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하이힐에서 내려와 사랑하기>.
스물아홉의 마지막을 보내며 <스물아홉, 일할까 공부할까 결혼할까>와 함께 빌렸던 책.
영국의 작가가 쓴 이 책은... 나로썬 크게 공감이 되진 않았다. 너무나 서정적이라 해야 할까? 잔잔한 책.
그럼에도 몇 구절은 공감이 가기도 했다.
"하이힐은 코르셋과 마찬가지로 “실제 삶 대신 판타지를 위한 소품”의 대표주자다. 그것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소품인지 부정하는 것도, 그것들에 대한 여자들의 순정한 애정을 폄훼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복무하는 사회적 가치와 개인적 부작용을 생각했을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환상과 오해를 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여자들이 고통과 불편을 감수하면서 하이힐을 신고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는 이유는 대개 하나, 남자들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다.
하이힐에 대한 맹신이 가져오는 결과도 의미심장하다.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지만, 내게 온 것은 병(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상대방 또는 스스로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통을 짊어지고 사랑한다면,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결코 행복이 아니다. 상처와 훼손이다." - 26page
대학 1~2학년 땐 운동화만 신었던 것 같다. 힙합 차림에 커다란 운동화~ 힐을 처음 신은 건 대학교 3학년 때 였던 듯...
그때만 해도 지금 같이 거의 매일을 힐만 신고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회생활을 하며, 정장을 입게 되고... 힐을 신는 것이 당연해 진 지금. 7센티에서 12센티에 이르는 힐 없이 나가는걸 극도로 싫어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등산을 가지 않는 이상, 거의 힐만 신고 다니는 내 모습. 사실 이제 힐이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다.
힐 신고도 너무나 잘 뛰어다닐 정도로 힐과 하나가 되어버렸다 해야 하나?
이 부분을 보며 내가 왜 힐을 신는지를 생각해봤다.
난 남자들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보다는, 그 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힐을 신으면 지하철에서 사람들 속에 파뭍히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사람들을 위에서 쳐다볼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가장 큰 이유인듯... 아주 간혹 운동화를 신고 만원 지하철을 타면...
가득찬 사람들 때문에 숨이 막혀버리는데, 힐을 신으면 사람들보다 머리 높이가 높아져 그러지 않아도 되니? 하하!
여하튼... 난 왜 힐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걸까??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서다.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랑이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재고해 봐야 한다." - 28page
연애를 하다보면 고통스러운 사랑을 하기도 한다. 결국 그 사랑은 아니란 생각으로 헤어지긴 했으나... 그때 생각이 문득.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살 때 비로소 인생은 제 의미를 갖는다. 자기애가 진정한 행복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결코 고립되거나 일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세상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하며, 순환되어야 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어느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다른 누구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자기애란 기껏해야 화려하게 치장한 자기연민에 불과하다." -55page
어른들이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 줄 줄 안다"는 말을 하실 때 그 말을 이해를 잘 못했었다.
왜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줄 줄 알까? 근데 아주 조금은 세상을 살아보니 그 말이 맞긴 하더라...
세상을 향해 그리고 타인을 위해 열려있는 마음. 연애든 생활이든 열린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편하다.
자기애에 폭 빠진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 가시를 세우고 혼자 웅크리고 있는 고슴도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많은 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살 한살 나이가 들수록...
확실히 알게 되는 것도 깨달아 지는 것도 많은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은 어떤 모습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