욕 갈 준비를 하고 뉴욕을 갔다 와서는 임시국회 준비를 하면서, 뉴욕 갔다온 자료들 정리. 정신없이 일해도 줄지 않고 계속 쌓여 있는 일거리. 일이 바쁘니 논문에선 아예 손을 때 버리고...
당장 닥친 일 때문에 논문에서 손을 때 버린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계속 쌓여만 가고...
상황이 이러니 주변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평소엔 시간 나는대로 친구이나 지인들과 연락하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최근엔 제가 먼저 누군가에게 연락한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네요. 그만큼 팍팍하게 살고 있었던 거죠.
오늘도 야근하고 있는데 친한 친구가 "넌 잘사냐? 친구가 병원 입원했는데 연락 한번 없냐?"고 문자를 했습니다.
친한 친구가 입원을 했다니!! 전 금시초문이었는데 말이죠.
전화를 하니, 다른 친구가 저한테 말했다고 했답니다. 전 진짜 처음 안건데 말이죠. 입원한거 알았음 당연히 한걸음에 달려갔을텐데...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다니!!
재작년 국정감사 때 친한친구 아버지가 쓰러지셨는데, 제가 바쁘다고 저한테만 친구들이 한달이나 지난 후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때도 꽤나 충격을 받았었는데(제가 얼마나 팍팍해 보였으면, 친구들이 한달이나 지난 후에 제가 쫌 여유로워 졌을 때 말을 한건지)...
이번 일은 그 때 보다 충격이 더 크네요. 친한친구가 입원한 걸 모르고 넘겼다는 그 사실이 말이죠.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자괴감에 들곤 합니다.
"난 지금 머하고 사는거지? 제대로 살고 있는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사는 삶. 이게 잘 살고 있는건 아니겠죠 분명히.
아무리 바빠도... 친한 친구가 일주일이나 입원한 것 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평소엔 자주 연락하는데 왜 유독 지난 일주일 간은 단 한번도 먼저 연락을 안한건지... 그리고 왜 다른 친구들은 이야기를 안 해준건지...
친구한테 미안해 죽겠습니다.
언제였던가? 가족들이 없을 때 혼자 집에서 아팠을 때, 이 친구가 약을 사들고 왔었는데...
그리고 재작년에 교통사고가 나서 꼴랑 이틀 입원했을 때, 주위에 알리지 않았음에도 문병을 왔던 친구인데... 정말 정말 미안합니다.
친구가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했는데 문병을 가지 못한 것. 그리고 입원한 사실 조차 알지 못한 것.
모두 제 불찰이지요. 친구가 입원한 기간에 제가 한번이라도 먼저 연락을 했다면, 알 수 있었던 사실인데...
친구와 연락을 하고 문자함을 보니, 3월 1일에 연락을 하고, 오늘이더군요. 9일 만에..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일이 바빠지면서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 투성입니다.
"지은아! 정말 정말 미안... 이번 일은 정말 할말이 없다. 맨날 투정만 부리는 나인데, 그럼에도 15년 이상 한결같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량!! 뉴욕 출장가느라 결혼식 못가서 미안! 인생에 단 하루 뿐인 날인데.. 그 날에 함께 하질 못했네. 웨딩드레스 입은 너랑 찍은 사진이 단 한장도 없다니... 대신 앞으로 니 인생에 있을 모든 이벤트에 다 참석할게!"
"눌아! 워크샵 가느라 일욜 생일파티에 못갈거 같아. 천사 같은 재인이도 언렁 보고픈데... 뉴욕서 사온 재인이 꼬까옷 들고 따로 놀러갈게! 생일파티 못가서 미안!"
사랑하는 친구들아!! 바쁜척만 해서 정말 미안해... 근데 나 요즘 진짜 바쁘긴 바빠.
그래서 한동안 니네 못 볼지도 몰라... 대학원 다닐 때에도 그랬잖아, 맨날 바쁜척 하고~ 징징거리고~
아마 논문 쓰는 이번 한 학기는 그 때 보다 더 바쁜척 하고, 더 징징거릴지도 몰라...
그래도 이번 한 학기는 이해해 줄꺼지? 항상 이해해 달라고만 하는 날 용서해 줘~!
대신 바쁜거 끝남 바로 기쁨조로 돌변할터이니~ 잠깐만 봐주렴!! ^^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