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이 책을 어떻게 처음 접했더라?? 아마도 국회 2층 신간자료실에서 발견했던 것 같다.
소제목이 '미국의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라서 재미 있겠는걸 하고 빌려서 본 책.
우연히 발견한 책 치고... 정말 정말 내용이 좋아서 감탄하면서 완전히 공감하면서 책을 읽어내려갔다. 정말 정말 최근 본 책 중 단연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책 표지에 적혀 있던 글
"왜 서민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에 투표할까? 서민들이 보수 정당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사실'을 알고 이해하기만 하면 돌아설 것이라고 진보진영은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혹은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진실만으로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체계와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와 '프레임'에 근거하여 정치와 후보자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는 반대로 투표하는 것이다. 그들을 투표소로 들어가게 하는 동기는 바로 그들의 가치-소수주의자의 경우에는 엄격한 권위주의적 가치-이다. 프레임, 곧 생각의 틀을 바꿔라."
올해 읽은 책 들 중 왜 서민들이 보수정당에 대해 투표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드러낸 책들이 많았던 것 같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 서다>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있었고 다른 책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있었고.....
진보와 보수진영의 언어 그리고 프레임에 대하여 논한 글.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을 비교하며 쓰여져 있는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진보진영(여기에 민주당 넣어도 되죠? ^^;;)과 한나라당을 비교하면서 읽어도 동일한 상황이라 신기해 하며 읽었던 책.
"진보주의자들은 우리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정치적 논쟁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힘든 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과 메시지를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자주 언급하여 널리 퍼뜨려야 한다." -12page
이 책을 읽기 전엔 프레임에 대하여 아무런 생각을 안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프레임이 왜 중요한지 새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진보진영이 왜 프레임을 구성하지 못했는지도... 프레임에 대한 구체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세금'이라는 말이 '구제' 앞에 붙게 되면, 그 결과로 다음과 같은 은유가 탄생합니다. 세금은 고통이다. 그리고 그것을 없애 주는 사람은 영웅이고, 그를 방해하는 자는 나쁜 놈이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입니다. 이 프레임은 '고통', '영웅' 등의 개념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프레임을 불러일으키는 언어는 백악관에서 흘러나와 보도 자료에 삽입되었고, 모든 라디오와 TV 방송사의 전파를 탔고, 모든 신문 지상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곧 뉴욕타임즈도 '세금 구제'란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보수적인 폭스(fox) 뉴스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CNN도 썼고, NBC도 썼고 모든 방송사에서 다 썼씁니다. 그것은 "대통령의 세금 구제안"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곧 민주당원들까지 '세금 구제'란 말을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는 격입니다." -25page
"보수주의자들은 자기네 두뇌 집단을 통해 프레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모든 쟁점을 프레임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이러한 프레임을 만들 것이며 어떻게 자기편 사람들을 항상 미디어에 노출시킬 수 있는지를 터득했습니다. 그들은 자기편을 하나로 묶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 47page
'세금 구제'란 단어를 보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떠오른 단어는!! 바로 '대운하' MB는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대운하 사업'이라는 표현을 쓰다가 그에 대한 비난이 일자 어느순간 '4대강 사업'이라고 명칭을 바꾸며 운하사업이 아니라고 변명하였다. 실제로는 운하사업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프레임을 '대운하 사업'에서 '4대강 사업'으로 바꾸자 기자들은 그 프레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어느순간 진보진영 또한 보수진영의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책에 나왔던 프레임에 관한 설명들과. 프레임이 왜 중요한지를 역설한 구절들!!
"보수주의적 프레임을 불러일으키는 구절을 계속해서 반복하여 들려주고, 그런 식으로 쟁점을 정의하는 것은 우익이 오랫동안 써먹어온 전략이다. 이러한 반복을 거치면서 그들의 언어는 정상적인 일상용어가 되며, 그들의 프레임은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사고방식이 된다. 기자들은 이를 똑똑히 깨닫고 여기에 말려들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우익의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자들의 의무이다. 또 프레임에 대해 공부하고, 겉보기에 일상저깅고 평범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 정치적 의도를 숨기고 있는 프레임을 꿰둟어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기자들의 '특별한 의무'이다." - 105-6page
""진실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것은 진보주의자들이 믿는 흔한 속설이다. 만약 바깥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실들 모두를 대중의 눈앞에 보여준다면, 합리적인 사람들은 모두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헛된 희망이다. 인간의 두되는 그런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프레임이다. 한번 자리 잡은 프레임은 웬만해서는 내쫒기 힘들다." -141page
"프레임에 대해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도 이것 하나는 기억하라. '일단 내 프레임이 논의에 받아들여지면,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은 그냥 상식이 된다.' 왜? 이미 받아들여진 진부한 프레임 안에서 사고하는 것이 바로 상식이기 때문이다.
상대편의 관점에 의해 프레임으로 구성된 질문에 절대로 대답하지 마라. 언제나 내가 믿는 가치와 내 프레임에 맞도록 질문의 프레임을 재구성해라. 일반적인 토론에서는 제시된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할 것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는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을 연습하라" -212page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이 조금은 안타까운...
보수주의자들은 프레임의 중요성을 알고 그 전부터 프레임 구성을 위한 씽크탱크를 만들고 본인들의 틀에 맞게 프레임을 구성해 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보주의자들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도 보면 "잃어버린 10년" 등의 보수주의자 프레임들에 놀아나 MB가 당선이 된 것 같은데, 진보진영은 이러한 프레임을 짜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진보진영은 단어를 통한 논리 프레임을 보단 대치를 위한 스크럼을 더 잘 짜는듯. 하하!
저자가 말하는 "진보주의자들이 실천해야 할 11가지!" 이건 우리나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듯 하다.
1. 보수주의자들이 올바른 방향을 택했고 진보주의자들은 배를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 그들이 올바른 방향을 택했다는 것은 쟁점들을 그들의 시각에서 프레임으로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실패를 인정합시다.
2.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경구를 기억하십시오.
- 우리가 그들의 언어와 그들의 프레임을 사용하여 그들의 주장에 대항한다면, 그들의 프레임만 더욱 굳게 다져 주고 패배할 것입니다.
3.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 단순히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우리의 관점에 맞추어 효과적으로 프레임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4.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도덕적 관점에 입각하여 말해야 합니다.
- 진보적 정책은 진보적 가치에서 유래합니다. 우리의 가치를 명확히 하고 그 가치에 속한 언어를 사용하십시오.
5. 보수주의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십시오.
- 우리가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를 파악하십시오. 왜 그들이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6. 개별 쟁점을 넘어 전략적으로 사고하십시오.
- 개별적인 정책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더 큰 도덕적 목표를 염두에 두십시오.
7. 정책안의 결과에 대해 숙고하십시오.
- 우리도 진보적인 '미끄러운 비탈'형 주도를 만들어 봅시다.
8. 유권자들은 자기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투표하며, 이는 꼭 그들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9. 단결합시다! 협력합시다!
- 각자 가지고 있는 특정한 유형의 사고방식에서 시야를 넓혀, 공통된 진보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생각하고 말하는 법을 배웁시다.
10. 수동적이 되지 말고 능동적이 되십시오. 방어하지 말고 공격하십시오.
- 항상 모든 쟁점에 대하여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우리의 신념을 말하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그들의 프레임을 사용하지 말고 우리의 프레임을 사용해야 합니다.
11.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우리의 모델을 작동하려면 진보주의적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해야 합니다. 오른편으로 이동하지 마십시오. - 76~8page
서평의 순서는 반대지만,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먼저 읽고, <9시의 거짓말>을 읽었다. 두 책 모두 프레임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것을 어찌 쨔아 할지에 대한 대안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프레임이 필요하다!"란 것만 일깨워 주는 것도 너무나 훌륭하지만, 대안도 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며...
그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진보정당 연구소나 싱크탱크들이 해야 할 역할이겠지... 그리고 정치판(?)에 있는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주 어렵지만 정말 중요하고 여파가 큰 일. 프레임 만들기!!!
봄/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