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논문 자료 보겠다고 시골도 안가고 서울에 남아있으면서, 책은 안보고 TV만 보고 있네요.
평소 좋아하던 다큐멘터리 3일 몰아보기.
쿡 티비로 제목 보고 다큐멘터리 3일을 골라서 보던 중 <곡교 어린이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곡교 어린이집.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을 위한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어린이집.
전공이 사회복지이고, 대학교 3학년 때 천호동에 위치한 강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습을 한 지라,
곡교 어린이집의 존재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아는 이름이 TV에 나오니 왠지 모를 반가움? 바로 <곡교 어린이집>편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화면 가득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곡교 어린이집에서는 장애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통합교육, 통합 어린이라는 말을 쓰지요.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 양치하는 것을 도와주는 모습. 계단 올라갈 때 손 잡아 주는 모습.
천사같이 웃는 아이들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담 밖을 쳐다보며 그 밖으로 은행잎을 던지는 것을 좋아하는 한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위해 은행잎을 주어다 주는 다른 아이.
장애인이라고 인식하기 보다는 내 친구라고 인식하는 정말 천사같은 아이들.
장애아동 통합교육. 말로만 통합교육이 중요하다 중요하다 하다가, 실제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평소 잘 울지 않는 저 인데...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말이죠.
그리고 대학교 3~4학년 때 강동종합사회복지관 한우리센터에서 함께하던 아이들이 생각 났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나,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우리 아이들~
둘리에 나오는 희동이를 닮았던, 유독 절 따랐던 진용이...
정말 잘생겼던, 자동차를 너무나 좋아하고 바지 입는걸 싫어했던 예준이...
툭 튀어나온 이마에 선생님들을 유독 잘 따랐던 지형이...
그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을까? 문득 정말 많이 궁금해집니다.
2003~4년에 그 아이들이 4~5살이었으니...
지금 11~12살 초등학생이겠네요.
지형이는 강동어린이집으로 진학 했다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로 진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친한 친구가 강동어린이집 교사라 지형이 소식을 종종 들려줬습니다)
진용이와 예준이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그 모습 그대로일지 궁금하네요.
다큐 3일을 보며, 저희 동네 생각이 났습니다.
강동구 명일동. 27년간 살아온 우리 동네~
그러고 보니, 저 또한 통합교육을 받은 흔치 않은 사람 중 하나입니다.
집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는 가장 오래된 장애인복지관 중 하나인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장애인 시설 우성원, 장애인 학교 주몽학교 그리고 주몽재활원.
다양한 장애인 시설이 위치해 있어, 저희 동네에는 장애인들이 참 많이 삽니다.
그래서 어릴 때 부터 장애인들을 이웃으로, 학교 친구로 봐 왔습니다.
그 덕에 장애인을 봤을 때 거부반응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막내외삼촌이 다운증후군이라 막내외삼촌을 보고 그런 것도 있겠지만,
동네친구들이 장애인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것을 보면, 그 또한 통합교육 덕이겠지요.
아직도 이름이 기억나는 친구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선경이, 중학교 때 숙경이와 신이.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들은 장애인이었습니다.
근데 그때 당시 우린 그냥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대학생이 되어 서울장애인복지관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서 비디오를 통해 교육을 받을 때~
그 친구들 얼굴을 비디오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자주 보던 여러 이웃들도 말이죠.
그들을 보며 혼자 어찌나 반갑던지...
통합교육 덕일까요?
사회복지학과를 택하고, 장애인 단체에서 일을 하고...
지금은 비록 정책영역에서 페이퍼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다큐를 보며 심장을 뛰는걸 보니~
저 또한 사회복지사이긴 한가봅니다.
곡교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한 말들이 머리 속을 맴돕니다.
"같이 하면 더 잘할 수 있고, 함께 하면 더 빨리 할 수 있으니까 같이, 함께 하자고 해요"
"아이들은 이미 통합되어 있다. 문제는 어른들이다"
아직 통합교육을 하는 어린이집이 전국에 980개 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어른들을 위해서도, 하루 빨리 통합교육을 하는 어린이집이 2배 3배로 늘어났으면 합니다.
"장애는 차별이 아닌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