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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휴먼레이스

by 하트입술 2010. 9. 26.
초등학교 5학년 때 생각이 납니다. 반에서 4명이 한 조가 되서 나가는 계주 선수로 뽑혀 좁은 운동장 반바퀴를 달렸던 기억. 열심히 달리다가 넘어졌었습니다. 왜 넘어졌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제가 넘어져서 저희 반은 계주에서 꼴등을 했었습니다. 그게 트라우마가 된 것인지, 그 이후 달리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체력장이 있을 때 100m와 오래달리기를 의무감으로 하는 정도... 기록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래달리기는 항상 만점이었고, 100m도 18초 정도에 뛰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행위 그 자체를 매우 싫어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말이죠.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낸 후 대학을 가고,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 남들보다 훨씬 많이 뛰고있는 절 발견하곤 합니다. 왜 뛰냐구요? "지하철 안 놓치려구요!!"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 초등학교, 7분 거리인 중학교, 15분 거리인 고등학교를 다닐 땐 뛰어다닐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여유롭게 걸어가도 15분 안에는 충분히 도착하는 학교. 그런데 대학교 때 부터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같은 서울이지만 너무나 먼 대학교, 그리고 직장! 아침잠이 많은 전, 대학을 간 이후부터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시계보면서 지하철역까지 뛰어가는게 일상이 된 거죠.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걸어서 가면 넉넉히 10분. 좀 빨리 걸으면 8분 뛰면 6분. 몇분 차이는 안 나는데... 왜 항상 6분 남기고 나가서 뛰고 있는건지. 하하!

여하튼 매일 지하철 시간 간당간당 다니는 덕분에 어느덧 남들보다 잘 뛰게 되었습니다. 12센티 힐 신고서 전력질주 할 수 있게 되버린거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 재작년 친한 친구가 마라톤을 뛰자고 했습니다. 나이키 휴먼레이스 10km!

무슨 마라톤이냐, 말도 안된다 하면서도 나이키 티셔츠 준다는 말에 혹 해서 2만원을 내고 휴먼레이스 접수를 하였습니다. 그리곤 허리를 다쳤습니다. 휴먼레이스 접수한게 6월 초 였고, 휴먼레이스는 2008년 8월 31일에 있었는데, 6월 중순 경 학교에서 짐 들다가 허리를 삐끗하여 1개월 정도 집에 누워 있으면서 재활치료를 받게 된거죠.

다행이 휴먼레이스가 열리던 8월 31일에는 전력질주는 안되도 뛰는데 무리 없을 정도로는 회복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걸 뛰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꽤나 고민을 했습니다. 허리가 회복되어가는 중에 다시 다치면 안되니까 말이죠. 하지만, "기왕에 접수한거 가서 분위기나 보자"라며 함께 접수한 친구들과 휴먼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그리곤 인파에 휩쓸려 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좀 뛰다가 나올 생각이었습니다. 허리 때문에 완주가 불가능 한 것이라 생각 했는데... 뛰다보니 어느 순간 서강대교를 넘어버렸고, 강변북로를 지나 마포대교를 넘어왔을 땐 이미 끝까지 뛰어보자는 생각이 더 강해진 상태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뛰는 10km 마라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뛰다보니 친구들과 헤어지고... 1시간 26분 만에 피니쉬라인을 통과했습니다. 함께 나간 친구들 중 최고(?)의 기록!

                                                           <2008년 휴먼레이스: 1시간 26분>
                                        
나이키 휴먼레이스에 참가하기 전엔 온갖 마라톤에 다 참가하는(심지어 보스톤 마라톤까지) 작은아빠, 막내작은아빠를 보며, "작은아빠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할까?"라고 생각 했었는데, 10km지만 직접 뛰어보니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그 성취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성취감"이라는 것 자체를 잊고 살다가,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고 할까요? ^^

그렇게 마라톤의 기쁨을 알고난 후 다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뛰어야지 하고 실제론 뛰지 못하고, 작년 휴먼레이스를 다시 참가하였습니다. 재작년엔 친한 여자친구들과 뛰었는데, 그 친구들이 작년에는 참가하지 않을거라고 해서 작년엔 친한 남자친구와 뛰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작년 10월 23일에 개최된 휴먼레이스 당시에도 제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8월 말에 길에서 크게 넘어져서 발목을 심하게 접질려 힐을 못 신고 단화만 신고 다니고 있던 시점에, 9월 말 출근 길에 택시에 치여서 2일 정도 입원을 하고 그리곤 국정감사를 치르고 난 바로 다음날.

작년 휴먼레이스는 국정감사가 끝난 바로 그 다음날 진행이 되었습니다. 발목 다친게 회복이 되기도 전, 교통사고가 나고 교통사고 휴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정감사를 치르고 바로 그 다음날이었던 거죠. 심지어 휴먼레이스 전날 국정감사 끝났다고 신나서 술도 퍼마신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먼레이스를 뛰러 친구와 함께 또 여의도로 왔습니다.


작년에는 주변에도 모두 만류하더군요. "몸 안 좋은 상태에서 뛰면 안된다. 운동 하나도 안하다가 하면 심장마비 올지도 모른다."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작년에도 뛰다가 발목이 너무 많이 아프면 중간에 빠져나와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뛰었습니다. 그래서 주머니에 공무원증을 넣고 뛰었습니다. 여의도를 도는 코스니까, 발목이 아프면 서강대교 넘어가기 전에 빠져서 국회에서 쉬고 있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또 뛰다보니 서강대교를 넘어가 버렸습니다.

사실 중간에 계속 포기하고 싶었는데, 옆에서 친구가 같이 뛰면서 포기 못하게 막아서...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녀석은 학군단 출신이라 맘 먹고 뛰면 1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을 텐데 저랑 같이 뛰겠다며 제 속도에 맞춰주는데, 그런 녀석보고 너 혼자 뛰어! 라고 할 순 없었던거죠. 그렇게 피니쉬 라인까지 뛴 기록은 1시간 13분. 1년 만에 무려 13분이나 단축했습니다. 재작년 이후 제대로 연습조차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아마 여자친구들과 뛴 것과 남자친구와 뛴 차이인것 같습니다. 같이 뛴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올해. 전 또 휴먼레이스를 신청했습니다. 사실 휴먼레이스를 까먹고 있었는데, 얼마전 친구 결혼식장에 갔다가 작년에 함께 뛴 친구를 만나서 다시 함께 신청을 한거죠. 올해는 그녀석 동아리 친구들도 함께 뛸거라 해서, 친한 오빠 한명도 끌여들였습니다. 주변 여자친구들도 끌여들이려 했으나... 휴먼레이스를 뛰자고 하니 주변의 반응은 모두 "넌 기운이 넘치는구나"여서, 아무도 끌여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자애들은 쫌 호응을 해 주더군요.

올해 휴먼레이스는 여의도가 아닌 뚝섬에서 10월 24일에 열립니다. 작년에는 국정감사 바로 다음날이었는데, 올해는 국정감사 다다음날이네요. 그나마 다행이죠? 올해도 역시 국정감사 준비로 연습은 꿈도 못 꾸고 있는데... 올해는 얼마나 기록단축을 할 수 있을지... 하하! 너무 야무진 생각인가요? 연습 하나도 안하고 기록단축 할 생각을 하고 있다니 말이죠.

빨리 국정감사가 끝나고, 휴먼레이스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날 하루 열심히 뛰면 그간 쌓인 피로가 쫌 날라가버릴 것 같아요. 맘 같아선 지금도 나가서 뛰고 싶으나. 오늘은 12cm 힐을 신고 온 관계로 참으렵니다. 호호!

올해 휴먼레이스~ 기대 만땅이에요! ^^
아! 올해는 이름이 바뀌었군요. WE RUN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