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서 복지 관련 기획기사를 준비 중인가 봅니다. 여야 국감 우수의원실(저희방은 3년 연속 경실련 복지위 우수의원실임다!) 보좌진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객관식 문항 2개와 주관식 문항 1개를 보내왔습니다.
그 중 주관식 문항은 "저비율 고효율 복지제도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였습니다.
복지제도란 것이 "저비용 고효율"을 이루기 쉽진 않지만 답변을 작성해 봤습니다. 작성하다보니 글이 길어지더군요.
동아일보에서 원한 글은 매우 간단한 답변이었을텐데 말이죠. 보내면 알아서 정리하겠지 싶어서 긴 글을 그대로 보내버렸습니다.
써 놓은 글이 아까워(?) 올려봅니다.
한국 복지제도가 저비용 고효율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충원 및 전달체계 개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년 동안 복지사업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복지예산이 2006년 6조 369억원에서 2010년 13조 5,247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2006년 9,805명에서 2010년 10,335명으로 불과 530명 증가하였습니다(복지사업을 수행하는데 부족한 인원은 일반행정직으로 충원). 그 과정에서 사회복지업무 담당 공무원 중 사회복지전담직은 2006년 66%에서 2010년 46%로 20%나 감소하였습니다.
사회복지사업이 증가하고 예산이 증액되는 것에 비례하여 전달체계의 핵심인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증가하지 않고 있어 예산이 누수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복지부에서 새로운 사회복지제도를 시행을 한다면, 시행 대상자가 누구인지 찾아서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대상자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례관리를 통해 그 대상자에게 실제 필요한 내용이 제공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인력이 너무 부족하여, 사업을 수행 하는 것에만 급급한 상황입니다. 대상자에 대한 새로운 사업의 적극적인 홍보, 사례관리 등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복지담당 공무원 1인당 수급자수가 영국은 63명, 미국은 71명, 스웨덴은 76명, 일본은 167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읍면동 복지담당 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수급자수는 591명입니다. 영국이나 미국에 비해 8~9배 많은 수급자를 담당하는 등 복지담당 공무원의 업무 과중이 매우 심각한 것입니다.
복지담당 공무원이 사례관리를 위해 매일 1명의 수급자를 방문할 경우 1인당 관리하는 수급자를 모두 방문하기 위해서는 1년 8개월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루에 1명의 수급자를 방문한다는 가정 하의 통계입니다. 현재는 업무과중으로 사례관리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복지담당 공무원을 3배로 늘린다면, 복지담당 공무원 1인당 수급자수가 197명이 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최소 1년에 2번 이상씩은 사례방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지담당 공무원이 증가할 경우 1인당 수급자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담당하는 복지사업 또한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3년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의 의료급여 과다이용 문제를 방지하기 의료급여 관리사(간호사)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현재 전국에 의료급여 관리사는 총 462명이 있으며, 의료급여 관리사 1명이 1년에 200~280명 정도의 의료급여 수급자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의료급여 관리사로 인한 의료급여 절감액은 올 상반기에만 123억입니다. 사례관리를 통해 의료급여를 대폭 절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의료급여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례관리가 기초생활제도나 다른 복지제도들에까지 확대가 된다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기준에 미달함에도 불구하고 복지혜택을 받고 있던 부정수급자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한 예산 절감액은 다시 다른 사회복지제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한국 복지제도가 저비용 고효율이 되기 위하여 가장 먼저 전문성이 있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을 확충하고, 행정 전달체계를 개편하여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여 누수 되는 복지예산을 찾아내고 개선해야 합니다. 또한 인력 확충을 통해 복지직의 업무 과중이 줄어든다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사례관리 등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복지서비스의 내실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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