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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by 하트입술 2010. 12. 12.


11월 어느날, 사무실에 선물로 들어온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보통 의원님께 책 선물이 오면, 한두권 정도 오는데 이 책은 5권 가량 와서 그 중 한권을 가졌다. ^^

책 좋아하는걸 아는 보좌관님이 가지라고 해서 득템한 책!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빌려둔 책이 없던 퇴근길, 읽기 시작하여 이틀정도 걸려 출퇴근길에 읽은 책.

덕성여대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강의를 하면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글과 저자의 생각을 엮어서 낸 책.

매스컴에서는 20대의 보수화, 비정치화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곤 하는데~
이 책에 나온 20대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들의 생각이 명확한... 그런 젊은이들~
비록 정치에 관심이 없다한들... 그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는 젊은이들~
그리고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젊은이들~

책을 읽으며 20대 그 중 대학생들이 현재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아주 명확히.
(나도 20대이긴 하나... 불과 한달도 안 있으면 30대가 되기에... 그들과는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들어가는 말부터, 나와 동일한 학생의 글이 나온건~ 우연이었을까?
첫 페이지에 나온 어느 학생의 글...

 "저야말로 대세가 시키는 대로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온 셈이죠."
 지은은 자신이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간 것도 그것이 대세였기 때문이란다. 사회복지학이 뭐하는 학문인지, 전공하면 어떤 미래가 열리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다만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미래에 사회복지학이 뜨는 학문이 될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선택하였다.                                                                                                                      - 8page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글.

지금은 사회복지에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지만, 나 또한 대학에 들어갈 당시 사회복지학을 꼭 공부하겠다 싶어서 간 것은 아니었다. 전망이 좋다는 풍문을 들은 후 점수에 맞춰 간 과가 사회복지학과였다. 영어와 수학을 싫어하니, 어문계열과 경영, 경제학과를 갈 순 없었고... 그렇다고 선생님이 되기도 싫었다. 그래서 사범대도 빼놓고 나니 남는 학과들이 별로 없었다.
인문계열 혹은 사회계열 뿐. 사학, 철학과는 아예 관심 밖이었고... 남은건 행정, 정외, 신방, 사회, 사회복지 이정도였는데~
정경학부(행정, 정외, 경제)과 사회복지학부(사회복지, 아동복지, 청소년) 중 결국 사회복지학부를 선택하였다. 그렇게 사회복지학부를 들어가서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하고, 공부하다보니 사람과 사회에 대하여 배우는 이 학문이 재미가 있어서 전과 같은 것은 생각도 안한 채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일을 하다가 공부가 부족함을 느껴 다시 대학원을 가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난 어마어마한 열정을 가지고 사회복지학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물 흐르는 듯 이 학문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순간순간을 살다보니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고 공부를 더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지금은 나름 전문가(국회 복지위 내에 사회복지를 전공한 보좌진이 몇 안되는 관계로... 민주당엔 유일 ㅋ) 소리 들으며 일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무념이었던 것. 하하!

 그런데.. "대세가 시키는 대로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왔다"는 지은은 대학을 다니면서 사회복지에 대한 애정이 커지진 않았나보다. 휴학을 하고 본인에게 맞는 일을 찾고 있다니 말이다.

이 책은 지은과 같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이 너희를 한심하다고 이야기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우리를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대신 되돌려서 물어보자. 누가 너희더러 한심하다고 이야기하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와 논리로 너희를 한심하다고 하는지. 어떤 언어로 너희를 한심하다고 말하는지를 되물어 보자." 그 언어의 이데올로기를 되짚어보며 우리 사회가 20대들, 대학생들을 '포획'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것이 내가 학생들과 함께 강의실에서 하고자 한 작업이었다.
  그 '포획'의 중심에는 '성장'에 대한 신화 혹은 강요가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은 성장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교육을 받고 사람을 만나고 자기 일을 하는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성장하지 않는 삶을 비난한다. 그 비난은 대학생, 20대들에게 쏟아진다.                                                                   - 12 page

20대들이 바라보는 사회와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이 책.

목차는 다음과 같다.

들어가는 글: 너흰 괜찮아

1부 어쨌거나 고군분투
대학 1: 우리를 위한 자리는 없다
대학 2: 우린 아직 인간이 아니다

2부 뒷문으로 성장하다.
정치 혹은 민주주의: 혁명에 냉소한다
교육: 학교라는 이름의 정글
가족: 멀쩡한 가족은 없다
사랑: 이건은, 왜 또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소비: 팔리기 위해 나를 전시한다
돈: 돈은 자유다
열정: 잉여, 열정과 삽질 사이에서
조금 긴 결론: 다시 교실에서


대학 1: 우리를 위한 자리는 없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의 학생들 이야기를 보여주며, 이 사회는 지방대 학생에게 그리고 분교학생에게 얼마나 잔인한지를 일깨워준다. 왜 그들이 그렇게 목숨을 걸고 편입을 위해 노력하는지 말이다. 인 서울 대학의 대학생이 아니면 사람취급을 하지 않는 폭력적인 우리 사회...

이른바 '지잡대' 출신들은 무슨일이 있어도 기를 쓰고 편입에 성공하여 최소한 서울 인근 학교로라도 올라와야 한다. 또한 서울 근처에 있는 지방 캠퍼스 학생들은 소속 변경이나 복수전공을 통해서 서울 안에 있는 캠퍼스로 올라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이들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공간과 자기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해야 한다.                                               - 35~6 page

대학 2: 우린 아직 인간이 아니다
잉여가 될수 밖에 없는 아니 잉여가 되는 시스템을 가진 현재의 대학교육. 그리고 잉여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대학생들... 스펙으로 모든 것이 판단되는 현재. 불과 7~8년 전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이렇게 경쟁적인 사회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대학생들은 너무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사회에서 원하는 스펙을 가지기 위해 말이다. 지금 대학생이 아닌 것을 감사해야 할 정도.

사회생활을 하며 대학 때의 삶을 되돌아봤을 떄 난 단 한번도 그 때의 내 행동을 후회해 본적은 없는 것 같다. 그 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실컷 해본 나의 대학생활. 빡세게 동아리 생활을 했으며, 원없이 술도 마셔봤고, 절절한 연애도 해봤다. 좋은 친구들과 선후배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 덕분에 그들과는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영어공부를 조금 덜 했고, 어학연수도 다녀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대학생활은 너무나 재미났다. 모든 것들이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학생들은 스펙쌓기 때문에 대학의 낭만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래서 난, 대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실컷 놀라고 한다. SCG 활동을 하며 예비 프로보노인 종현이, 태엽이, 순범이, 민서, 수현이를 보며 그들의 치열한 삶이 살짝은 안타까웠다. SKY 대학에 다니며 스펙 쌓기를 위해 노력중이었던 그들! 열정이 많은 그들이었고, 그 열정으로 SCG 활동도 빡세게 하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매번 그들을 보며 "대학 땐 실컷 놀아야 해! 너네 지금 아니면 못 논다!"를 반복해서 말했다. 그들이 나중에 대학생활을 되돌아 볼 때 스펙 쌓기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추억이 남길 바라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이템으로 바꾸어야 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또한 아이템으로 바라보는 속물. 그런 속물을 동물이라 부른다. 속물이 인간의 탈을 쓴 동물이라면 동물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속물이라고 볼 수 있다.
                                                                                                                                                       - 67~8page

그리고 각기 다양힌 주제들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견. 재기발랄한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그것 만으로도 이 책은 그 목적을 다 한것 같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제목. 사회에서 원하는 스펙을 갖추지 않은 대학생이라도 SKY가 아닌 지방대에 다니는 학생이라도 그들은 모두 청춘이다. 결국 저자는 이 사회의 청춘들을 대변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들이 수업시간에 쓴 글을 모으고, 그것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쓰면서 말이다.

엄청난 열정을 가진 대단한 시간강사 엄기호. 그리고 그 강사의 말을 너무나 잘 따라준 덕성여대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의 학생들~ 모두의 열정을 통해 이 책이 탄생한 것 같다. 현실 속 대학생들이 생생히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보여준 이 책.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