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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 (Social Worker 11월호)

by 하트입술 2009. 2. 5.

최근 200조원을 훨씬 넘긴 국민연금기금(이하 연기금) 운용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올랐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해외 및 국내 주식에 투자한 연기금이 막대한 투자손실(8월말 기준 8조 4800억여 원)을 입은 상황임에도, 주식에 투자를 더 많이 하자는게 정부의 복안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가입자 대표와 정부가 참여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도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하여 여유자금을 독립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란다. 쌈짓돈에 울고 웃는건 우리네 클라이언트나 사회복지사나 매한가지다. 국민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금융위기일수록 연기금은 증시를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운영개선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회 위원장,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Social Worker'가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최근 연기금 운용에 관한 논란이 많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제도 설계상 연기금이 많이 쌓이는 제도이기 때문에 연기금을 어딘가에 투자해야만 하는 구조이다. 국민이 낸 보험료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연기금을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연기금이 증시의 마지막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있다.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일 수록 연기금은 증시를 받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방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 연기금이 무리해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연기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가 주식시장이 붕괴가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식시장이 붕괴되어 경제가 파탄이 난다면, 돈의 가치가 유지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연금 또한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문제삼기 보다, 어떤 종목에 어떻게 투자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경제를 생산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종목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국민연금 투자를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내용이 담긴 '제 2차 국민연금 종합운영 기획안'의 의결되었다던데.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가입자․사용자․근로자 대표 등 각계의 국민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사회적 합의구조를 가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이 된다면 연기금 투자에서 수익성만을 중시하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은 수익성 보다 안전성이 우선이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올해 주식투자에서만 총 8조 4800억여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연기금의 투자 수익률이 낮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붕괴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투자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연기금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주식에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기금 규모를 줄어야 한다.



>>연기금 규모를 줄인다는 것은, 연기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연기금을 많이 쌓아 둘 수밖에 없는 부분적립방식이다. 올해 운용되고 있는 연기금은 약 228조이며, 작년의 경우 보험료로 22조가 적립되었고, 13~4조의 투자수익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와 같이 단일 공적연금 제도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돈을 몇십년 동안 쌓아두는 경우는 전무하다. 현재는 연기금을 쌓는 시기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문제가 심각해 질 것이다. 
  연기금은 매년 차곡차곡 쌓여 2047년 최고점을 찍고 2060년 고갈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47년 연기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 GDP의 50~60%를 차지하는 돈이 13년 만에 0원이 되는 것이다. 노인인구가 증가하여, 국민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이 시기가 오게 되면 연기금으로 투자한 채권, 주식 등을 모두 팔아 현금화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 시점이 온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 때 금융위기가 다시 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렇듯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큰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어떤 문제제기가 필요한가.
 
우선 연기금의 양을 줄여야 한다. 이미 쌓여있는 연기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60%의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8만 4천 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연기금으로 적절한 수준의 연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부분적립방식을 유지하면서 연기금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기금이 고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연기금의 고갈이 아니라 공적으로 지급되는 노후소득보장 재원의 총량이 한 사회가 부담가능한 수준인가 아닌가 이다. 현재 유럽의 경우 노인인구가 약 14% 정도인데, 연금 지출액은 GDP의 9~1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이 고갈되는 시점인 2060년 노인인구가 40%가 넘을 것으로 예측 되고 있으나, 연금 지출액은 GDP의 6%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50년 후 GDP의 6%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럽에 비해 너무 적게 쓰는 것이다. 만약 기금고갈이 된다면 국민의 노후를 국가에서 보장해줘야 한다. GDP의 25% 정도면 모를까, 6% 정도는 국가에서 책임 질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반발이 엄청날 텐데.
 
국민이 반발할 경우 당신이 낸 돈으로 현세대 노인들이 연금을 받지만, 당신 또한 후세대가 낸 돈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득시켜야 한다. 당신도 늙으면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국가가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보험과 다르다. 사보험은 내가 낸 돈을 내가 받는 것이지만, 공보험인 국민연금은 내가 내고, 현세대의 노인들을 위한 것이며, 내가 늙으면 후세대에게 받을 것이다. 현재 국민들은 국민연금에 재태크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것을 없애야 한다. 국민연금은 사회연대성에 기반한 사회보험제도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국민연금을 매우 불신하고 있다.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불신하게 된 데에는 언론의 영향이 컸다. 예를 들어 연기금의 수익률이 좋을 때는 관련기사가 전혀 보도되지 않다가, 현재와 같이 연기금의 수익률이 낮을 경우에만 그것이 보도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만 본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정부의 잘못도 크다. 정부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해서 홍보를 할 때 재테크 수단의 면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연대적인 면을 강조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한 두 차례에 걸친 연금개혁 과정에서 연기금의 재정안정화를 강조하면서 기금고갈이라는 연금제도의 공적 신뢰를 갉아먹는 무서움을 홍보하여 국민들의 불신이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완전노령연금 수급자가 발생하였고, 앞으로 국민연금 수급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구슬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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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국민연금 플러스 국민 불신' 기사를 써서 넘겼는데.. 분량이 모자라다는..
왜? 상의도 안하고 4면이나 남겨서리?? ㅠ.ㅠ

어찌할까 고민하다, 연금전문가이신 지도교수님 인터뷰로 나머지 분량을 맞춤. ㅋ

논문지도 받으러 가다가, 기사 인터뷰 하러 가니 교수님 왈 "외부활동 보다 논문에 집중해!"
그러시면서도 매우 충실히 인터뷰에 응해주셨음.
교수님 감사합니다!! ^^